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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나눔쉼터

좀 덜먹고 살어

작성자영원한 우정|작성시간26.06.14|조회수36 목록 댓글 0

언제나 허기지면서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한다. 
고프면서 산다는 것 자체가 나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한다. 
출가 전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다.
 출가 전엔 무엇인가 충족되지 않는다며 
늘 불평을 했었고 현재는 무엇인가를 그득그득 채우고 싶은데 
늘 텅 비어 있는 상태를 맛보곤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딱딱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 은사스님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사실 은사스님에 대해 글로 쓰기엔 한계성이 있으니까. 
그저 가슴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행자시절 철부지 같기만 한 나를 늘 기다려주신 분이시다. 
내 감정을 서슴없이 모든 것 다 드러내어도 ‘너 정말 못됐다. 
잘못 됐어!’라는 말씀보다는 
늘 나를 무언으로 기다려주신 은사스님이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스님, 그 때 왜 그렇게 절 봐 주셨어요?” 여쭤 보았더니, 
“아무리 못된 사람일지라도 양심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다. 
실 터럭만큼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진면목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지.”
 하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내가 중도하차하지 않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상소임을 사는 때에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고 
정말 철이 없다 생각되는 때가 있었다. 
철마다 방학 때만 되면 정말로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짐 싸들고 가서 그만두겠다고 울며 사정사정 하다가 보면 
스스로 지쳐서 개학 때가 된다. 
이번엔 정말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스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의 근기가 하열한지라) “능인아! 일주일만 참다 와라. 
그 일주일 동안 참다 참다 못 참겠으면 전화해라. 
내가 데리러 갈 테니.”
 그 말씀만 믿고 난 어김없이 짐을 다시 싸들고 00사에 발을 들여놓는다. 
사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일주일 동안에 무슨 일이 생길 일이 없다.
 개학 당일부터 일주일 안에는 바쁘기 짝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이 생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스님께서 먼저 나의 마음을 다 읽고 내치시기보다는
 기다려주시는 쪽을 택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난 00의 극락세계인 실상료에서 계룡의 사계절을 
화엄의 바다에 그리며 스스로 감탄해 하면서 졸업을 맞이하고 있다. 

실수도 많았고 고쳐야 될 사항들도 많았다.
 하지만 은사스님께서는 늘 지켜봐주셨다. 
내가 예뻐서도 아니고 바라는 일이 있으신 것도 아니다.
 그저 기다려 주실 뿐이었다. 

가랑잎처럼 소리만 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좀 덜 먹고, 덜 자고, 덜 입고, 덜 말하며 살고 싶다.
 잘 안 되지만 되게 하면서 살고 싶다. 
후회가 될 일을 했다 싶으면 당장에 멈추고 
새로이 시작을 해서 벗어버리고 훌훌 털어버리고
 오직 한길만을 위해 걸어가고 싶다. 

지금부터도 무엇무엇을 하고 싶은 게 많아지고 있지만 
어느 스님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면서 살아야 된다.
”고 하신 말씀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졸업 후 도반스님들은 학교도 가고 여러 가지 일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난 본사에 가서 행자시절로 돌아가 다시 새롭게 시작할 생각이다. 
설명할 만한 거대한 이유는 없다. 

부처님을 향한 시작은 했지만 뒤돌아 지나간 시간들을 생각해 보니 
너무 방일한 삶을 지향한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항상 ‘허’ 했었나보다. 
초발심 때의 살얼음 걸음 걷듯 모든 것에 
하심下心하며 모든 것을 보듬으며 충실해야겠다. 

배가 고파지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마음 고파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좀 덜 먹고 살기로 했다. 그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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