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이 곧 복입니다
법륜
“불교대학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이 우리가 평소 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종교를 복을 비는 무언가로 생각합니다. 어떤 힘 있는 존재가 자기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라면서 빕니다. 그런데 수행은 이렇게 비는 행위가 아닙니다. 수행은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자신의 괴로움을 해소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대학에 와서 겪는 첫 번째 변화입니다.
두 번째로 마주하는 어려움은 불교대학을 흔히 불교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고, 교리를 공부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불교 교리를 공부한다고 해서 내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복을 비는 건 믿음의 요소이고, 교리를 공부하는 건 철학적 요소입니다. 종교에는 믿음의 요소가 많고, 철학에는 이해와 논리의 요소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수행의 길은 종교적인 길도 아니고 철학적인 길도 아닙니다. 수행의 목표는 내 삶이 괴롭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수행의 길에서는 지식이 많든 적든, 믿음이 있든 없든, 하나님을 믿든 부처님은 믿든, 이러한 것들을 논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재물의 많고 적음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도 논하지 않고, 수행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전혀 논하지 않습니다. 수행에서는 내가 괴롭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농사를 짓고 살든 무엇을 하고 살든,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아이가 있든 없든, 이런 환경이나 조건을 논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조건과 환경에서도 내가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수행의 자세입니다.
앞에서 졸업 소감을 발표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란 가정환경도 어렵고, 결혼한 이후의 삶도 어렵고, 참으로 어려운 조건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어려운 조건에서 살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마치 추운 곳에서 동상에 걸리고, 더운 곳에서 더위를 먹는 것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것입니다.
우선 어려운 조건에서도 상처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추운 곳에서도 동상에 걸리지 않고, 더운 곳에서도 더위를 먹지 않도록 적절한 자기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겪을 당시에는 어리석어서 그런 자기 보호를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이켜서 어리석음 때문에 생긴 과거의 상처는 앞으로 치유를 해나가야 하고, 앞으로 새로운 상처는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수행은 이미 생긴 병은 치료하고, 다시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해나가는 것입니다.
어떻게 태어났든, 어떻게 자랐든, 어떤 경험을 했든, 그건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법을 만난 자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서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감문 발표를 하신 분을 보고 여러분도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나도 힘들다고 하지만 저분보다는 덜 힘들지 않았는가. 저런 분도 법을 만나서 이렇게 희망을 갖고 행복을 누린다면, 내가 무엇 때문에 누리지 못하겠는가?’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가끔 ‘법륜스님을 보면서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죠.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스님이 되었고, 지금까지 혼자서 살았는 데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제가 부유한 집에서 자라고, 서울대를 나왔거나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공부를 했다면 ‘저분은 처음부터 좋은 조건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여러분보다 나이도 많고, 학벌도 낮고, 고문도 당해보고, 감옥에도 다녀오고, 여러 가지로 지금까지 살아온 조건이 여러분보다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살아갑니다. 저는 누구한테 찾아가서 괴롭다면서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고, 부자한테 찾아가서 경제적으로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고, 권력자한테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다 나쁜 게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는데도 웃으면서 살아가면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이 됩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저 사람도 되는데 나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요즘 왜 한류가 유행을 하는지를 보면 거기에는 중요한 이유 하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미국이 잘 나가는 이유가 미국이 큰 나라여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유럽이 잘 나가는 이유도 원래 유럽은 잘 사는 동네였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하고, 중국이 잘 나가는 이유도 나라가 커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 떠올리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예전에 식민지를 지냈고, 남북이 분단되었고,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옛날에 자기들보다 못 살았던 나라였습니다. 또 자원도 없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런 한국이라는 나라가 변한 모습을 보는 겁니다.
