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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여인의 가슴속 끓는 피

작성자장진호|작성시간15.06.07|조회수107 목록 댓글 0

여인의 가슴속 끓는 피

 

이 땅의 따스한 햇볕을 받고, 온기 어린 이 땅의 흙을 밟고 살았던 여인들의 뜨거운 가슴, 그 속에서 일렁이는 정과 한을 두어 편의 시에서 살펴본다. 신라 때의 설요(薛瑤)와 고려 때의 우돌(吁咄), 동인홍(動人紅)의 시가 그것인데, 작자들은 모두가 당대의 가장 뛰어난 여류 시인들이다.

 

설요의 ‘속세로 돌아가고파(返俗謠 )’

 

모든 것을 비우고 정숙함을 생각했지  化雲心兮思淑貞(화운심혜사숙정)

적막한 골짝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洞寂寞兮不見人(동적막혜불견인)

곱디고운 요초는 짙은 향기 뿜어 내네  瑤草芳兮思芬蒕(요초방혜사분온)

아, 어이할거나 꽃다운 내 청춘을       將奈何兮靑春(장내하혜청춘)

 

설요는 경덕왕 때 사람으로 15세 때 아버지가 죽자 삭발하고 승려가 되었다가, 6년 만에 이 노래를 지어 부르고 환속하여 곽원진이란 사람의 첩이 되었다. 이 시는 우리 시에 보이는 최초의 여류 작품으로 문학사적인 의의가 크다. 시 첫머리에 나오는 化雲心이란 말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허공에 뜬 구름과 같은 마음이란 뜻으로, 불교의 공과 연결되는 마음이다.

 

동인홍의 ‘스스로 읊다(自敍)’

 

기생집의 여인과 양갓집 여인에게   倡女女良家(창녀여량가)

그 마음 어찌 다른지 물어볼거나     其心問幾何(기심문기하)

가련치만, 지켜가는 이내 절개는     可憐栢舟節(가련백주절)

하늘에 맹세코 죽는대도 딴 뜻 없다 自誓死靡他(자서사미타)

 

비록 기생이지만 절개를 지키려는 마음은 양갓집 여인네와 다름이 없다는 신조를 드러내고 있다. 정절을 지키는 마음에는 신분의 차이는 없는데도, 세상은 그렇게 봐 주지 않음을 고발한 시이기도 하다. 動人紅이란 글자 그대로 사람의 얼굴을 붉게 만든다는 뜻이니, 허튼 짓을 부리는 시시한 사내들의 얼굴을 벌겋게(부끄럽게) 만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우돌의 ‘송국첨에게 바치다(呈宋佐幕國瞻)’

 

넓고도 고요한 마음 쇠와 같아서        廣平腸鐵早知堅(광평장철조지견)

한 베개에 같이 잘 맘 전혀 없다네      兒本無心共枕眠(아본무심공침면)

소원은 이 하룻밤 술 있는 자리에서    但願一宵時酒席(단원일소시주석)

시를 짓는 향기로운 인연 맺어 갈거나 助吟風月結芳緣(조음풍월결방연)

 

우돌은 고려 고종 때 용성의 관기다. 이때 송국첨이란 사람이 군사고문관으로 이곳에 왔다가 우돌의 정절을 익히 알고 있었기로 집적대지 않았다. 그래서 우돌은 이 시를 지어 바쳤다. 아무리 기생의 몸이지만 마음만은 굳은 쇠와 같아서 아무렇게나 몸을 돌리지 않으며, 오직 주석이지만 시를 지어 주고 받는 향기 높은 인연을 맺자는 내용이다. 吁咄이란 말은 탄식하며 혀를 찬다는 뜻인데, 평소 우돌의 기품 있는 자세를 그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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