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56이세진 산행기

눈과 입이 즐거운 날(명개리→약수산→암산→빈지골, 망대바위산)

작성자56이세진|작성시간10.10.04|조회수58 목록 댓글 1

1. 암산 가는 능선, 약수산 전망바위에서

 

하얀 이슬이

가시마다 하나씩

걸려 있다.

--- 요사부손(與謝蕪村, 1716~1784)

 

▶ 산행일시 : 2010년 10월 2일(토), 오전에는 흐리고 오후에는 비

▶ 산행인원 : 14명

 

▶ 산행시간 : 10시간 50분(휴식시간 포함, 점심시간과 이동시간은 제외)

▶ 산행거리 : 도상 16.0㎞(1부 10.0㎞, 2부 6.0㎞)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랜덤도엽 기준)

00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 38 ~ 05 : 50 - 홍천군 내면 명개리(明開里), 산행시작

07 : 04 - 1,054m봉

08 : 20 - 약수산(藥水山, △1,306.2m)

09 : 20 - 1,280m봉,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백두대간 응복산(鷹伏山) 가는 길

 

10 : 04 - △1,063.5m봉

11 : 35 - 암산(岩山, △1,152.7m)

12 : 52 - 양양군 서면 갈천리(葛川里) 빈지골, 1부 산행종료, 점심식사

13 : 52 - 미천골(米川谷) 입구, 2부 산행시작

15 : 15 - 870m봉

 

15 : 56 - 1,062m봉, 백두대간 진입

16 : 10 - 1,061m봉,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백두대간 조침령(鳥寢嶺) 가는 길

16 : 22 - 망대바위산(△1,114.6m)

17 : 40 -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鎭東里) 설피마을, 산행종료

 

2. 약수산(藥水山, △1,306.2m)가는 길

 

약수산(藥水山, △1,306.2m)

단체로 늦잠 잤다. 03시 38분, 56번 국도 벗어나 명개리 통바람 가기 전 왼쪽 지계곡 사이로

뻗어 내린 약수산의 끝자락을 확인하고서다. 잠깐 차에 내려 고개 드니 뭇 산 사이 살짝 열린

하늘에는 스무 닷새 이지러진 추석 달을 등대로 은하수 도도히 흐르고 그 주위로 초롱초롱한

별들이 수두룩하다.

 

05시 25분 기상. 서둘러 요기하고 나선다. 아직 어두워 헤드램프 켜고 잡목 숲 헤쳐 계류로 내

려선다. 대천이다. 검은 물살은 제법 세다. 도하. 쌍장 짚고 돌출한 바위 어렵게 디뎌 대간거

사 님 부축 받아 한 사람씩 건너는데 조프로 님은 풍덩 빠져 바지와 신발이 다 젖고 입술은 바

위에 부딪쳐 터졌다. 조프로 님은 이때 입은 데미지가 컸던 탓으로 약수산을 힘겹게 오르고 2

부 산행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계곡 위로 산기슭 도는 길이 나 있어 따라 간다. 이내 길은 지계곡으로 막히고 너른 공터에 수

명이 잘만한 텐트가 쳐 있다. 송이채취하는 사람들의 캠프라고 한다. 다 철수하였는지 텐트

주변을 돌아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잡석 깔린 생사면을 오른다. 되게 가파르다. 암벽과 맞닥

뜨려 옆으로 돌다가 얕은 협곡으로 오른다. 지난주 화천 수리봉 산행 때 낙석사단을 생각하여

횡으로 산개한다.

 

30분간 볼더링 흉내 내어 능선에 진입한다. 이런 데서는 버려진 색 바랜 빈 과자봉지도 인적

이어서 반갑다. 송이 이삭이라도 주울 수 있을까 양쪽 사면 두리번거려보지만 그런 행운은 없

다. 나이프 리지성 짧은 바윗길 지나고 슬랩 오르면 1,054m봉이다. 비가 후드득하니 내린다.

갈잎의 호들갑스런 소란에 부화뇌동하여 배낭커버 씌운다.

 

안개 몰려오고 사방 어둑하다. 비는 내리다 만다. 은은한 안개 속을 간다. 외길. 저마다 자기

걸음으로 가니 혼자서 간다. 등로 주변에는 보호수격인 아름드리 신갈나무가 흔하다(참나무

로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등 6가지를 드는데 나는

굴참나무만 확실히 알뿐 나머지는 구별을 잘 하지 못한다). 신갈나무는 더러 속을 텅 빈 채로

도 자란다.

 

갈전곡봉 넘고 구룡령에서 오르는 백두대간 길과 만나자마자 약수산 정상이다. 약수산이라

는 이름은 이 산 아래 약수에서 비롯하였을 것(약수산 남쪽 아래에는 명개약수가 있고 약수산

의 위성봉인 1,280m봉 동쪽 아래에는 불바라기약수가 있다). 조그만 정상 표지석 옆에 있는

삼각점은 연곡 315, 2005 재설.

