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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고원길

무주 구간 탐사, 일곱 번째.

작성자최태영|작성시간20.01.15|조회수117 목록 댓글 0


지전마을에서 태권도원까지, 산길을 찾아서.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다시 찾은 저점(지전)마을.

나흘 사이에 물이 줄어 곡선 징검다리는 어느 정도 물 위로 드러나 있었다.



오늘은 남대천의 더욱 상류지역을 더듬는 날.

청량산 북쪽의 청량리 원청량(원청마을) 골짜기를 따라 남쪽으로 산길을 거쳐, 백운산 북쪽 3부~4부 능선 임도를 따라 돌다가, 태권도원 둘레를 걷고 설천면 소재지로 내려왔다.

비교적 짧은 구간이었으나 산길 위주였고 걸은 거리도 만만치 않은 탓에 시간은 종일 걸렸고 꽤 피곤하다.


“남대천의 상류지역을 더듬는다”고 했으면서 왜 산길을 걸었느냐고?

강둑길을 너무 오래 걸으면 식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설천 소재지 부근 강 속에는 암반과 돌이 많아 경치가 빼어나고 구경거리는 충분하지만 또한 인구밀집 구역이어서 복잡하고 걷기에는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대천의 풍광을 택할지 모처럼의 산길을 택할지는 앞으로 좀 더 궁리하기로 하고 우선 산길을 확인해 두는 시간으로 삼은 셈이다.



오늘 탐사의 총평을 먼저 말하면, 길은 사통팔달 큰 고생 없이 걸을 수 있었다. 
하천 둑길만 걸어온 사람이라면 약간의 도전과 다리운동도 겸할 수 있는 변화가 반가울 수 있다. 

더욱이 태권도원이 있는 백운산 북쪽으로는 산책로를 많이 만들어 두었고 앞으로도 계속 개설하거나 포장할 것으로 보여 안전한 루트는 충분히 확보될 것 같다.

혹시 원내 통과를 허용하지 않을까 보아 다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차량의 통행은 막을지언정 걷는 여행자를 막지는 않고 있는 점 등이 더욱 안심하게 했다. 
물론 굳이 원내를 통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주변 산책로는 여러 갈래가 있었지만.


따라서 오늘의 활동 후기에서는 탐사팀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1) 귀밑재~비례마을.


저점마을을 빠져나와 남쪽 둑길을 걸어 860미터, 물속 암반이 넓게 펼쳐지기 시작하는 경치 좋은 지점 오른쪽으로 금방 눈에 띄지 않는 고갯길 입구가 있다. 




초입이 꼬불거리고 다소 가파르지만 올라서면 비교적 느슨한 오르막. 이 길을 ‘귀밑재’라 한단다. 혹시 ‘구미(龜尾)ㅅ재’가 아닐까?




정남쪽으로 걸어 450미터의 짧고 낮은 고갯길을 내려서면 비례마을 뒤쪽으로 떨어진다.

동쪽으로 둥글게 툭 튀어나온 퇴적반도, 즉 용화리를 건너다보는 강둑길을 걷는 구간은 생략하고 ‘거북꼬리’를 가로질러 남하한 셈이다.



(아래 : 비레마을. 태권도원 전망대가 보이는...)


비례는 마을이 깨끗하고 바둑판처럼 구획된 거리로 구성되어 있어 ‘문화마을’의 하나인가 착각할 정도다. 고급스러운 집도 여러 채 있고 전통가옥들도 마당이 널찍하고 큰 집이 많다.

마을의 동북 방향으로 민주지산의 능선이 흰 눈을 덮은 채 내려다보고 있다.



(2) 반디랜드~원청마을


‘비레’(비례마을)를 빠져나와 남대천의 남쪽 둑길을 430여 미터, 국도 30호선과 다시 만나는 지점에서 국도를 건너면 반디랜드와 원청량(원청)마을 입구가 된다.


반디랜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비탈을 향해 북쪽으로 걷기 시작.


반딧불이연구소 앞을 지나 원청마을 방향(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 몇 년 전에 시행한 ‘절골 산책로사업’의 결과물인 다소 낡고 다소 로맨틱한 흙길이 이어진다. 작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는 길이 원청마을 안길이다.



(위 : 특이한 디자인의 반딧불이연구소 건물. 혹시 '등나무운동장'을 설계한 천재 건축가 정기용의 작품이 아닐까.)




원청마을은 개울을 가운데에 두고 길게 골짜기를 따라 이루어진 마을이다.

얼핏, 장수 ‘논개생가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산골마을이다.



(청량산을 바라보며 능선길을 꽤 오른 다음에 원청량마을은 나타난다. )

(위 : 뒤돌아보고 찍은 30번 국도쪽 시가지. 꽤 올라왔다.)


(위, 아래 : 산골마을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디자인의 건물들. 하나는 포도가공체험장, 하나는 마을회관.)



