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곰보인 총각이 장가를 못 가서 안달을 하다가 주인집 아줌마의 소개로 얼굴이 제법 그럴싸한 아가씨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갈보였다. 곰보 총각은 장가는 가고 싶고 해서 그녀가 갈보라도 그냥 눈 딱 감고 결혼하기로 약속을 했다.
어느 날 찻집, 공원 등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서 식당에 들어갔다. 종업원이 무엇을 주문할 것이냐고 물었다. 아가씨는 갈비탕을, 총각은 곰탕을 주문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보통이요 특이요?”라고 물었다. 두 사람은 다 같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종업원이 주방에다 “여기에 갈보 하나, 곰보 하나요.”라고 소리쳤다.
곰보 총각이 화가 엄청 나서 “도대체 누가 곰보이고 갈보라는 거야?”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종업원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하는 말이 “곰탕 보통이 곰보이고, 갈비탕 보통이 갈보인데요?”
인터넷에 떠도는 유모어다.
그러면 곰보와 갈보는 어디서 온 말일까?
천연두는 지난날 가장 무서운 돌림병이었다. 천연두에 걸리면 염증이 매우 심했는데, 얼굴 부위에 그 염증이 나은 흔적이 옴팍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이 곰보다. 지금은 천연두가 사라져서 그런 사람을 볼 수가 없다.
곰보는 ‘곪다’의 ‘곪’에 접미사 ‘-보’가 붙어서 된 말이다. 이때 ‘곪’의 발음이 ‘곰’이 되고, ‘보’는 ‘뚱보, 먹보, 바보, 심술보’ 등에 보이는 접미사 ‘-보’다.
갈보는 몸을 파는 여자를 일컫는데, 이 말은 19세기에 생긴 말이다. 그런데 갈보의 ‘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접미사인데, ‘갈’은 무슨 뜻일까?
갈보의 ‘갈’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어서 몸을 상하게 하는 갈(蝎)이라는 해충에서 따온 말이라는 설이 있다. 구한말의 민속학자인 이능화는 자신의 저서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에서 몸 파는 유녀를 가리켜 ‘갈보(蝎甫)’라 하는데, 그 뜻은 피를 빠는 빈대라고 하였다.
또 어떤 이는 그 ‘갈보’라는 말은 ‘가르보’라는 여자 배우 이름에서 왔다고 하였다. 스웨덴 태생의 미국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그 미모로 해서 세계 영화 애호가들의 간장을 녹여낸 여배우이다. 그런데 그가 맡은 역 가운데는 갈보 같은 구실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무슨 영화에서의 가르보 같은 년’이라고 하다가 나중에 ‘갈보’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다 민간 어원설에 지나지 않는다.
갈(蝎)은 蠍의 약자인데 전갈을 뜻한다. 전갈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지도 않으며 빈대를 뜻하는 말도 아니다. 고유어에 ‘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갈’은 작은 나무의 잎을 갉아먹는 해충이다. 떼로 몰려 나뭇잎을 갉아 먹기 때문에 삽시에 나무가 말라 죽는다. 기생하여 본체를 갉아먹는 것은 갈보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갈’은 긴소리로 내는 말이다. 그런데 ‘갈보’의 ‘갈’은 짧은소리이기 때문에 그 ‘갈’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배우 이름인 가르보가 줄어서 갈보가 되었다는 것도 허탄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면 갈보의 ‘갈’은 무엇일까? 이 ‘갈’은 ‘갈다’의 어간이다. ‘갈다’는 ‘바꾸다’의 뜻이다. ‘갈보’는 이 사내 저 사내 바꾸어 상대하는 여자다. ‘보’는 바보, 심술보처럼 명사 뒤의 접사로 쓰인 경우도 있지만, ‘먹보, 울보, 째보, 뚱보’ 처럼 용언의 어간과 잘 결합하는 성질이 강하다. 즉 ‘먹다, 울다, 째다, 뚱뚱하다’의 어간이 그것들이다. 먹보는 먹기를 잘하고, 울보는 울기를 잘하는 것처럼 갈보는 이 사람 저 사람 갈기(바꾸기)를 잘한다. 갈보는 갈기를 잘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갈보다.
그런데 ‘보’를 여성의 성기 ‘보 x’를 가리킨다고 하는 설이 있으나 이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보x’의 ‘보’를 따서 이루어진 합성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