 

정상 오른 의식으로 배낭 벗어놓고 술추렴한다. 길은 당분간 횡보가 염려 없을 백두대간 길이

다.

 

3. 약수산 정상에서

 

5. 암산으로 가는 능선

 

6. 가운데 멀리가 지나온 약수산

 

▶ 암산(岩山, △1,152.7m)

약수산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망이 가렸다. 정상을 약간 벗어나면 낭떠러지 위 전망

바위가 나온다. 한참을 기다려도 구름 가려 그다지 볼 것이 없다. 약수산 정상을 내리는 길에

는 통나무계단 놓고 굵은 밧줄까지 매달았다. 쭈욱 내린다. 1,280m봉을 잔뜩 높인다. 어렴풋

하여 응복산으로 착각한다.

 

1,280m봉. Y자 능선이 분기한다. 오른쪽은 백두대간 응복산(鷹伏山, 1,359.6m) 쪽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왼쪽으로 간다. 이곳 등로 상태도 백두대간 길 못지않게 뻥 뚫렸다. 길이 훤하

여 양팔이 할 일 없으니 심심하다. 막 내닫다가 발에 차이는 덤불 속 삼각점을 보고

△1,063.5m봉인 줄 안다. 연곡 438, 2005 재설.

 

이다음 989m봉은 유독 키 큰 산죽으로 덮였다. 암산 가는 능선은 톱날처럼(그것도 어름 써는

톱이다) 5개의 봉우리가 사납게 솟았다. 길게 오른 1,138m봉이 암산의 관문이다. 안부에서

전열을 정비한다. 아울러 쉬느니 버섯 딴다. 이곳의 노루궁뎅이버섯은 자구책인지 주로 나무

높이 달려있다. 그래도 덤빈다. 해마 님과 가은 님이 해병대의 명예를 걸고(?) 옆 나뭇가지에

올라 스틱을 뻗쳤으나 아슬아슬한 광경만 연출한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3편에서 엘사 슈나이더가 고대의 신전에서 성배(聖杯)를 건지려다 성배

와 함께 무너지는 신전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해결사는 베리아 님. 특공대가

헬기에서 내린 밧줄을 오르듯 나무줄기를 쓱쓱 올라 버섯을 따고야말았다. 아래 사진의 노루

궁뎅이버섯이 그것이다.

 

2m 되는 암벽을 오르고, 이어 20m가 넘는 수직의 흙 절벽을 오른 후 암벽을 트래버스 한다.

미역줄나무덩굴지대를 지난다. 너덜은 암릉으로 발전하고 암릉 왼쪽 자락의 너덜지대로 돌

아 넘는다. 암봉인 암산이다. 조망 좋다. 예전의 고사목은 그대로 있다. 그 뒤로 멀리 하늘금

은 설악산이다. 삼각점은 연곡 314, 2005 복구.

 

암산 이름 값한다. 암산 정상 내리는 길은 슬랩이거나 너덜이다. 빈지골을 향한다. 산행표지

기도 보이고 인적이 뚜렷하다. 암릉 돌아 펑퍼짐한 산죽지대에 들어서는 여러 눈으로 독도하

여 옅은 지능선 잡는다. 산중턱 굵직한 너덜지대가 나온다. 바위 탄다. 등로 뚜렷하고 도토리

줍는 인근 동네 어르신네를 만난다.

 

안부에서 왼쪽 사면 내려 골로 갈까 하다가 그 어르신 말씀 듣고 좋이 능선 길 따라 간다. 지

도의 빈지골이다. 인가 보이지 않는 산골이다. 도로 옆 너른 공터에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이제 가을의 서늘한 바람 부니 라면이 맛 나려나 버너가 4개나 나왔다. 라면 넉넉하게 삶는

다. 물 깨나 들이키게 생겼다.

 

7. 멀리는 설악산 대청봉, 암산 가는 길에서

 

8. 노루궁뎅이버섯

 

9. 멀리 왼쪽은 개인산, 암산에서

 

10. 암산의 고사목, 뒤로 멀리 설악산 대청봉이 보인다

 

11. 맞은편 봉우리가 2부 산행지

 

12. 암산

 

13. 암산 내리는 너덜

 

▶ 망대바위산(△1,114.6m)

2부 산행 들머리로 이동한다. 미천골 입구 맞은편 사면이다. 산기슭은 가축 방목하는 초지다.

비었다. 줄지어 오른다. 초지가 끝나는 위는 울타리로 철조망 둘렀다. 소나무 붙들어 넘는다.

씩씩거리며 가파른 사면 긴다. 이윽고 능선 진입. 길이 훤하다. 그렇지만 백두대간 마루금인

1,062m봉까지 줄기차게 올라야한다.

