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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천리길' 모니터링을 끝내며

작성자최태영|작성시간19.03.19|조회수135 목록 댓글 2

전북천리길 모니터링을 끝내며


 

최태영입니다.

지난 겨울의 초입에 예상도 못했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전북천리길 모든 구간을 답사하고 모니터링하여 경로안내 표지의 설치상태나 위험구간, 화장실 등 편의시설의 위치, 특히 권하고 싶은 지점(스탬프 스팟) 등을 조사하는 내용의 용역사업이었습니다. 이 조사에서 나오는 성과물은 <전북천리길 가이드북>을 수정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었지요. 물론 각 구간을 설명하는 글도 함께 쓰는 것이 우리가 맡은 일이었습니다.

정병귀 사무국장이 팀장을 맡아 여정을 기획하고 주도했고, 저는 팀원으로 따라다니면서 길에 대한 글을 쓰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능력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배우고 공부하는 기회로는 참 좋겠다 싶어 욕심을 내었던 것이지요. 마침 그 일을 시작할 때쯤 전주방송(JTV) ‘천년의 길프로그램 촬영에 동참하게 된 것도 우연한 행운이었습니다.

 

어제 318일로써 마흔네 구간 전체 405 킬로미터(1천리)를 걷는 여정은 마쳤습니다. 계약한 5월말보다 훨씬 일찍 끝낸 셈이 됩니다. 이제 성과물을 완성하여 제출하면 됩니다.

 

작년 12월 첫날 마이산길 답사로 시작하여, “엄동설한이 끼어있어 가능할까?”라는 우려를 무릅쓰고, 일주일에 이틀씩(화요일과 목요일) 차곡차곡 걸어내어 온 석 달 반의 기간이 꿈만 같습니다. 어떤 날은 비교적 짧은 구간 두 군데를 주파하기도 하면서 기간 단축에 애를 썼습니다. 거기다 TV 촬영에 한 번 나가면 하루 종일 시달리고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날도 자주 겹치곤 했습니다(정병귀 국장도 서너 번 출연했으므로 마찬가지로 힘들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고서> 완주라는 목표도 있어 토요일까지도 쉬지 못하고 걸어야 했으니 일주일에 사흘을 걸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우리 진안고원길 가족 여러분의 응원과 칭찬 덕분에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우려하던 엄동설한은 전혀 없었고, 두 사람 모두 조금도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하지도 않았고, 저는 이 나이에지팡이 한 번 짚지 않고도 천리길 전체를 걸을 수 있었으며 감기 한 번 앓지 않았던 것, 등등이 여러분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믿습니다.

 

,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기는 했네요.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1211, 첫눈이 내리고 조금 쌓였던 날 저녁에 제가 차 사고를 당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눈길에 미끄러져 빙글빙글 스케이트 타듯 도로 위를 돌다가 내 차 옆을 들이받은 차가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앞바퀴 축만 조금 휘어졌을 뿐 내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던 것이 이 일을 잘 해내라고 하늘이 도운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겠지요.

 

많이 배웠고, 전북의 자랑과 기쁨, 또 한 편으로는 아픔까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된 것이 저로서는 큰 소득입니다.

아쉬운 점도 많이 남습니다.

짧은 시일 안에 끝내버리려고 지나치게 애쓴 나머지 문화기행이라는 개인적 목표와는 동떨어지게 오로지 앞만 보고 걷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었던 바쁜 여정이 우선 그렇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또 있다면 마을도 찬찬히 돌아보고 사람들을 만나 깊은 이야기도 해보며 걷고 싶습니다.

가는 곳마다 눈에 거슬리는 훼손의 현장도 그렇고, 각종 안내판의 무지함은 도를 넘어 명승의 가치와 의미를 심하게 떨어뜨리고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이런 아쉬움들 덕분에 오히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보이는 듯도 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 진안고원길이 그 중 잘 운영되고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고 할까요?

 

별것도 아닌 일을 끝낸 자화자찬으로 혼자 감격하여 이런 글도 쓰게 되네요. 그냥 단순한 보고라고 생각하시고 읽어주셨기를 바랍니다.

모처럼 확인한 건강에의 자신감이 유지되는 동안 혼자서라도 이곳저곳을 자주 걸어 다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진안고원길 모든 구간을 차례로 이어 걷거나, 신나면 전북 아니라 전남이나 강원도까지도 달려가 몸소 두 발로 걸으려 합니다.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함께 걸으십시다.

감사합니다.

 

(추신)

JTV <천년의 길>은 제가 출연한 위봉산성~학동마을 구간이 324(일요일) 아침에 방영되고 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 <천년의 길> 프로그램 자체도 3월말로 모두 끝난다는군요. 그동안 봐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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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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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병귀 | 작성시간 19.03.20 항상 느끼는 거지만,,
    장기 프로젝트는 시작이 있으면 어느샌가 끝에 이르게 되지요.
    2010년 여름 10박11일 고원길 걷기, 겨울부터 시작한 바이고서 등등.

    이번 천리길 모니터링 역시 11월 30일 어설픈 초보 조사자로 시작해,
    어느 순간 능숙한 여행자가 되었지요.

    최감사님이 언급한 것처럼 하늘은 지난 10년간 항상 고원길을 도와주었는데,
    이번 겨울 역시 혹독한 추위나 눈보라가 없어 모니터링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답니다.
    고령(?)의 연세에 무탈하게 저와 동행이 되주신, 또 어려운 글을 써주신 최감사님게 항상 감사하지요.

    천리길 덕분에 아직 시작도 못한 만경강과 동진강 답사.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과...
  • 작성자백일홍 | 작성시간 19.03.20 옆에서 조금 지켜본바로 두분 애쓰심과 노력에 대단하시다는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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