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토우의 뱀과 개구리
인간의 욕망은 한이 없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려 한다. 이러한 인간이 지닌 욕망의 극을 보여 주는 것이 순장이라는 풍습이다. 살아서 누리던 영화를 저 세상에 가서도 누리겠다는 욕심으로, 이승에서 가지고 있던 물건이나 말 등은 물론이고, 곁에서 돌보던 사람들의 산목숨까지도 빼앗았다.
이러한 풍습은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우리나라도 삼국시대 이전에는 광범하게 순장이 이루어졌다. 고령의 가야 고분이나 경산 임당 고분에서도 순장자 및 부장품을 볼 수 있다. 경남 김해시 대성동 1호분에는 주인공 주변에 다섯 명의 순장자가 함께 묻혀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경주 황남동 미추왕릉 지구의 황남대총에서는 무덤의 주인공인 60대 남자와 20대 여성이 같이 순장되었다.
이러한 순장의 풍습은 점차 고착되어, 주인이 죽으면 자발적으로 따라 죽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고구려 동천왕이 죽었을 때에, 나라 사람들이 왕의 죽음을 슬퍼하여, 왕을 따라 죽어 함께 묻히려는 자가 많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살아 있는 사람을 강제로 죽여 함께 묻는 참혹함을 빚기도 하였다. 경북 경산시 임당동 고분군의 순장자들은, 모두 둔기에 맞아 죽은 후에 순장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순장의 풍습도, 노예의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처첩의 인격이 점차 중시되어, 점차 약화되어 지증왕 때 와서는 마침내 폐지되었다.
순장 폐지에 따라 함께 묻었던 사람이나 동물은, 대용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에 신라 사람들은 그 대용물을 주로 흙으로 빚은 토우(土偶)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신라 토우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남녀의 성기를 크게 만든 것과 거북, 개구리, 뱀 등을 소조한 것이다. 경주 노동동 제11호분에서 출토된 높이 40㎝의 항아리에는, 긴 지팡이를 가진 남자가, 한 쪽 손으로 크게 과장한 성기를 붙들고 서 있고, 그와 더불어 뱀, 개구리, 새, 오리, 거북 등이 붙어 있다.
그러면 신라인들은 왜 그러한 모습의 토우를 만들었을까?
거북은 우주적 심상을 지닌 신성한 동물로서, 김수로왕의 강림신화에도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십장생의 하나로서, 수천년을 산다는 장수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저승으로 간 자나 이승에 남아 있는 자가, 함께 바라는 영생의 기원을 담고 있다. 동양에서는 거북이,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자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새, 오리 또한 이러한 매개자의 기능을 지닌다. 새는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자다. 솟대는 바로 그러한 역할의 상징이다. 또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 사이에는 큰 강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죽은 자는 반드시 그 강을 건너서 저승으로 간다. 그래서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이란 말도 생겨났다.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가는 데 오리는 큰 역할을 담당한다. 새와 오리는 그래서 토우로 만들어졌다.
남녀의 성기를 두드러지게 크게 나타낸 것은, 풍요와 다산(多産)을 꿈꾼 것이다. 성(性)은 생산을 의미한다. 보리 씨앗을 뿌린 논밭으로 가서, 남녀가 벌거벗고 거기서 함께 뒹군 풍습이 일제시대까지 남아 있었다. 풍년을 기원한 유습이다. 유방이나 엉덩이를 과장하거나, 임신한 상태의 여인 토우도 다 그런 이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뱀과 개구리는 재생과 생생력(生生力)을 상징한다. 한말로 영생을 상징한다. 뱀은 허물을 벗는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도 죽음이라는 허물을 벗고 재생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개구리 역시 마찬가지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고 다시 깨어난다. 겨울잠이라는 죽음의 과정을 거치고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뱀과 개구리는 대표적인 달동물(lunar animal)이다. 달동물이란 달과 같은 동물이란 뜻에서 생긴 용어다. 달은 초승에 태어나 보름 때 커졌다가, 그믐이 되면 죽었다가 또 다시 살아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지닌 동물을 달동물이라 부르는 것이다.
뱀과 개구리가 고대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달동물이 지니는 그러한 생산성과 재생의 상징 대문이다.
지렁이가 신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이유도 또한 같다. 지렁이는 땅위로 나왔다가는 또 땅속으로 사라졌다 하는 달동물이기 때문이다.
지렁이가 밤에 몰래 와서 여인과 사통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백제의 무왕이나 견훤의 아버지도 지렁이었다. 또 지렁이 고기를 먹고 눈 뜬 시어머니 개안설화(開眼說話)도 이래서 나온 것이다. 가난한 며느리가 남편의 출타 중, 장님인 시어머니에게 드릴 것이 없어 지렁이를 잡아 국을 끓여 드렸는데, 아들이 오자 이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며느리가 매일 이 고깃국을 대접해 줘 내가 살이 이렇게 쪘다’며 삿자리 밑에 숨겨 놓았던 고기를 자랑삼아 꺼내 보였다. 아들이 보니 지렁이라서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니, 그 소리에 놀라 장님 어머니가 눈을 떴다는 이야기다.
달동물인 지렁이의 생생력(生生力)을 여실히 드러낸 이야기다.
이와 같이 신라 토우는 사후의 풍요와 재생을 바라는 상징물들이 많다. 그들은 뱀이나 개구리처럼 영원히 살기를 바랐다. 인간의 욕망은 실로 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