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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목 단상

끊어진 어깨 힘줄, 목소리뿐인 찬양

작성자박희석|작성시간26.06.13|조회수82 목록 댓글 0

(나들목단상)

끊어진 어깨 힘줄, 목소리뿐인 찬양

 

두 주전. 주일 1부 예배 시간(오전 9시), 주님의 제단 앞에 선 아내를 바라보다가 문득 목이 메어왔습니다. 지나온 8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개척교회 시절, 예배 반주자가 없던 그 척박했던 시작부터 아내는 줄곧 어깨에 무거운 기타를 메고 있었습니다. 주일예배는 물론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새벽기도회, 그리고 공동체의 크고 작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아내의 어깨에는 늘 기타가 얹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언제나 찬양으로 공동체의 예배를 깨우던 아내의 어깨에, 그날은 기타가 없었습니다. 그저 두 손을 모은 채 오직 목소리만으로 찬양을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악기 소리 하나 없이 오직 아내의 목소리만으로 예배당이 채워지던 일순간, 저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였습니다.

 

아내가 기타를 내려놓은 것은 팔을 너무 많이 써서 이제는 더 이상 악기를 잡을 수조차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몇 해 전부터 팔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크게 망가져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결혼 전부터 어린이집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고된 일을 십여 년간 해왔던 팔이었습니다. 결혼해서는 그 두 팔로 쌍둥이 딸과 아들을 동시에 안고, 업고, 씻기며 사랑으로 키워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시작된 교회 개척의 현장, 아내는 몸을 사리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섬겼습니다.

 

정작 남편인 저는 그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은 아닐까, 주의 일을 한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동역자의 아픔을 무심히 넘겨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가슴을 찔렀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 아내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어깨 수술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라고 했습니다. 난이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아내의 어깨가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어깨 힘줄이 끊어진 채 오랜 시간 방치되어 이미 말라붙어 있었습니다. 괴사한 힘줄을 깨끗이 제거하고, 끊어진 자리를 메우기 위해 등 뒤의 하부 승모근 이전술과 힘줄봉합을 동시에 진행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수술실 밖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동안, 그 아픈 어깨로 주일마다 무거운 기타를 메고 찬양을 인도했을 아내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나 어깨의 기타를 내려놓고 오직 목소리만으로 드려지던 아내의 찬양은 그 어떤 악기의 선율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육신의 힘줄은 끊어지고 말라버렸을지라도, 영혼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찬양의 고백은 오히려 더 맑고 깊어졌음을 느꼈습니다. 인간의 화려한 악기가 멈춘 그 자리에,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한 영혼의 순전한 고백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어깨 힘줄이 끊어지는 줄도 모르고 제단을 지킨 이의 눈물과 낡아진 팔이 있었기에, 오늘의 공동체가 존재함을 고백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나의 가장 소중한 동역자여,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의 끊어진 힘줄과 눈물의 헌신으로 세워진 이 제단 위에서, 이제는 당신의 아픈 어깨가 주님의 따뜻한 위로 안에서 온전히 치유되고 쉼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악기가 멈춰도 여전히 뜨거운 당신의 찬양처럼, 우리 교회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만으로 가득 차오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섬김이 박희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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