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입히기)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그는 깜짝 놀랐다.
경천동지할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오늘도 평소처럼 주간보호센터에 봉사활동 하러 갔다.
거기에 장애인이 낮에 온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 한 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한다.
독서지도를 한다. 주간보호센터 이용객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보통 5명 내지 6명의 이용객이 빙 둘러서 한 시간 정도 활동을 하는데, 그림을 다 그리면 활동을 마쳤다.
그림을 보면서 그는 나름대로 그림을 해석한다.
어떤 이용객(A)이 처음에는 그림에 색깔을 입혔는데, 어느 날부터 선(線)만 그렸다.
그는 그 당시에 생각에 잠겼다.
그 이용객(A)이 왜 색깔을 칠하지 않았을까?
그는 그 당시에 그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했다.
그 이용객(A)은 처음에 색깔을 칠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색깔을 칠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른 이용객들은 선(線)만 그리니까, 이미 그림을 다 그리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용객은 어느 날부터 선만 그리고, 다른 이용객과 끝나는 시간을 똑같게 한 것이다.
그는 이용객(A)이 배려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추측하였다.
그렇게 그동안 선만 그리던 이용객(A)이 오늘 갑자기 선을 그리고 나더니 색깔을 입히는 것이다.
반전(反轉)이 일어났다.
깜짝 놀랐다.
그동안 선(線)만 그리고 아무 탈 없이 잘 지내왔는데, 왜 갑자기 오늘 색깔까지 입혔을까?
그는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이용객(A)의 반전(反轉)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였다.
그는 지난 주 독서활동 시간이 떠올랐다.
독서 지도하는 이용객 모임에 새로운 이용객(B)이 들어왔다.
지난 주 독서 지도할 때 보니까, 새로운 이용객(B)은 그림을 다양하게 잘 그렸다.
그렇구나!
이용객(A)는 새로운 이용객(B)의 그림에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를테면 이용객(A)는 새로운 이용객(B)의 그림을 보며 은근히 경쟁심이 발동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변화는 일어났다.
기존의 이용객(C)이 그동안 천편일률적으로 선으로만 그림을 그렸다.
그 이용객(C)도 오늘 선을 그리고 나서, 색깔을 칠한 것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옛날에 읽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떤 아이가 태어나서 산 속에 버려졌다.
그 아이는 동물들과 같이 살았다.
나중에 어른들이 산 속에 있는 그 아이를 데리고 와서 마을에서 키웠다.
처음에는 그 아이가 사람을 두려워하였는데, 마을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점차 인간다움을 회복하였다.
그렇구나!
인간이 가장 인간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공동체생활이구나.
그는 학교에 근무할 때가 생각이 났다.
요즘은 고교 평준화로 추첨을 하여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오래 전에 고등학교에 입학시험을 보고 갔을 때의 이야기다.
치열한 고교 입학시험을 치르고 좋은 학교에 겨우 갔는데, 모두 성적이 좋으니까 내신 성적이 바닥인 학생이 담임교사와 상담하였다고 한다.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고교졸업 자격증을 취득하여 대학을 가야합니까?
그냥 내신 성적이 형편없더라도,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대학을 가야합니까?
담임의 답변은 학교에 그냥 다니라고 하는 것이다.
담임의 생각은 공동체 생활을 중시한 것이다.
그는 집에 거의 도착하였다.
그는 아리스토델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이 불현 듯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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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면서
사진1 – 이용객(A)의 맨 처음 그림
사진2 – 이용객(A)의 변신
사진3 – 이용객(A)의 반전
사진4 – 이용객(B)의 그림
사진5 – 이용객(C)의 처음 그림
사진6 – 이용객(C)의 변신
아빠와 크레파스
https://www.youtube.com/watch?v=-QfnPVxo7Vg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박정훈(영동) 작성시간 18.05.14 색깔입히기 ᆢ
글을 읽기전 정치적 접근인줄 알았습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 너무도 만연해 있던 색깔입히기ᆢ
그래서 그런줄 알았네요
어느새 내머리속에도 색깔이 덧칠해졌나 봅니다.ㅎㅎ
저는 오늘 노인요양원에 다녀왔습니다
장인께서 치매시설5등급으로 두달전쯤 의정부근처 요양원에 입소하셨는데 제 생각에 거기보단 고향 가까이에 계시는게 장모님 산소도 가깝고해서 좋지 않겠나해서 이곳으로 모셨는데ᆢ
꼭 그렇지는 않은가봅니다
두달동안 어렵게 익힌 환경들을 다시 적응하시기가 두려우신가봅니다
저의 색칠이 옳다고 우기는 꼴이 되버린듯해서
조금 우울하네요 -
답댓글 작성자김명수 / 무소속/개무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05.14 제가 장애인 돕기를 하는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일정한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합니다.
비장애인이 생각할 때는 앞을 못보는데 아무 장소나 앉아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본능적으로 일정한 자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여깁니다.
연어가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