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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덕분에 딸과 행복한 여행했어요...

작성자lalatiger|작성시간14.09.29|조회수138 목록 댓글 1

초등학생 6학년이 된 딸은 벌써부터 시작된 사춘기로 가끔은 말한마디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싸늘합니다. 갈수록 모녀간의 대화가 기본형으로 줄어들까 두려워 선택한 방법중의 하나가 한 달에 한번은 꼭 딸과 같이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 일입니다. 이번 선택한 여행은 구례여행. 첫날은 구례에 있는 생활협동조합의 생산 공정을 견학했구요. 둘쨋날은 간단히 화엄사를 보고 가자고 계획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지리산 노고단을 가보지 않고 그냥 가냐시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 말씀에 계획을 좀 무리하다 싶었지만 변경하기로 했죠. 새벽 5시30 기상해서 화엄사입구 첫버스를 타고 성삼재에 내려 노고단을 오르는 겁니다. 새벽기상이라는 걸 사실 처음해본 우리 딸이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세상은 변하는 거니까.. ^^

 

생각보다 쉽게 딸이 새벽에 잠을 깨더군요. 딸과 둘이 새벽 길을 걸어가는 일은 처음이라 저도 좀 걱정을 하면서 마당을 나왔는데, 주인아저씨가 깨어계시는 게 아니겠어요. 전날밤에도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새벽녂에야 잠이드셨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저희를 버스 정거장까지 태워다주시겠다시는데.. 정말 고맙더군요.^^ 어찌어찌 올라가서 내려올때는 어디로 오고 식사는 어디 식당이 좋다시며 자세하게 알려주시기까지.

 

노고단 버스 6시10분에 타니 성삼재는 30분쯤 도착한 거 같습니다. 잘닦여져서 편하긴 하지만 좀 지루했던 고개를 그나마 사람이 없어 조용히 둘이 걸어올라가 보니 탁트인 등성이에 올라서게 되더군요. 날이 좋아 하늘은 푸르고 저 멀리 산 밑으로 구름인지 안개인지 뿌엿게 떠 있는 것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어요. 노고단을 멀리 뒤로하고 떡하니 버티고 있는 안내문은 '10시 이전 입산 금지' 생태복구를 위해 취해진 조치라더군요. 그래도 욕심에 안내문을 무시하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관리공원초소 안에 한 분이 앉아 계시면서 그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시더군요. ^^ 같은 시간대에 올라왔던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아쉬워하며 그냥 돌아가더군요.

 

입산은 10시부터인데 내려가 버스를 탈 수있는 시간은 11시 20분 또는 12시 40분 이니 너무 애매한 시간이라 생각이 들어 관리하시는 분에게 버스시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좀 따졌습니다.^^;;

 

그렇지만 말단 직원이 뭔 권한이 있겠어요. 자기도 어쩔수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표지판 밑에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우연히 옆에 앉은 여행자 한분과 이얘기 저얘기 나누다 보니.. 다음 스케줄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 싶어지더군요. 한달에 한번 볼까 말까하는 좋은 날씨라는 공원관리자 분의 말씀에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을 더했구요. 하여간 맘을 다스리고 즐거운 마음을 기다리다 보니 개방을 조금 더 일찍 해주시더군요. 

맑개 보이는 고개 정상과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봉우리들... 조급한 마음에 돌아가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여행자분과 나눴던 세상이야기도 정말 좋았구요.

딸에게 열심히 좋은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세상은 정말 살만한 곳이고 그건 네가 만들어 나가는 거라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었지만..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마치 두시간짜리 재밌있는 철학강의를 듣는 느낌이었어요.^^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의 말씀을 명심하여 내려올때는 주저 없이 포장된 도로(돌아오는 길이었지만)로 내려왔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마술을 부린 듯 어려움 없이 성삼재 출발 장소로 돌아와 있더군요. ^^ 버스는요?.... 떠나기 바로 직전. 우리가 버스를 타자 바로 출발하더군요. 이런 행운이^^

 

 

 

기분좋게 화엄사 버스정류장에서 주인아저씨께 미리 알아놓은 '해성식당'을 찾아 들어갔지요. 맘같아서는 '산채정식'을 먹고 싶으나(이것도 1인당 12,000원 밖에 안하더군요), '산채'라는 말에 식겁한 우리 딸때문에 김치찌게와 돌솥밥을 시켜먹었습니다. 각각 7,000원 8,000원 하는데.. 돌솥밭에 같이 나온 된장국은 정말 맛있더군요.^^ 죽순고추장초무침, 취나물, 토란대나물, 토란들깨조림 등이 밑반찬으로 나왔는데.. 산채 정식 아니더라도 지리산 나물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엄사를 포기하고 나니 시간이 한시간 정도 남았는데, 구례군 장터에서 6,8일장이 열리는 거에요~ 앗~싸~ 다리 아프다는 딸래미를 살살 꼬셔서 또 장구경을 갔지요. 해산물, 고기 골목, 야채 골목, 토산품가게(절반은 수입품 같긴 했지만요^^)... 진짜 볼만했어요. 거기서 5,000원 주고 진도산 다시마 두줄기(맛이 짱이예요)하고 죽순나물, 곤드레나물 말린 걸 조금씩 샀어요.

 

딸이랑 둘이 기차며 시내버스비, 숙박비 맛난 식사까지 다해서 여행경비가 16만원정도 들었어요. 태백산기차 하루여행도 1인당 7만여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저렴한 1박2일 여행이었어요.

 

게다가 저렴하고 친절한 숙소, 여행하면서 만난 좋은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딸 노고단 오르기 전에는 엄마따라 여행 다시 안오겠다더니.. 기차타면서는 꼭 다시 오자네요^^

 

게스트하우스 어르신 여러가지로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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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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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irisan | 작성시간 14.09.29 후기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지리산 여행이 따님에게 유익한 여행이
    되었을 겁니다.
    훌륭히 성장해서 명문 대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함께 다시 지리산을 방문할 것을 기대합니다.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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