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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굽은 나무와 곧은 나무

작성자장진호|작성시간14.04.23|조회수66 목록 댓글 0

                                                              굽은 나무와 곧은 나무

 

지식 기반 사회는 지식의 주기가 짧아서, 쉴새없이 새로운 지식을 충전하지 않으면 적응하기가 힘들어진 사회다. 사물을 보는 시각 또한 수시로 달라져서, 사물에 대한 해석의 방향도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게 변한다. 이른바 패러다임이 급속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부지런히 일만 하는 개미는 옳고, 노래만 부르는 베짱이는 그른 것이라는 생각도 바뀌어 가고 있다. 개미는 일년 내내 기어다니는 것이 그들의 삶이고, 베짱이는 여름 내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그들의 삶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각각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훌륭한 삶이라는 것이다. 양자가 다 자기대로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이들을 서로 비교하여 옳고 그름을 매기는 것은 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한다는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거북이가 토끼와 경주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끼는 토끼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대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난 값진 존재이며, 전자는 깡충깡충 뛰는 재주를, 후자는 엉금엉금 기는 재주를 가지고 태어난 독자적 존재라는 것이다. 둘 다 자기만의 소중한 특기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무엇 때문에 서로 경주를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실존적 가치를 접어두고, 서로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고, 줄 세우기에 힘을 쏟았다. 각자가 가진 특기와 적성이 중요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로운 것임을 소홀히 해온 것이다.

곧은 나무만이 쓸모가 있고, 굽은 나무는 쓸모없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전각의 중인방(中引枋)에 둥글고 굽은 나무를 써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지은 것을 보고, 평소의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크게 뉘우친 적이 있다. 곧은 나무는 곧은 나무대로 쓰일 곳이 있고, 굽은 나무는 굽은 나무대로 쓰일 곳이 따로 있는 것이다.

장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장 속에 가두어 놓은 기러기 중에서 어느 것을 잡아먹을까를 여쭈니, 주인이 말하기를, 기러기는 밤중에 울어야 하는데, 그 때를 알아보지 못하고 초저녁에 우는 놈은 쓸모가 없으니 그놈을 잡으라고 하였다.

또 뒷산에 가서 집짓는 데 쓰일 재목으로, 어떤 것을 골라 올지를 물으니, 주인이 답하기를, 가장 곧게 자란, 쓸모 있는 것을 베어 오라고 하였다.

이를 들은 하인이 묻기를, 기러기는 가장 나빠서 먼저 죽고, 나무는 가장 좋아서 먼저 죽으니, 이것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되느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다.

좋으니, 나쁘니 하는 것도 그 기준에 따라 다른 것이다.

특히, 사람을 가르칠 때나 평가할 때, 일방적인 기준으로 그 우열을 가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더욱이, 이러한 이분법적 평가나 줄 세우기가 도를 넘는 경쟁으로 몰아붙이고, 상대방을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사활의 대상으로만 보게 하는 편향된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 우리도 상대방을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동의 대상으로 보게 하는 교육을 강조해야겠다. 협동은 경쟁보다 어렵다. 그러나 협동이 주는 상호보완적 효과는 경쟁보다 몇 곱절이나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밝게 만드는 것임을 커 가는 아이들에게 알게 해야겠다.

그리고 곧은 나무는 곧은 나무대로, 굽은 나무는 굽은 나무대로 다 쓸모가 있음을 알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감싸 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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