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ㅡ 시절의 절반
엊저녁 소나기에 목욕을 한
마로니에 나무가 손바닥을 쫘악 벌리고 반짝이 춤을 추며 한참이나 부르네요
그녀는 오늘도 무소식이었지만
유월의 절반 위에서 읽고 쓰고 다시 걷고 휴식이란 호흡으로 부디
아프지말고 살기로 기도해요
큰방울새란이 가족을 꾸리고 부촌을 이룬 그녀의 고향집이 얼핏떠올랐어요
이런 풍경을 눈으로 보면 마음은 욕심없이 살고싶다는 게 무언지 채워지고 머리가 시키는대로 가슴이 알게되지요
우리는 어떠한 순간에도
새롭게 다짐하며 다시 시작하기로 약속해요
서두르지 않아도 자연히
무지개 다리는 영원히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시ㅡ우리는 정말 괜찮은 걸까
멈추게하는 이말을 붙잡고
여지껏 살았구나 싶다
효주도 암세포와 싸우다가 끝내 내손잡고 웃으며 별이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너무 갑갑하게 살지말기로 꼭꼭 다짐했는데
심장은 미련하게 분화구를 터뜨리고
머릿속은 꽁꽁얼어붙어 휘청거렸다
우리는 아직 철이 들지않아서 안절부절 퍼덕이는 벌나비일까
정말 괜찮은 사람은 붕어입을 하고 오래 힘든 사람은 오늘 산으로 갔다
어떤 힘이 스며들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이 보이는가
무엇이 우리를 살게하는지 헤아리는 밤이다
시ㅡ절반을 지나며
-허수경 시집을 읽다가-
당신은 시를쓰는 시인이니 큰뀡의비름이나 기린초를 아시겠지요?
안쓰럽게 매만지던 시편을 들고
그녀를 떠올리며 노오랗게 쏟아져있는
별꽂에 다가가 앉았어요
그녀가 보고 있다는 간절함에 젖어 움직이지 못한 것은
어제 바다를 건너온 그녀의 시집때문이라며 툭툭 치는 심장을 쥐고 있네요
살아서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마음을 애써 지우기는 싫어요
기다리면서 조금씩 가까이
노을빛으로 물들면서 우리는 서로 가까와지겠지요
그러다가 언제쯤 내가 꽃구름되어
날아가버리면 "나 여기있어요" 하고
먼저 손흔들어 반겨 줄테지요?
나도 이 세상 어여쁜 사람되어 사라져 갈게요
누가 내 이름 한번 불러주어도
미안하지않게 시쓰고 기도하고 그리워하며 살다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