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줄 알았더니 조각품이었어요"...
1억 년이 빚어낸 천연기념물 암반 명소
입력 2026.05.31 04:00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
1억 년이 빚어낸 기이한 풍경
요선암 돌개구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록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5월의 끝자락, 산그늘이 드리운 계곡 사이로 맑은 강물이 흐른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닿기 전, 주천강 변에는 이른 아침 물안개가 얕게 깔리며 화강암반 위로 조용히 걷힌다.
그 자리에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손길과 무관하게 새겨진 기묘한 구멍들이다. 이 독특한 지형은 오랜 세월 강물과 자갈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2013년 4월 11일 국가유산청이 천연기념물 제543호로 지정하며 공식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의 지질 명소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학술적 가치와 절경이 동시에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 강물이 아직 낮게 유지되는 덕분에 돌개구멍의 형태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신록이 짙어지는 계곡 풍경 속에서 화강암반의 거친 질감이 선명하게 살아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주천강 화강암반 위에 새겨진 지형의 역사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도원운학로 13-39)은 주천강이 화강암반을 가로지르는 지점에 발달한 포트홀 지형이다.
지정 면적 35,927.50㎡에 이르는 이 일대는 무릉도원면의 깊은 계곡과 맞닿아 있으며, 사방으로 산줄기가 이어져 외부 소음이 차단된 고요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오랜 세월 강물의 흐름이 바위를 다듬어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으며, 지질학적 시간이 켜켜이 쌓인 현장이다.
자갈과 소용돌이가 만든 항아리 구멍의 원리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돌개구멍은 강바닥의 오목한 기반암에 자갈과 모래가 쌓이면서 시작된다. 유수가 소용돌이치며 자갈을 회전시키고, 그 마찰이 화강암반을 서서히 깎아낸다.
수십 년, 수백 년이 쌓이며 지름 수십cm에서 1m, 깊이 수십cm에서 2m에 이르는 항아리 모양의 구멍들이 완성된다. 요선암 일대 주천강 하상 약 200m 구간에는 크기와 깊이가 다양한 돌개구멍이 집중 발달해 있으며, 복합적으로 연결된 형태도 관찰된다.
자연이 새긴 조각품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선정과 마애여래좌상, 함께 둘러볼 문화유산
마애여래좌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돌개구멍 인근에는 연계해 방문할 만한 문화재가 두 곳 있다. 요선정은 조선 중기 문인 양사언이 암반에 '요선암'이라는 글자를 새긴 것에서 지명이 유래한 정자로, 주천강 바위 경관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자리한다.
요선정 동쪽 암벽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된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높이 3.5m의 불상이 암벽 위에 단정하게 새겨진 모습은 자연 지형과 어우러져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연중 무료 개방,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요선암 돌개구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선암 돌개구멍은 연중 상시 이용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요선정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주차 후 도보로 약 5분이면 돌개구멍이 있는 강변에 닿는다.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접근은 어렵지 않으나, 우천 시 또는 강수 직후에는 수위 상승으로 돌개구멍이 잠길 수 있어 방문 전 날씨 확인이 필요하다. 관련 문의는 영월군(관리기관) 또는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033-560-2931)으로 하면 된다.
요선암 돌개구멍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억 년의 지질 시간과 강물의 끊임없는 작용이 한 자리에 응축된 공간이다. 암반 위에 새겨진 크고 작은 구멍들 앞에 서면, 인간이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의 두께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장마가 본격화되기 전, 강물이 투명하게 가라앉은 5월의 마지막 주말에 영월 주천강을 찾아 요선암 특유의 고요한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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