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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기념(紀念) / 기념(記念)

작성자장진호|작성시간21.03.11|조회수782 목록 댓글 0

 

紀念(기념)과 記念(기념) 중 어느 것이 맞느냐에 대한 논쟁이 시끄럽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紀 자는 ‘벼리 기’로 읽고, 記 자는 ‘기록할 기’로 읽는다. 그런데 두 글자에 모두 ‘기록하다’는 공통적인 뜻이 있어서 혼란을 불러오는 것 같다.

그런데 중국 사전인 󰡔사해(辭海)󰡕에는 紀念은 올라 있고 記念은 올라 있지도 않다. 일본의 모로하시 데쓰지(諸橋轍次)가 쓴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에는 紀念은 記念의 속용(俗用)이라고 적혀 있다. 紀念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보아 전통적으로 중국은 紀念, 일본은 記念을 관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서는 기념을 ‘紀念․記念’ 두 가지를 다 쓰고 있는데, 기념비, 기념일, 기념물 등의 단어는 모두 ‘紀念’으로 적고 있다.

한글학회 󰡔중사전󰡕에서는 두 가지를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하였고,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에서는 紀念은 ‘오래도록 사적을 전하여 잊지 아니함’이란 뜻이라 풀이하고 기념물, 기념 대회, 기념식, 기념일, 기념행사 등 모두를 紀念으로 적었다. 記念은 ‘기억하여 잊지 아니함’이란 뜻이라고 풀이는 해 놓고 그 용례는 하나도 들지 않았다. 신기철․신용철의 󰡔새우리말큰사전󰡕에서는 紀․記를 다 같이 쓰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기념’에 紀念․記念을 다 같이 쓰고 있다. 그래서 기념이란 말이 단일어로 쓰이는 경우는 전부 紀․記를 같이 쓰게 되어 있다. ‘기념 논문, 결혼 기념, 출판 기념, 기념 대회, 기념 촬영, 기념 강연회, 기념 공연, 기념 무대, 기념 문집, 결혼 20주년 기념’ 등과 같이 기념이 독립된 하나의 단어로 쓰일 때는 紀․記를 같이 쓰게 되어 있다. 그리고 ‘기념되다, 기념하다’ 등도 ‘-되다, -하다’ 같은 접사가 붙어서 하나의 단어가 되었기 때문에 역시 그러하다. ‘길이 기념(紀念․記念)되어야 할 거룩한 희생정신’, ‘어떤 뜻에서라도 기념(紀念․記念)되는 일이다’와 같이 쓴다. ‘3․1절은 꼭 기념(紀念․記念)되어야 할 국경일이다’, ‘생일은 한 생명이 태어난 것을 기념(紀念․記念)하고 축하하는 날이다’ 등과 같이 쓰면 된다.

그런데 ‘기념관, 기념물, 기념비, 기념식, 기념일, 기념패, 기념우표, 기념주화, 기념행사’ 등의 말은 ‘紀念-’으로 쓰고 있다. 그러니 전통적으로 써 오던 紀念이란 글자로 쓰고 있다.

요약하면 ‘기념’이나 ‘기념하다, 기념되다’ 또는 ‘기념 공연, 기념 무대’와 같이 단일어로 쓰인 경우는 紀念․記念 어느 쪽을 써도 되고, ‘기념관, 기념물, 기념식, 기념일’과 같이 두 개의 말이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말들은 紀念으로 쓰면 되겠다.

어떻든 간에 ‘紀’ 자는 ‘기념’이 들어가는 어떤 말에라도 쓸 수 있으니 그렇게 알고 쓰면 큰 잘못이 없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일반인들이 ‘기념(紀念․記念) 무대’는 띄어 쓰고 ‘기념(紀念)행사’는 붙여 쓰는 이런 차이점을 확실히 구별하여 적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국어원에서는 살펴서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참고로 紀 자에는 ‘벼리, 실마리, 통하다’의 뜻이 있으므로 기원(紀元), 본기(本紀), 기강(紀綱), 기년(紀年), 기서(紀序), 기전체(紀傳體), 기통(紀統), 기행문(紀行文) 등으로 쓴다는 점을 알아 두면 좋겠다. 그래서 단기, 서기는 檀紀, 西紀로 적는 다. 또 󰡔삼국사기󰡕는 三國史記지만 그 안의 신라 본기, 고구려 본기, 백제 본기는 本紀로 적는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일본의 양대 역사서인 고사기와 일본서기는 각각 古事記와 日本書紀로 적었다. 그래서 양대 역사서에 실려 전하는 고대 가요를 합해서 부를 때 기기가요(記紀歌謠)란 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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