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만 년 전 절벽이 병풍 된 사찰에서 바다가 보이네"...
해안·암벽·섬까지 보이는 숨은 명소
입력 2026.06.15 19:30
제주 서귀포 광명사
산방산 자락 사계 해안 품은 숨은 사찰
광명사 해안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정수
한낮의 제주 햇볕이 현무암 위를 뜨겁게 달굴 때, 산방산 기슭은 혼자만 서늘합니다. 절벽 바위가 만들어낸 그늘 속에 고목 한 그루가 묵묵히 서 있고, 그 뒤로 작은 사찰의 기와 처마가 살짝 얼굴을 내밉니다.
소란 없이 앉아 있는 이 풍경이, 광명사입니다. 산방산 암벽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배경이 되는 이곳은, 앞으로 사계 해안과 형제섬이 펼쳐지고 뒤로는 높이 395m의 조면암 절벽이 병풍처럼 막아선 자리입니다.
일붕선교종의 성지로 알려진 만큼, 전국에서 제자와 불자들이 스승을 기리기 위해 찾는 도량이기도 합니다.
제주 서귀포 광명사
광명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정수
광명사(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로 218-13)는 약 87만 년 전 조면암질 용암이 솟구쳐 형성된 산방산의 기슭에 터를 잡은 사찰입니다.
산방굴사를 전신으로 하며, 1932년 서경보 스님이 이곳에서 출가해 수행자의 길을 시작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훗날 일붕선교종을 창종하고 세계법왕청 초대 법왕으로 취임하는 한국 현대 불교사의 중요한 인물이 됐습니다.
경내 마당 한가운데에는 주장자를 들고 법문하는 듯 역동적인 그의 전신상이 세워져 있으며, 공덕비에는 창건주 광명화보살과 서경보 스님의 기록이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석불과 고려 목판본이 봉안된 도량
광명사 대웅전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정수
광명사 대웅전에는 1926년 창건주 방동화 스님이 조성한 건칠 석가불좌상이 봉안되어 있으며, 중앙 석가모니불 좌우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협시하는 구성입니다.
단청을 생략한 대웅전은 암갈색 나무판으로 마감된 천장과 세월의 결이 새겨진 처마가 화려함 대신 고요한 수행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조선 시대에 간행된 능가경 목판본 4책과 고려 시대 유마힐소설경 목판본 1점이 소장되어 있어, 단순한 기도처를 넘어선 유물 보존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산방굴사 보문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광명사 입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고목이 일주문을 대신해 참배객을 맞이합니다. 잎이 울창하게 뻗어 하늘을 가리는 이 나무 아래를 지나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앞마당에서 경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뒤로는 산방산 기암절벽이 솟아 있고, 앞으로는 사계 해안의 모래와 형제섬, 그 너머 제주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구도입니다.
인근에는 산방사와 보문사가 나란히 자리하며, 조금 더 오르면 영험한 기운으로 이름난 산방굴사에도 닿을 수 있어 연계 산책 동선으로 이어집니다.
무료입장에 주차까지, 방문 안내
산방산 일대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상일
광명사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유료·무료 주차장이 모두 마련되어 있어 차량 방문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산방산 일대는 명승으로 지정된 데다 암벽 식물 지대가 희귀식물 지네발란 자생지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은 구역이므로, 자연 훼손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주변 사찰을 함께 돌아볼 계획이라면 이른 오전 방문이 조망과 조도 면에서 가장 쾌적한 편입니다.
광명사 계단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정수
산방산이라는 거대한 배경과 바다를 동시에 거느린 사찰은 흔치 않습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목판본 유물과 단단한 전각, 스승을 기리는 이들의 발걸음이 한데 모이는 광명사는 관광지로서보다 살아 있는 신앙 공간으로서의 무게가 더 묵직합니다.
제주 서남부를 여행하는 일정 중 반나절을 이곳에 얹으면, 바다와 산이 만나는 풍경 속에서 전혀 다른 깊이의 시간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 #광명사 #산방산 #사찰 #해안 #국내여행
"87만 년 전 절벽이 병풍 된 사찰에서 바다가 보이네"... 해안·암벽·섬까지 보이는 숨은 명소 < 국내여행 < 여행 < 기사본문 - 아던트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