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게시판

고원길 추억의 시작

작성자바람|작성시간17.10.15|조회수217 목록 댓글 1

전주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에 하늘은 축복을 내리고 있었다.

2017년 진안 고원길 첫 길을  같이 하자는 더 따숨의 아름다운 길 이야기는 하늘과 구름의 어울림이 먼저 다가 온 것이다.

층층을 만들어 공간을 주고 긴 해변처럼 자리한 하얀 모래펄에 파란하늘 파도가  철썩이는 모습으로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에

하늘과 구름의 축복은 고개를 내릴 수 없게 만들었다.

진안으로 다가가는 내내 구름은  목화를 거둔 커다란 멍석이 되었다가 작은 물고기 비늘이 되고 바람의 재주는 끝이없이 조화를 부렸다.

조금 이르게 도착한 만남의 쉼터에는 관계자인 듯 몇 분이 계셨고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작은 소읍이지만 정이 새겨지는 진안은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터미널 근처 애저집에서 맛에 취하고 술에 취해 떠나간 처자를 생각하며 엉엉 울던 기억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간단한 행사가 끝나고 사과와 떡을 배분받고 도보가 시작되었다.

고원길 1코스는 마이산을 조망하는 길이어서 걱정되는 점이 있었다.

평소 자체 걸음을 할 때도 개인당 500~700장 정도 사진을 찍어대는 우리님들의 느린 도보를 어찌 말릴 것인가.

그런데 마이산을 곁에두고 걸어야 하고 가을이 곁에 있는데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바쁜 눈동자는 앞서가는 길벗들을 바라보며 벌어지는 거리의 안타까움에 시달리고 진안의 해맑은 세상을 찍어대는 우리 님들 표정에 불안한 미소를 보내야 하는 모든 책임은 마이산의 절경 때문임이 분명했다.

시작한다고 찍고 밭에 떨어진 빨간 방울토마토가  애잔하다고 찍고 억새 한 잎이 웃는다고 찍고 광장의 금돼지가

귀엽다고 찍고 마이산이 점점 다가온다고 찍어댔다.

그러자니 자꾸 멀어지는 대열은 아득해져도 우리는  마이산과 하늘을 보며 웃음만 가득해서

가을과 구름 한 점을 나눠 마시며걸었다.

사양제에 오르니 앞서간 님들이 기다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이 곳의 정감어린 모습을 그냥두지 않고 괴성을 질러댔다.

많은 눈총이 있어 그래도 절제하며 찍어댔지만 이런 걸음에 익숙한 우리는 염치없이

노란 주전자에 다가가 앉았다.

달콤한 막걸리의 첫 마디가 뇌를 흔들며 나를 나무랐지만 맛과 멋은 죽음과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사양제에 고인 물보다 많이 마시고 세상에 미안함뿐인 과거가 어찌 떨어지지 않고 붙어다니는가.

마신 듯 느끼리라 는 다짐은 연인의 길을 들어서며 까맣게 잊혀지고 말았다.

우리는 단풍나무 가지에 흩어지는 빛이 싱그럽다고 찍고 굽어진 도로가 멋있다고 찍으며 걸었다.

가장 늦게 천왕문에 도착해서 숨 고르기도 못하고 은수사로 내려가야 했다.

시작은 금방인데 일행은 간데없이 사라지는 마이산 길.

포토죤은 사방이고 마이산이 같이 하는데 어찌 외면한단 말인가.

탑사에 다다르니 모두는 기념샷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둘러 뒷줄에 다가서고 셧터를 누르자 바람처럼 길을 나서는 길벗님들.

조금 오르막이 이어졌지만 뒤에 따라오는 마이산은 자꾸 우리를 불렀고

늘어진 칡넝쿨이 타잔을 부른다고 찍어댔다.

고개를 넘고 내려오는길은 구절초가 정겹게 맞이하고 있었다.

정읍 산내 구절초 축제에서 만났던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요즘은 어떤 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터라  그 자리에서 사는 구절초가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하얀 모습이 가을의 눈물이라고 찍어대고 등뒤에서 바라보는 숫마이봉을 발견하고 아예 예불을 드렸다.

앞서간 사람들의 목소리는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이젠 걱정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진안의 청정함과 자연스런 멋에 녹아들어 취해버렸기 때문이다.

은천마을에 들어서니 길은 골목을 통해 이어졌다.

수수함이 쌓인 골목길은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의 일생이 호박잎에도 열리고 감나무에도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에 들어서니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김치찌게가 들어오고 정성이 펼쳐졌다.

평소 걷기에도 도시락을 선호하는 우리들은 약간의 반찬을 준비했지만

김치찌게에 꾹꾹 말아먹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이런 맛으로 새겨진 고원길의 그리움은 영원하리라.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이어진 길은 들판과 같이하는 풍요가 가득했다.

연두색 짙어가는 논으로 들어 허수아비 포즈로 가을을 웃기고 형남정 아래 맑은 개천에 탄성을 찍어댔다.

운치는 자연이 주는 최상의 선물이니 주는대로 받아도 좋을 것 같았다.

마령면사무소가  지척인 농작로에 들깨가 수확되어 타작을 위해 햇빛을 쬐고 있었다.

이곳을 그냥 지나지 못하고 도리깨를 들고 교대로 표정을 남기고 다가가니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아름다운 총각 앞서가며 안내하던 그를 따라 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예상 그대로 였다.

앞서간 분들은 이미 회귀 버스를 타고 돌아가고 커다란 맨드라미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냥 있을 수 있나요.

탄성과 어울림으로 기념샷을 남기고 오른 행사트럭.

고마움은 하늘 가득히 우리를 바라보고 진안을 되내이고 있었다.

걷는 내내 우리가 길을 잃지않고 유유자적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다른 어떤 길보다 정성이 돋보이는 안내표시는 즐거움을 배가하기에 충분했다.

길을 만들고 관리하며 추진하는 제반 사항들이 희생없이는 불가능하다는것 잘 알고 있지요.

걷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그 분들의 노력 충분히 안고 추억의 노트에 기록하렵니다.

즐겁고 고마움으로 차 오른 진안 고원길 .

언제고 잊지않고 기억하며 찾으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진이 | 작성시간 17.10.15 생생한 후기 잘 봤습니다.
    출근하느라 함께하지 못했지만 대리만족 하네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