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하동신문칼럼 2014-12-24
무소유의 달
인디언들에게는 매월을 표현하는 말이 자기들만의 언어로 세상을 읽어서 숫자로 부르기보다 자신들의 생각으로 그달을 말한다고 한다. 12월을 인디언 체로키족은 다른 세상의 달이라 하고, 크리크족은 침묵하는 달, 퐁카족은 무소유(無所有)의 달이라고 한다는 데 무소유의 달이라는 말이 가슴깊이 다가온다.
이제 12월이 정말 며칠 안 남았는데 올 한해 내가 가지려고 버둥거리던 것들은 얼마나 될까? 무소유하면 얼핏 있어 보이지만 그러기위해서 얼마나 많은 절제와 공력이 필요한 말인가!
무소유는 무엇도 갖지 않겠다는 것이고 내가 갖지 않음으로 내 몫을 누군가 필요한 이들이 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하기에 우리는 거대 담론인 무소유까지는 아니어도 약간의 나눔 정도나 겨우 실천하는 것이다.
12월을 무소유의 달이라고 하는 인디언들의 깊은 철학을 보면서 요즘 항간에 입으로 전해져 유명해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감독이 떠오른다.
몇 년 전 소와 인간의 우정과 공감을 그린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다큐멘터리 영화다. 알려진 내용은 강원도 두메산골 초로의 한부부가 이 한세상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얼마나 부부애가 좋은지 76년을 함께 사는데도 늘 커플로 옷을 맞춰 입고 시장에 나오고 다닐 때면 두 손을 꼭 잡고 다녀서 2011년에 먼저 KBS인간극장에 <백발의 연인>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
그래서 그 어르신들의 일상을 찍으러간 진모영 감독은 넓은 화각에 두 분의 한결같은 마음과 소소한 일상을 담아 요즘 자꾸 각박해져 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어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그만 할아버지가 98세이다 보니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는 두 분의 삶과 애틋한 생과사의 갈림길까지 담은 대작이 되었고 사람들은 설정도 없이 날것 그대로인 그 다큐멘터리 영화의 진실성 때문에 다른 잘 나가는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그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는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래, 또 괜찮은 영화 한편이 사람들을 힐링시켜 주는구나!’ 할 텐데 진모영감독이 최근 한 인터뷰 기사가 나를 감동시킨다. 감독이란 자기가 만든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하는 기본적인 욕심이 있다. 그런데 자기 작품을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을 축소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이기에 독립예술영화에 속한다. 쉽게 말하면 비상업적인 영화여서 주로 독립예술영화관에 많이 걸리는데 독립예술영화들만 올리는 전용관은 그 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관객들의 호응에 맞춰 상영관을 다 차지하면 다른 감독들이 설 자리가 없을 거라는 걱정과 배려에서 나온 말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라는 게 없어서 잘 나가면 한없이 잘 나가고 싶다. 어디든 원하면 자기 영화를 다 걸고 싶고 일부러라도 상영관을 늘리고 싶은 게 사람마음인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제 불이 붙어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이때 자기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본다.
그의 이런 따뜻한 마음을 알리는 기사를 보고 나는 12월을 음미한다. ‘무소유까지는 아니어도 나눈다는 것, 배려한다는 것이 주는 힘은 강하구나!’ 그 기사를 보고 나도 어딘가에 무엇을 조금이라도 나누고픈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를 당장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하동은 아름다운 자연이 곳곳에 있지만 아쉽게도 영상을 볼 만한 공간은 없다. 하지만 가끔 좋은 영화는 하동문화예술회관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면 가까운 구례에도 영화관이 있고 조금 더 나가면 진주가 있다. 이 영화는 어르신들이 주인공이니 같은 어른들이 보면 더 공감이 될 것 같다. 그러려면 하동에서 보는 게 참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두 분 같은 부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우리 마을에도 있는 이야기이다. 어르신들은 아마도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기 있구나! 돌아가신 우리 영감도 저랬다.’ 고 추억하고 공감하며 보실 것이고 젊은이들은 어머니 아버지 생각도 모처럼 하고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고생하는 남편과 아내를 다시 돌아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욕심을 젊은 나이에도 스스로 제어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이니 어른들이나 젊은이들 모두 그 기운이 느껴질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12월이 가면 1월이 온다. 인디언 아리카라족은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비우고 바로 채우기보다 비운 그 마음 안에 들어가 자신을 더욱 깊게 알아 가는 달인 것이다.
12월이 간다. 매일 하루가 끝이고 하루가 시작이다. 이제 곧 1월이 오기 전에 내 마음도 좀 단출해져야겠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마음의 군더더기를 좀 드러내려면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고도 했으니 좀 조용히 거닐어 볼까! 싶다.
신희지
차와문화 인터뷰작가
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http://www.hadongsinmoon.com/bbs/board.php?bo_table=column&wr_id=6238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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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교무처장/高RPM(신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1.25 잘 지내시지요?
이번 입학식 악양 최참판댁에서 하는데 꼭 오세요.^^ -
작성자차와대나무 작성시간 15.01.26 좋네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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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교무처장/高RPM(신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1.26 네...
볼만하답니다. -
작성자김또깡(김영국) 작성시간 15.02.25 적당한 시기에, 그 위치에서 자신을 제동시킬수 있는 용기가
참 부럽기도 하면서 흐뭇하게 전해짐은 따뜻함이 전염되어 오는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맞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교무처장/高RPM(신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2.25 네...
좋은 기운이 환하게 전해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