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던 겨울은 가고 어느새 봄이 찾아왔나 싶더니, 오늘 아침은 벌써 초여름 날씨입니다.
나처럼 추위를 싫어하던 한강 작가가 지인의 담벼락에 남긴 '겨울은 버텼고 봄은 왔다.' 대신 '여름이 왔다', 하고 표현하고 싶은 날입니다.
도시의 경쟁적, 배타적, 소비적 생활의 행태가 싫어, 정년이 10년이나 남은 직장을 박차고 선택한 곳이 여기인데,
벌써 15년이 지나갑니다.
도시 아파트에 살 때 늘 꿈꾸던 집은 근처에 인가가 없고 조용한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조건에 맞는 땅을 매입하고 집을 지었습니다.
여기는 제가 사는 시골집 본채입니다. 봄에 핀 꽃이 아직 여름 무더위에 지지는 않았네요.
당시 들어올 때만 해도 아내와 저 그리고 인근 대안학교(중2)에 다니던 아들, 시골 초등학교(초등2)에 다니던 딸아이 이렇게 넷이었건만,
이제 아이들은 폭풍 성장하여 각각 인근 도시로 나가 직장과 대학에 다니고 있어 이 집엔 부부 둘만 남았네요.
집은 복층 구조, 즉 지붕이 높아 오늘 같은 여름엔 실내가 서늘합니다.
본채를 지은 지 몇 년 후, 아무래도 저만의 공간(작업실)이 필요한 것 같아 아내에게 통사정하여 별채(구들장)를 따로 지었습니다.
이 지역 구들장 명인과 지인들이 함께 협업하여 짓다 보니 가격은 매우 적절하였습니다.
황토집이라 여름에는 서늘한데, 반면 추운 겨울엔 구들에 나무를 넣어 불을 때면 따뜻하다 못해 뜨겁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글을 쓰고 때로 기타 연주를 하며 어떤 땐(아내와 다툴 때)엔 홀로 대피하여 지내는 비밀의 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손님 방으로도 이용합니다.
돌이켜 보니 이 구들장에서 벌써 장편소설 여러 권 그리고 소설집 역시 여러 권 내었네요.
역시 홀로 창작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장소입니다.
이태 전부터 본채 앞 뜰에 블루베리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묘목과 상자 그리고 상토를 사고 정성스럽게 키운 결과, 올해는 까맣고 윤기나는 블루베리가 많이 열렸습니다.
오늘도 저는 아침 일찍 물을 주곤, 블루베리 열매를 한 주먹 따서 즉석에서 먹었습니다.
정말 상쾌하고 맛깔나는 열매인 것 같습니다. 눈과 피로에도 좋고요.
약간 지저분하게 보이는 이곳은 본채 왼쪽에 있는, 비닐 하우스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저온창고입니다.
아니, 농사도 크게 짓지 않으면서 왜 이런 시설을 하지, 하는 분도 있겠지만, 시골에서 저온창고는 여러모로 유용합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각종 먹거리 그리고 이웃에서 그저 주는 딸기, 과일 등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거든요.
특히 이 지역은 딸기 재배 농가가 많아, 우리 집 저온창고엔 딸기가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딸기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냉동한 후 딸기쥬스로도 이용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우리 집 비닐 하우스를 소개합니다.
귀촌 초기에 돌 반, 흙 반이던 이 땅을 농기계없이 오직 손과 삽, 괭이 등 수작업으로 일구었습니다.
그런 후 지자체 보조로 비닐 하우스를 만들어 이곳에 상추, 고추, 치커리 등을 재배하여 읍내 식당에 직접 납품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당시 우리 부부가 버는 돈은 300~500만 원(월 수입이 아닌 연 수입)이라서 그만 포기하고
각각 도시에서 잘했던 일을 하며 지금은 텃밭 개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앞으론 모르지요.
다시 귀촌 초기처럼 열정과 성의를 다해 본격적인 농사를 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