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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고원길

금강 남대천이 준 선물 '무주' 고원길 3차

작성자커듀시어스|작성시간22.02.20|조회수183 목록 댓글 1

고향 후배 두 명에게 진안고원길을 걷는 재미난 이야기를 풀었더니 가보고 싶다고 따라 나선다. 우리는 8시 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여 서면마을 주차장에 10분이나 일찍 도착하였다. 은어 낚시와 쏘가리 낚시하러 왔던 곳이라고 여러가지를 이야기 해준다. 1시간이 넘게 운전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던 후배들 때문에 오는 길이 지겹지 않았는데 솔솔한 정보를 듣고 아들이랑 꼭 한 번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9시에 서면 주차장에서 간단한 소개로 오늘의 일정의 시작이다. 국장님이 나의 글쓰기에 대해 회원님들에게 공개하여 쑥쓰러웠다. 나의 글쓰기 이름은 '커듀시어스'다. 척추를 타고 두마리의 뱀이 기어오르는 지팡이인데 우리는 양면성의 차크라를 통해 평생을 성장하다 죽음에 이른다는 의미이다. 나를 위한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고 죽을 때까지 쓰기로 마음먹었다. 

 서면마을 안쪽을 탐방하러 들어갔다. 서면마을 옛지명은 대촌마을이다. 교회도 있고 마을학교가 있던 자리는 생활관으로 바껴 안내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사티, 콩나물 고사티, 거렁이라는 지명이 길마다 표기되어 있다. 마을에도 큰 길과 작은 길이 있는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달동네 고사길을 콩나물 고사티라고 명명한 것 같다. 거렁은 '길'을 순수한 우리말일 것이다. 어릴적 거지를 거렁뱅이라고 했으니까 말의 어원이 맞을 거라 생각한다. 

 

 대촌마을을 빠져나와 금강 옆을 지나는데 넓은 강 위로 맑게 흐르는 물 옆으로 복숭아 과수원이 즐비하다. 봄이 오면 붉은 복숭아 꽃이 만개하여 물비닐과 함께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리라~ 임도길을 가기전 금강 옆에 개발되고 있는 둘레길을 보며 고원길 개발과 성장에 대한 개별적 생각에 대해 설명이 있었다. 각 지방 관광지에 설치된 자건거, 레일바이크, 케이블카 등 비자연적인 레져문물이 들어와 손님몰이를 한 성공적인 사례들이 많다. 시대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는다. 주 5일 근무가 산악회를 활성화 시켜 전국을 구름인파로 가득하게 했지만 인간과 문화는 끈임없이 진화와 성장을 계속한다. 앞으로는 국장님 같이 스토리텔링을 가진 안내자들이 이 길을 더 빛나게 해 줄거라 생각한다. 보완된 고원길에 스토리를 입히면 평범한 것도 낯설게 만들 수 있을거다. 모바일 시대에 멀어진 공간의 문화, 그리고 사람의 이해는 훌륭한 아이템이 될 수 이다. 정기용 건축가의 공간편집처럼~

 

 공사중인 고원길을 뒤로 한 채 포장된 임도를 오르는데 숨이 헉헉 찬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가워지는 공기가 등줄기 땀을 식혀버린다. 정상에 도착해서 우리는 금강의 풍경을 한 번에 담을 여유도 없이 막걸리 병을 깟다. 후배들이랑 두 잔씩 나눠 마시고 나니 몸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고원길의 별미는 막걸리이다. 임도를 오르면서 헉헉대느라 길바닥만 보고 올라왔는데 평길이 나오자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다 길은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며 함께 걸어야 재밌다. 옛 사람들이 그랬듯 지게지고 물동이 이고 소몰이 하면서 혼자 걷는다면 이 지겨운 길이 얼마나 고되게 느껴지겠는가?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나누었다. 전망대 밑에는 앞섬이 보였다. 다리가 없었을 당시에는 모두 조각배를 타고 건넜을 육지 속의 섬이다.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은 수월했다. 무주 선생님이랑 여러가지 수다를 나누며 내려오는데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하게 맞주치는 그리웠던 사람과 만나는 추억의 이야기였다. 한 사람의 히스토리에서 꼭 이런 간절한 바람이 시간과 때의 접점에서 이루어지는 희귀한 이야기에 영감을 자극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내도교 입구에 추모비가 있다. 레프팅이 유명한 장소여서 그런지 익사사고가 많은 지역인가 보다. 가는 곳 마다 세워져 있는 어느 의인의 추모석을 보며 잠시 묵념해본다. 사고 당시 자신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생겨나는 이타적인 행동은 본능일까? 이성일까?

 

 앞섬에서 배달도시락을 먹었다. 먹고 난 후 쌓여가는 쓰레기들을 보며 우리는 들밥을 그리워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앞섬 생활문화관 옆에 있는 마을 소나무 숲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권씨 문중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공원으로 제공한 장소인데 백년이상되어 보이는 소나무 아름드리가 탄성을 자아낸다. 우리는 후도교를 지나 오늘의 하이라이트 맘새김길을 걸었다. 앞섬 주위에 있는 과수원들과 개나리들 그리고 너울되는 갈대숲이 한 곳에 어우러지는 상상을 해본다. 맘새김길은 마을과 읍을 잇고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며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에 잠시나마 위로 받으며 무엇인가 맘에 새겼을 것 같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걸으면 또 다른 감동이 존재한다. 맘새김길 중간 삣죽 서 있는 질마바위 모퉁이 전에서 ' 저 강물너머 봄이온다'라는 가곡을 불러주신 분에게 폭풍 갈채를 보내드렸다. 어찌 이 장소에서 그런 노래가 담겨서 나오는지 신기하다. 봄이 오는 것이 눈 속으로 들어왔다. 

 

 북고사를 지나 산 능성이 학교가는 길을 따라 약수터로 향했다. 우리는 신작로로 자전거 타고 학교 다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3~4km를 매일 등교하던 어린시절을 추억했다. 우리는 모두 어린시절 이런 몸그릇을 키워 건강한 신체를 얻었던 것 같다. 

 약수터에는 미끄럼틀과 짚라인이 설치되어 아이들이 놀고 있다. 우리 어른아이 회원님들도 미끄럼과 짚라인을 타며 좋아하신다. 잠시 휴식후 무주 관공서 건축물을 잠시 관람했다. 무주군청 의회는 읍 중심에 있어 비좁은데 주차공간도 협소했던 것 같다. 군의회 앞마당을 공원화하고 반지하 주차장과 주차타워로 변경한 공사는 주민과 관공서의 소통의 거리를 좁히는 진보적인 시도였던 것 같다. 

 

여행과 길을 걷는 것은 사람과 함께하는 것으로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혼자 걸어 인문과 역사가 형성되지 않는다. 역사학자 에리어스의 문명화 과정을 역사의 구조가 아닌 개인문명화 과정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처럼 개인문명과 길은 나와 너의 연결된 실 타래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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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커듀시어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2.21 내도교 추모비는 나룻배를 탄 18명의 학생이 사고로 죽은 것을 추념하는 비 입니다. 앞섬은 뒷 산이 연결되어 섬이라 할 수 없지만 큰 비가 오면 홍수로 고립되어 섬으로 불렸다는 것도 알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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