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복음서에만 나와 있는 오늘의 비극적인 사화는 많은 파장을 우리의 마음 속에 가져다 줍니다. 한 왕의 욕심으로 인해 자신의 정적을 죽이려고 무분별하게 무고한 아이들을 죽인 이야기는 과거에는 실제로 가능한 얘기였기에 그것이 사실일 경우 참으로 말도 안되는 죄악이 되는 것입니다.
정말 헤로데가 이렇게 무모하게 사람들을 죽였을까요? 사실 그 역사성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어떤 기록에도 이 학살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헤로데가 얼마나 많은 정적을 없앴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헤로데는 장모를 죽였고, 심지어 자신의 세 아들을 죽인 사람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그랬습니다. 그의 손에 죽어간 신하들 숫자가 백명이 넘습니다. 왕권을 돈으로 산 사람이기에 잔인한 방법으로 힘들게 얻은 권력을 보호하고도 남을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분별하게 죽였을까요?
제가 신학생 때 교수 신부님께서 강의시간에 헤로데가 자신이 죽으면 통곡할 사람이 없으니 무작위로 사람들을 죽여 수도 예루살렘에 곡소리가 나게 하라고 명했다는 기록을 누군가 찾았다고 소개하신 적이 있는데 그 근거를 저는 다시 찾아보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헤로데는 죽은 후에 자신의 무덤을 광야 한 복판에 있는 헤로디움에 쓰라고 했고, 숨겨서 매장하라고 했으며 아직도 그 무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폭정을 했던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정말 많은 사람을 죽였고, 그의 아들 헤로데도 같은 방식으로 무분별하게 통치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축일에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헤로데의 악행을, 죄 없이 죽어 하늘에 오른 아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할까요? 교회는 이 무고한 순교자들을 깊이 공경해왔고, 알고 사랑하기도 전에 주님을 위해 자기 탓과 공 없이 죽음을 맞은 이 아이들을 사랑해왔습니다. 성인으로 모셔왔던 것입니다. 인노센트 세례명이 바로 오늘 축일을 맞는 이름입니다.
저는 해마다 오늘 축일이 되면 여러 종류인 어른의 욕심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낙태된 아이들을 주로 기억했습니다만 이제는 그들만이 아닙니다. 어른들의 개인적인 욕심에 의해 죽은 아이들말고도 국가 내부의 문제로 국제 관계에서의 문제로 구조적으로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현실입니다. 전쟁은 누가 일으켰는지요? 지금 인류가 가진 식량이면 굶어죽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 법 한데 왜 현재 1억 5천만명의 인구가 죽음의 위협을 받아야 하는지요?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있는지요? 대한민국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만 먹는데. 여러 이유로 아이들은 죄없이 죽어갑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의 희생도 당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들이 노동현장에 내몰리다가 죽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오늘 축일의 희생자들과 다를 것 없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헤로데인 경우들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우리 본당 신자분들께서 눈을 좀 더 뜨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과 자존심 싸움을 한다면 계속 우리는 죄를 더 짓기만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삶을 선택할 기회도 더 많아집니다. 오늘은 그런 초대를 받는 날입니다.
거룩한 하루를 지내시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