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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고원길

율소마을 ~ 서면까지 무진장고원길 2차

작성자jinanfarm|작성시간22.02.13|조회수132 목록 댓글 4

진안에서 무주까지는 인지의 거리보다 훨씬 시간이 더 걸리는 거리이다. 매번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는 것은 나의 오만한 생각이 원인이 되는 것이다. 율소체육공원 입구를 찾지 못해서 약 10분간을 주위에서 헤매었다. 국장님이 보내는 안내문자를 자세히 보지않은 내 잘못이다. 

 무진장 2차 여정은 율소마을에서 서면이다. 무진장고원길 첫 도소마을을 시작으로 금강과 남대천 일대로 형성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율소마을은 밤나무가 많은 마을에 붙은 지명이다. 밤재, 율소, 밤고개 등등 전국에 수도없이 얼혀있을 밤나무를 통한 지명과 이야기들을 잠시 생각해본다. 모향산 밑에 모향마을, 달래가 많아 달농개재, 달농개고개, 밤나무가 많아 율소마을 등 자연스럽고 부르기 쉬운 지명으로 자리잡았을 정겨운 이름들이다. 율소마을을 지나 달농개길을 지나 상굴암으로 향했다. 하굴암마을 도로바닥에 마실길이라고 새겨져 있는 것과 예향천리길에 대한 국장님의 설명이 있었다. 이명박정권의 토목 붐으로 일어나 중구난방으로 세워졌던 길들때문에 진안마실길 상표등록을 하지 못하고 진안고원길이라는 지명을 진안군청을 통해 상표등록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작은 사건을 통해 큰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 진안고원길이 역사에 기록된다면 국장님이 설명하고 있는 지점이 필히 변곡점으로 기록되지 않을까?상상하고 웃었다.

 하굴암에서 옛길을 따라가다 금강변 옆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강변에서 천렵하고 놀던 청년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소란스러운 대화들이 오고간다. 그땐 그랬다. 여름이면 물가에서 천렵하고 솥단지 걸어놓고 닭 삼고 막걸리 마시며 일탈을 즐기던 즐거운 때가 있었다. '요즘 젊은 것들'이라며 손가락질 받지만 마냥 즐거웠던 한 때 였다. 

 점심을 먹고 요대강변을 따라 쭉 걸었다. 옛길을 복원한 길인데 강변을 따라 걸으니 물 비닐들이 반짝거리는 것이 이쁘다. 무주의 강은 넓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이어주던 나제통문을 지나 이 강변에서 물길을 건너주는 나루터가 있었고, 주막도 여러군데 있을 정도로 주막이 번성하던 요즘말로 번화가였을 것이다. 지역과 지역의 문화가 모여 북적하고 풍부한 물로 농사짓었을 부자동네를 상상해 본다. 

 중간에 평범하지 않아 보이는 정기용건축가의 간이버스장에 대한 관람이 있었다. 정기용건축가의 공공건축물에 대한 건축학개론 투어가 생겼을 정도의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라는 것이 대단한 이유는 평범한 것을 위대한 자각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하는 마력(인기)을 발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진안고원길 곳곳에도 스토리텔링이 가득하도록 이런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길 기원한다. 

 

세월교를 지나기 전 예향천리길 인증카드가 담겨진 함에서 회원님 일부가 도장을 찍고 있다. 흔적을 남겨 나를 표기하는 것 또한 길을 걷는 재미일 것이다. 한 때 트랭글이라는 앱을 사용했는데 주변의 산들을 등산하고 섭렵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이어령선생의 '디지로그'의 개념처럼 길에 인식코드를 심어놓고 스캔할 때마다 전국순위를 보여주는 로드맵을 저장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다. 

 

서면은 금강과 남대천이 만나는 아주 큰 마을이었다. 마을에 분교가 있을 정도로 한 때는 왕성한 마을이었는데 현재는 한적한 시골마을일 뿐이다. 버스를 타기전에 마을활력센터에서 화장실을 빌려썼다. 그런데 그 사연이 아주 기구하게 엮겨 있다. 아주 재밌다고 생각했다. 사소한 일도 스토리가 될 수 있다니!! 

 

무진장 2차 코스는 동행님이 빠져 무료하게 느껴졌다. 이야기하고 나누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의 즐거움이 이렇게 큰 것인지 몰랐다. TV, 영화 같은 스케일이 큰 스토리보다 곁에 있고 사소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의 작은 즐거움이 모여 삶을 이루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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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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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병귀 | 작성시간 22.02.13 대단하십니다.
    제 이야기의 상당부분을 제대로 들으셨네요. 일부는 오류가 있지만.. ㅎ
    이상진님의 글을 통해 이상진님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
  • 답댓글 작성자jinanfar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14 걷는 순간에 느꼈던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꼼꼼하게 메모하고 사진을 첨부하면 훨씬 정확한 정보가 될텐데~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과감하게 써 보는 것이 타인에게 나를 알리는 또 다른 PR이라고 생각했는데 국장님이 그런 감정의 지점을 알아주시니 몸 둘바 모르겠습니다.
  • 작성자이영일 | 작성시간 22.02.14 不二 ㆍ不異
    다름 ㆍ틀림
    체험학습 효과는 마음에 새겨지는 아름다움이 전해지리라~~
    지나치게 될 것을 되새기게 해주신 걷기후기에 감사만방
  • 답댓글 작성자jinanfarm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14 조금이나마 되새겨졌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선생님의 아카콩카를 등반하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닿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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