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혜와 식해
식혜와 식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식혜(食醯)는 엿기름을 우린 웃물에 쌀밥을 말아 독에 넣어 더운 방에 삭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음료다. 우리가 보통 단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식해(食醢)는 토막을 낸 생선에 고춧가루 등을 넣어 삭힌 음식이다. 그러니 이 두 가지 음식은 전혀 다른 종류다. 醯 자와 醢 자는 다 같이 육장(肉醬)이란 뜻으로는 통용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醯 자는 ‘식혜 혜’ 자로, 醢는 ‘젓갈 해’ 자로 구분하여 읽힌다. 시중에 캔으로 만들어져 음료로 시판되는 것은 식혜이고, 안동 지방에서 밥에 생선과 고춧가루를 섞어 삭혀 먹는 음식은 식해이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 ‘식혜 먹은 고양이 속’이라는 것이 있다. 이 속담은 ‘죄를 짓고 그것이 탄로날까 봐 근심하는 마음’을 뜻할 때 쓰는 말이다. 고양이가 생선도 아니고 어째서 식혜를 먹은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속담의 ‘식혜(食醯)’는 ‘식해(食醢)’로 바꿔 써야 마땅하다. 식해는 주재료를 생선으로 하는 젓갈의 일종으로, 생선을 토막 친 다음 소금, 조밥,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몰래 먹은 것은 ‘식혜’가 아니라 ‘식해’일 가능성이 크다. 고양이는 육식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속담을 보면 사람들이 식혜와 식해를 자주 혼동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해로 가장 유명한 것은 함경도의 가자미식해라 한다. 잔뼈까지 먹을 수 있는 가자미 식해는 그야말로 일미라 한다.
그러면 식해를 먹은 고양이 속이 어떠하기에 이런 속담이 나온 것일까? 식해는 깊은 맛을 내기까지 따뜻한 곳에 두고 삭혀야 하는데, 어린 아이들은 그 삭는 것을 참지 못해 몰래 부뚜막 단지를 열어 손가락으로 식해를 몇 점 집어 먹고는, 어른들께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이 먹어야 할 음식을 고양이가 몰래 훔쳐 먹었으니 얼마나 조마조마하겠는가? 바로 여기에서 ‘식혜 먹은 고양이 속’이라는 속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