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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기자회견문

또 다른 김지은으로서 우리는 요구한다 : 김건희와 MBC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작성자진주여성민우회|작성시간22.01.26|조회수7 목록 댓글 0

또 다른 김지은으로서 우리는 요구한다 : 김건희와 MBC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지난 1월 16일 MBC는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기자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제보 받아 편집본을 단독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건희씨는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상 유죄가 확정되어 복역 중인 안희정 전 도지사의 사건에 대해 “둘이 좋아서”, “강간한 것도 아니고” 등과 같은 사법적 판결을 부정하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포하는 발언을 하였다. 또한 “미투 터지는 건 돈을 챙겨주지 않아서”, “돈은 없는데 바람은 펴야겠고” 라는 식의 미투 운동에 대한 폄하 발언을 이어갔다. 이는 성폭력에 대한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폭력은 처벌받아야 할 범죄가 아닌 사적 문제, 장난, 연애사건, 추문,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재정되었지만 여전히 ‘진짜’ 성폭력과 피해자는 따로 있고, 피해자에게는 ‘어쨌든 부끄러운 일’과 같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여성들은 오랜 시간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와 성폭력을 허용해왔던 한국사회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용기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선출직 고위공직자들의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범죄를 연이어 공론화했다. 피해여성들의 용기가 없이는 불가능했다. 미투 운동은 성차별과 성폭력이 한국사회의 반복되고 만연한 구조적인 문제로서, 개인의 ‘사건’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특히 공직기관의 변화와 젠더평등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시대적 지표이기도 했다.

김건희씨는 야당 소속 대선후보의 배우자이다. 녹취록에서 김건희씨가 “아저씨”라고 언급한 대선후보는 전 검찰총장 이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해당 발언은 기자와의 대화 중 일부다. 김건희씨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위치가 가진 영향력은 크다. 공중파를 통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유죄가 확정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로, 강간이 아닌 스캔들로 둔갑하고, 미투를 전 후로 변화를 만들어냈던 수많은 김지은들을 조롱하고 삭제했다. 이러한 발언은 ‘어찌됐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대선후보의 가벼운 사과로 묵과할 수 없다.

책임은 MBC에게도 있다. 녹취록이 공개된 프로그램에서 MBC 측의 명확한 입장과 관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청자들의 판단에 맞기겠다.'식의 보도는 해당 방송분의 온라인 게시페이지에 2차 가해성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공중파 언론으로서 ’2차 피해‘를 간과한 무책임한 행보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또 다른 김지은인 우리는 대선 국면에서 성폭력 사건과 미투운동을 정쟁의 도구로, 특종 건수로, 혹은 ‘별일 아닌데 시끄럽게 떠드는’ 그 무엇으로 여기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김지은씨는 성폭력 피해자이자 동시에 충남도지사, 유력 대권후보였던 가해자를 고발한 공익제보자다. 국가와 사회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 오늘도 안전한 일상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김지은들에게 내일의 '정의'를 빚지고 있음을 성찰해야 한다.

우리는 또 다른 김지은으로서 이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요구한다. 김건희씨는 사법적 판결을 부정하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유포한 것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하라. MBC는 해당 내용 공개 결정 과정을 성찰하고, 자사 보도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해 사과하라.


2022.1.21.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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