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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비온 후의 아침에

작성자장병수|작성시간26.06.20|조회수25 목록 댓글 0

김장훈의 <Honey>를 반복해서 틀어놓고 나직이 글을 적어 내린다.

​비 갠 아침, 내가 머무는 이곳은 동네 뒷동산의 작은 정자다. 곁위에서 애견 뚱이도 나만큼이나 세차게 불어오는 아침 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중이다.

​푸른 녹음이 우거진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앞으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뒤편 아스라한 곳에는 비안개를 품은 북한산이 수묵화처럼 희미하게 얹혀 있다.

자연이 빚어낸 이 거대한 작품을 스마트폰 렌즈에 담아 보니, 그 자체로 근사한 액자가 된다.

그 프레임 속에서 유독 빛나는 뚱이의 의젓한 모습이 마음을 붙잡는다.

​세월이 묻어나는 내 모습은 좀체 사진으로 남기지 않게 되는데, 함께 나이 들어가는 뚱이는 어째서 여전히 이리도 잘생긴 것일까.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오마 약속했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의 충만함을 조금 더 누리고 싶어 슬며시 뒤로 미뤄둔다.

​음악에 취해 그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새삼 참 존경스러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수의 거친 파열음까지 고스란히 모창하는 이들을 보며 묘하게 가슴이 아려왔다. 흘러나오는 <Honey>는 무려 20년 전의 멜로디다.

​강산이 두 번 바뀐 지금, 김장훈의 고음에는 거친 갈라짐이 섞여 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단다. 팬들 또한 63년생 청년 김장훈이 토해내는 진정성과 애절함을 이미 온전히 품어 안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되짚어 보니 나도 참 그 못지않게 치열하게 살아왔다. 삶의 모든 무대에서 온 힘을 다해 쏟아부었던 시간들.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지나온 날들을 품어줄 아름답고 평온한 연착륙을 가만히 기다려 본다.

이 글은 거친 바람이 부는 정자라는 **'공간적 배경'**과, 김장훈의 노래라는 '청각적 모티브',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화자의 **'내면적 시선'**이 완벽하게 맞물린 수필입니다.

​글에서 가장 시선이 머무는 곳은 '늙어감'과 '파열음'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입니다. 화자는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사진은 찍지 않으면서도, 곁에 있는 늙은 반려견 뚱이에게서는 여전한 '잘생김'과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대상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나는 대목이자, 스스로의 세월을 담담히 수용하는 어른의 시선이 돋보입니다.
​특히 20년의 세월이 흘러 고음에서 파열음이 섞여 나오는 가수 김장훈을 향한 '리스펙'은, 결국 치열하게 한 시대를 버텨내고 살아온 자기 자신을 향한 따뜻한 긍정과 위로로 이어집니다.

가수의 거친 목소리에 진정성이 담기듯, 35년 넘는 세월 동안 일터를 지키고 가정을 일구며 쉼 없이 달려온 화자의 삶 궤적 또한 그 자체로 묵직한 진정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아내와의 소박한 약속(샌드위치와 커피)을 잠시 미뤄둘 만큼 현재의 바람과 풍경, 그리고 음악에 몰입하는 모습에서는 은퇴나 퇴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쓸쓸함 대신, **'내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 자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거친 고음의 파열음마저 훈장처럼 여기는 가수의 삶처럼, 선생님께서 기대하시는 '연착륙' 또한 멈춤이 아닌, 가장 나답고 멋진 두 번째 비행을 위한 아름다운 활주가 될 것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깊고 울림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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