‘한국이 저렇게 변했는데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땅이 한국보다 더 넓고, 100년 전을 보면 우리가 더 잘 살았는데.’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보고 본받는 것에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중국을 본받으면 혹시라도 중국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지는 않을까 싶고, 미국을 본받으면 나중에 미국에 종속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데, 한국을 본받는다고 해서 그 나라가 한국의 지배를 받을 일은 없으니 안심하고 한국을 벤치마킹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말하는 어려운 조건도 단기적으로는 나쁘지만 그걸 극복하고 나면 그것이 곧 복입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수행을 계속해서 한 생각 돌이켜서 탁 깨달음을 얻게 되면 ‘아, 그 어려움이 있어서 오늘의 내가 있게 되었구나’ 이렇게 재앙이 복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재앙이 곧 복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재앙이라며 피해가려고 하지만, 이렇게 돌이키고 나면 재앙이 복인 줄 알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방 안에 있는 똥은 버려야 할 대상이었는데, 그것이 곧 거름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겁니다. 밭에 있는 돌은 그저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는데, 축대를 쌓을 때는 돌을 구하러 다녀야 됩니다. 똥이 곧 거름이고, 밭에 있는 돌이 곧 건축자재입니다. 이걸 알아버리면 복 아닌 것이 없습니다. 재앙이 복이니까 항상 복을 받고 사는 거죠. 어떤 일이 있어도 다 복인 줄 알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똥을 거름으로 보는 눈, 밭에 있는 돌을 건축자재로 보는 눈을 갖게 되면 인생에 두려울 일이 없어집니다. 이런 공부를 하면 남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하든 당당하게 살게 됩니다. 비록 다른 사람은 나를 보고 ‘결혼도 못한 사람’, ‘늙은 사람’, ‘혼자 사는 사람’이라고 측은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세속에 물든 그들의 생각이고, 그들의 시각이 아닌 내 입장에서 나는 항상 행복한 삶을 사는 겁니다. 즐거워서 들뜨는 삶이 아니라 괴로울 일이 없는 삶을 사는 거예요. 그런 수행을 여러분들이 꾸준히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통해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삶이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기적입니다. 기적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산을 옮기는 게 기적이 아닙니다. 요즘은 다이너마이트로 땅을 폭파시켜서 포클레인으로 작업하면 산을 옮기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삶의 변화는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기적이고, 법(法)의 가피, 진리의 가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이렇게 말씀하신 겁니다.
우리도 법(法)을 만나고 진리를 만나서 자신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福)입니다. 이런 복이야말로 돈, 명예, 권력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복입니다. 이런 복을 ‘무루복(無漏福)’이라고 합니다. 무루복은 다함이 없는 복, 줄어들지 않는 복을 뜻합니다. 재물, 명예, 권력과 같이 흔히 세속에서 말하는 복은 언젠가 없어지는 유루복(有漏福)입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 모두가 수행 정진을 통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법륜 스님이 정토회 경전대학의 졸업생들에게 들려준 법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올려 봅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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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茶誾/김현수 작성시간 21.08.26 삶의 변화에 도움을 주고 깨달음을 얻게 하는 좋은 법문 잘 읽었습니다.
박사님 늘 고맙습니다. -
작성자장진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8.26 인생은 고뇌의 연속이라 합니다. 우리는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꾸준히 수행해야겠지요. 다은 선생님 항상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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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미선ㅡ 산토끼 작성시간 21.08.26 법륜스님의 "災殃"이 곧 福이다 . 저 역시 이 구절을 깊이 새겨 둡니다. 고통과 고난과 수난의 시대를 많이 경험 하면 해 갈 수록, 터득한
후 엔 ; 타개 방법을 얻게 됩디다. 경전 교리 공부의 眞髓-진수, 입니다. 불교 경전 에서, 삶에의 방법론도 터득한답니다. 불교 용어에서
상식을 얻습니다. '불교의 상징적 꽃은 '연꽃'/ 불교의 상징적 동물은 코끼리/불교의 상징적 나무는 보리수/법륜 스님의 法輪은 진리의
수레바퀴 라는 뜻 입니다. 그래서 법륜스님의 포교 전법은 무궁무진 합니다. 존경하는 큰스님이기도 합니다. <나무아미타불/나무석가모니불/나무시아본사) 장 진호 선생님~, 오늘은 제가 제일 즐겨 하는 불교 교리 공부에 또 한 번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장진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1.08.26 이 선생님 도움이 되었다니 고맙습니다. 똥을 거름으로 여기고, 재앙을 복으로 여긴다면 세상의 어떤 고난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