 

고개 꺾고 올려다본 공제선을 믿지 아니한다. 오직 시간을 믿고자 한다. 2시간. 고도계로

870m봉을 넘고 진땀 아녀도 점심 때 라면 짜게 먹어 물켠 탓으로 배가 더부룩하다. 누군가 송

이를 캤다는 낭보가 들리고 잰걸음 하여 구경한다. 귀물이다. 잘 생겼다. 얼른 찢어 맛본다.

입안에 그윽한 솔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대간거사 님 역시 아까부터 더부룩하던 배가 송이 맛

보자 금세 개운해지더라나.

 

낙엽에 거무튀튀한 갓만 조금 내밀어 여간한 눈썰미가 아니고서는 송이를 발견하기 매우 어

렵다. 너도나도 두세 송이씩 신고하는데 나는 소득 없이 눈만 버렸다. 사면을 이리저리 하도

훑어 어질어질한 것이 아무래도 사시 증상에 가깝다. 히든피크 님은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1능이 2표고 3송이 4노루궁뎅이버섯까지. 오늘은 눈과 입이 즐거운 날이다. (산행 마치고 현

리 음식점에 들려 그 잘생긴 송이를 날로 먹고 불판에 구워도 먹었다)

 

1,062m봉 즈음해서는 안개 속이다. 선들바람 획 불어 머지않아 비 내리리라. 예상과 그리 어

긋나지 않은 2시간 4분 걸려 1,062m봉이다. 길 좋다. 이런 길인데도 산행표지기는 곳곳에 나

뭇가지 휘어지게 매달렸다. 비 뿌리기 시작한다. 우장 갖춘다. 1,061m봉. Y자 능선이 분기한

다. 오른쪽은 백두대간 조침령(鳥寢嶺, 877m)으로 가는 길이다.

 

평탄하게 진행하여 △1,114.6m봉, ‘망대바위산’이라고 한다. 삼각점은 조망 없어도 이 근방에

서 드물게 보는 2등 삼각점이다. 현리 22, 1992 복구. 북쪽으로 나아가다 북동쪽으로 방향 튼

다. 길은 완만하고 푹신하다. 산죽 숲이나 덤불 지날 때는 앞서 내린 비까지 맞는 셈이니 속속

들이 젖는다.

 

산기슭 가까워서는 내내 흐릿하던 인적이 사라졌다. 막판 사면 쏟아져 내리고 큰물 흐르는 계

류에 다다른다. 히든피크 님이 길 개척하고자 좁은 여울을 뛰어 넘으려다 건너편 바위에 미끄

러져 급류에 휩쓸릴 뻔했다. 전전긍긍하던 차 상고대 님이 훨씬 위쪽에서 밧줄 드리운 널다리

를 찾아냈다. 418번 도로로 올라서니 ‘진동2리 설피마을’이라는 팻말이 있다.

 

나는 KBS 텔레비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방송은 1983년 여름 날 시작한 ‘누가 이 사람을 누

가 모르시나요’의 애잔한 음조의 ‘이산가족 찾기’라고 본다. 그때 우리는 얼마나 울고 또 웃었

던가! 지지난주 구룡덕봉에 갔을 때 들렸던 현리 음식점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프로 님과 수

영 님은 어젯밤 산행 출발할 때 차에서 나란히 앉더니만 음식점에서도 한 상에 나란히 앉았

다. ‘인륜이 중하니 몽조(夢兆)가 없을 소냐?’ 심청전의 한 대목을 연상케 한다.

 

나와 감악산 님의 맞은편이다. 이 상에서는 조프로 님이 삼겹살 구을 군번이어서 삼겹살 타지

않게 뒤집으며 옆에 앉은 수영 님과 인사한다. 조프로 님이 KBS에 근무한다고 하자 수영 님

이 조프로 님더러 조건진 아나운서를 아시냐고 묻는다. 조프로 님이 그 조건진인데 말이다.

조건진 아나운서가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고 덧붙였을까.

 

곧바로 둘이서 두 손 마주잡고 뜻밖의 해후를 기뻐한다. 보고 또 보고. 웃고 또 웃고. 등 두드

리다 얼싸안고. 여태 서로 존대하던 말투가 막말로 바뀐다. 23년만일 게다. 덩달아 나도 술잔

연거푸 비운다.

 

14. 쑥부쟁이

 

15. 빈지골 계류

 

16. 망대바위산 가는 길

 

16-1. 1,062m봉에서

 

17. 진동리 설피마을 계류

 

18. 란타나, 동네 화원에서

 

19. 동네 화원에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신래65 | 작성시간 10.10.07 너무 아름답고 좋은풍경에 알기쉬운 산행정보와해설, 제가 현장에 있는듯 행복합니다~~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