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축물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그랭이 기법이다.
그랭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 기법의 하나인데, 사전에도 올려져 있지 않은 단어다. 그랭이는 자연석 기단 위에 다른 구조물을 놓을 때, 자연석의 곡면에 맞추어 위에 놓는 구조물의 표면을 정교하게 깎아 접합부를 밀착시키는 방법이다. 즉 울퉁불퉁한 자연석의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울 때, 주춧돌의 표면을 기둥에 맞춰 평평하게 깎는 것이 아니라, 주춧돌의 요철에 맞추어 기둥의 아랫면을 깎아내는 기법이다. 울퉁불퉁한 주춧돌의 자연미를 그대로 살리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우리나라 건축물의 전반에 적용되었다. 불국사의 석축 하부와 석가탑의 기단부도 이 기법이 사용되었다. 쉽게 말하면 그랭이는, 아랫부분의 자연미를 살려 윗부분을 거기에 맞게 다듬는 것으로,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미도 살리고, 아래에서 떠받치는 안정감도 획득할 수 있다. 불국사의 석축이 그간의 지진에도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은 이 그랭이 기법 때문이다.
그리고 고창의 고인돌이 수천 년 동안 지탱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그랭이 때문이라 한다. 자연의 질서에 맞게 다듬는 것이 오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알고 있었다.
분황사 모전탑 석축
불국사 석축
아랫돌의 곡면에 맞추어 윗돌을 깎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