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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개똥벌레

작성자장진호|작성시간15.10.13|조회수137 목록 댓글 0

개똥벌레


개똥벌레는 반디나 반딧불이의 다른 이름이다. 여름밤의 정서를 한껏 북돋우고, 후대 시인들이 사랑의 매개체로 노래했던, 그 기품이 깃든 벌레 이름에 왜 개똥을 붙였을까?

홍자성이 쓴 잠언서인 채근담에, “굼벵이는 더러우나 매미로 변하여 가을바람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개똥벌레가 되어 여름밤에 아름다운 빛을 낸다.”는 구절이 있다. 썩은 풀이 변하여 개똥벌레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는, 우리 선조들은 개똥벌레가 개똥이나 소똥에서 생겼다고 생각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면서, 반디가 밤에 돌아다니다가 낮에는 똥 밑에서 숨어 지내기가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의견은 다 짐작으로 지어낸 이야기들이다.

개똥이 앞에 붙은 말은 개똥밭, 개똥갈이, 개똥참외 등이 있다. 그런데 개똥벌레는 이들 말과는 그 함의가 좀 다르다. 앞의 말들은 다 실제의 개똥과 관련된 말이다. 즉 개똥밭은 개똥이 여기저기 많이 널려 있는 더러운 땅이나 땅이 건 것을 가리키고, 개똥갈이는 개똥 거름을 주어 밭을 가는 것을 가리킨다. 개똥참외는 개똥처럼 여기 저기 저절로 열려 있는 참외나, 참외를 먹은 사람의 똥에 씨앗이 섞여 나와서, 저절로 자라서 열린 참외를 가리킨다. 그러나 개똥벌레는 이런 말들과 달리, 개의 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러면 개똥벌레의 개똥은 무슨 의미일까?

먼저 우리말의 접두사 ‘개-’를 보자. ‘개-’는 일부 명사의 어근에 붙어,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고 변변하지 못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개살구, 개비름, 개나리 등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 ‘개-’는 동물 이름 개[犬]에서 온 것으로 알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고유어 ‘갖’에서 온 것이다(李鐸 1967). ‘갖’은 표피表皮나 가짜[假]의 뜻을 지닌 말로 가죽, 거죽, 갓[邊], 겉, 살갗 등의 뿌리가 된 말이다. ‘갖’은 내용물이 아닌 표피이기 때문에, 진이 아닌 가라는 2차적인 뜻을 담게 된 듯하다.

개똥벌레의 ‘개’도 동물 이름인 개에서 온 것이 아니라, 가짜를 뜻하는 ‘갖’에서 온 것이다. 이 갖은 후대로 오면서 ‘개’로 변하였다.

그러면 개똥벌레의 ‘똥’은 무엇일까? 항문으로 배설하는 똥[]일까?

개똥벌레의 ‘똥’은 그 똥이 아니라. 등의 변한 말이라 생각된다. 이 등이 ‘갖등’이 되고, 뒷날 ‘갖’이 ‘개’로 변함에 따라 ‘개ㅅ등갯등’이 된 것이다. ‘갯등’은 진짜 등이 아닌 가짜 등이란 뜻이다. 시골 아이들은 지금도 개똥벌레를 잡아서 호박꽃에 넣어 싸서 등을 만든다. 이것이 가짜 등 곧 ‘갯등’이다. 널리 알고 있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고사도 바로 이 ‘갯등’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 ‘갯등’이 후대로 내려오면서 소리 나는 대로의 ‘개뜽’이 되고, ‘개뜽’이 개똥으로 변한 것이다. ‘개뜽’이 개똥으로 변한 데에는 기존의 개똥밭, 개똥갈이 등의 말에 유추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개똥벌레는 개똥같은 더러운 이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작은 등불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서 온 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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