(3) 원청마을 뒤 청량산 임도


물가를 따라 계속 올라가다가 임도로 이어진다. 

최근에 사방공사를 해 둔 모퉁이를 지나면서부터는 개인소유의 땅이 나타난다. 이곳을 어떻게 통과할지가 앞으로의 해결과제일 듯.




(개인땅 오른쪽은 가파른 낭떠러지인데, 비닐 온실을 최대한 넓게 지어놓아 지나가기에 매우 불안하다. 다른 통로를 찾아야?)




오른쪽 옆으로는 깊은 골짜기의 풍부한 물소리가 들리는 훌륭한 숲길이 이어지는데…

이곳 이후로는 문제가 없다. 청량산 북쪽 사면의 3부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은 언제 누가 왜 만들었는지, 비교적 넓으면서도 걷기 편한 산길이다.



(이런 다른 길도 나란히 나 있고...)

(청량산 정상으로 이르는 길을 안내한 표지목. 많이 낡았으나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이 일대는 고갯길 정상으로 편평한 곳. 앉아서 점심도시락이라도 까먹으면 십상이겠다.)


사유지를 벗어나 약 440미터, 진평마을로 나뉘는 목에서 전망 좋은 북쪽 방향을 바라보며 잠깐 쉬고.



이 지점에서 4백 미터 가량 정남쪽으로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맑은 개울과 몇 개의 작은 폭포 등과 함께 울창한 편백나무숲이 나타난다. 

전북 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가 생태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을 가진 곳이라 한다. 

이곳 뿐 아니라 산의 도처에 편백의 숲이 조성되어 있어 수십 년 후에는 매우 그럴 듯한 휴양포스트가 될 수 있겠다. 다만 북향한 어두운 골짜기여서 나무의 성장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듯.



(약간의 가시밭길.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계곡에는 일부러 돌을 쌓아 물을 모았는지, '보' 같은 흔적도 있는 것이, 원청마을 사람들이 놀던 곳이었을까?...)


편백숲 골짜기를 되짚어 내려와서 진평마을 뒤쪽 임도를 계속 걷는다. 이 임도가 태권도원 뒤(북쪽)까지 연결되는 길로서 약 3킬로미터. 높낮이의 차이가 별로 없는 평이한 길이다.






태권도원 측에서 '체리(cherry)숲'이라 이름 붙인, 펜스로 보호되는 밭을 만난다.

이 체리밭을 끼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태권도원 관망대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타는 터미널까지 이어진다. 물론 출입통제는 없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거기다 점심시간이 되어 이렇게 걸어가 보지 못하고 태권도원 정문 쪽으로 내려갔지만 말이다)




(4) 태권도원 주변


체리 숲을 지나 경사면의 길을 따라 모노레일 매표소까지는 그냥 기분 좋은 풀밭길이다. 태권도원의 계속되는 투자와 개발로 이룬 산책로인 듯.



매표소에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는 계단도 있으나, 짧지만 매우 가파른 경사로서 걷기에는 부담스럽고, 2천원 내고 모노레일 한 번 타보는 것으로 하자.



전망대는 대단히 시원스러운 조망을 제공한다.

동북쪽으로 흰 눈 덮인 민주지산의 네 봉우리(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가 모두 보이고, 요즘 우리나라 광학기술을 자랑하는 초고성능 망원경은 산기슭의 집들까지 샅샅이 보여준다.



(1=각호봉, 2=민주지산, 3=석기봉, 4=삼도봉.)


(나제통문.)



바람이 차다고 느끼면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따뜻한 실내를 즐길 수도 있다.

모노레일은 왕복에 2천원이지만(나 같은 노인네는 무료다)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노선은 없으므로, 걸어서 다음 여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행자들은 모노레일의 복편 승차 권리를 포기하고 나무계단으로 북쪽 비탈을 향해 내려간다.


이 길 또한 포장은 되어 있으되 비교적 로맨틱하다. 침엽수의 갈색 낙엽이 양탄자처럼 깔린 길을 1.3킬로미터 내려오면 재궁마을 뒤가 된다.





이렇게 쓰면 간단한데, 사실은 태권도원 안과 그 주위를 여러 차례 이리저리 걸어 다녀 보아야 했기에 종아리에 알이 배었다. 

만약 탐사팀이 움직인 경로대로 썼다면 읽기에 매우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태권도원 뒤쪽(백운산 북쪽 비탈)에는 시설이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공사 중인 곳이 많은데 그 모든 곳을 들를 필요는 없지만, 길은 활용하고, 전망대에는 꼭 올라가 보고 싶다.

거기서 찍은 사진들을 보고 그 유혹에 빠져 보시기를. 전망대 까페의 커피도 싸고 맛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점심 먹을 만한 식당을 천거해 주신 신주혁님, 최효진님께 감사드립니다.

두 군데 중에서 <설천맛집>에서 닭찜으로 먹었음을 보고합니다.


(최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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