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장진호

언어도단言語道斷

작성자장진호|작성시간18.03.08|조회수241 목록 댓글 0

언어도단言語道斷


언어도단言語道斷은, 경우에 어긋난 말을 듣고 어이가 없을 때, 당치도 않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의 원래 뜻은 그와는 좀 다르다.

이 말은 불교에서 나온 말인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의 길이 끊어졌다는 뜻이다. 심오한 진리의 세계, 즉 깊은 깨달음의 경지는 말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다.

󰡔법화경󰡕 「안락행품」에, “모든 법은 허공과 같아 성품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모든 말의 길이 끊어져서 생기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으며”란 구절이 있고, 󰡔유마경󰡕 「아촉불품」에도, 진리는 분별을 떠난 것이라는 것을 열거하는 중에, “나가는 것도 아니며 들어오는 것도 아니며, 일체의 언어가 끊어진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또 󰡔지관止觀󰡕에는 “언어도단 심행멸처言語道斷 心行滅處”라는 구절이 있다. 말이 끊어지고 마음이 가는 곳도 없어졌다는 뜻이다. 이 모두가, 일체의 걸림이 없는 깨달음의 경지를 가리키는 설법들이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언어도단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이러한 속뜻으로 표현한 말들도 많다.

󰡔금강경󰡕에는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라.”는 말이 있고, 공자도 “하늘은 말을 하지 않는다天何言哉”라 하였고, 󰡔장자󰡕에는 “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버리라.”는 말이 있다. 비트겐슈타인도 “지붕으로 올라간 뒤에는 사다리를 던져버리라.” 하였다. 노자 또한 󰡔도덕경󰡕에서 “도를 도라고 말하면 도가 아니라.”고 하였다. 이들도 모두 진리를 깨달으면, 그것을 가리킨 말을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즉 진리는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경지라는 말이다.

어떻든 언어도단이란 말의 원래 뜻은 지금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뜻과는 거리가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