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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목 단상

405호 병실에 찾아오신 하나님

작성자박희석|작성시간26.06.13|조회수114 목록 댓글 0

(나들목 단상)

405호 병실에 찾아오신 하나님

 

지난 주일, 교회 사역을 마친 후 아내의 어깨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입원 수속을 마친 뒤 안내받은 병실은 403호였습니다. 그런데 환자복을 받으러 간 간호사실에서는 405호로 안내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오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 어느 병실에 머무는지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종종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작은 일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405호 병실에는 이미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환자들이 계셨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퇴원하는 분들이 계셨고, 그 자리에 새로운 환자들이 들어오셨습니다.

 

고성에서 오신 분과 전주에서 오신 분인데, 어깨에 지닌 보조기를 떼기 위해 그리고 어깨 재검사를 위해 입원한 분입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신앙생활을 하고 계셨고, 또 한 분은 친구에게 전도를 받은 적이 있지만 “건강을 회복하면 그때 교회에 나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건강해지면 교회에 나가겠다는 생각은 아마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일은 내일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늘 결단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연약합니다. 어려울 때는 하나님을 찾지만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세상의 일들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지금’ 부르십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두 분의 삶 속에 숨겨진 깊은 아픔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분은 어깨 수술 후 한 달 사이에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셨고, 사업장에는 화재가 발생하여 큰 손해배상까지 감당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분은 가슴과 자궁을 수술하여 항암치료를 하셨고, 두 번의 어깨 수술까지 네 번의 큰 수술을 견뎌낸 분이었습니다. 두 분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제 마음속에 한 가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아, 하나님께서 우리를 403호가 아닌 405호로 보내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

 

하나님은 착오처럼 보이는 병실 변경을 통해 상처 입은 영혼들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위로의 말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복음을 나누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섭리를 거창한 기적 속에서만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병실 번호 하나를 바꾸시는 일에도 일하십니다. 만남 하나, 대화 한마디,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 속에서도 당신의 계획을 이루어 가십니다. 요셉은 형들의 미움으로 애굽에 팔려 갔지만 훗날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창 50:20)라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작은 걸음까지도 사용하셔서 누군가를 살리고 위로하시는 분이십니다.

 

퇴원을 앞둔 젊은 분에게 성경책 한 권을 선물했습니다. 그 책이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통로가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삶 가운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은혜가 있기를 축복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날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수술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영혼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403호에서 405호로 바뀐 작은 변화 속에 하나님의 크신 섭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의 계획보다 앞서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을 예비하시고, 만남을 준비하시며, 가장 적절한 때에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우연을 말하기보다 섭리를 믿어야 합니다. 작은 일에도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405호 병실에서 만난 하나님처럼,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도 하나님은 이미 와 계십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그날 405호 병실에 먼저 찾아오신 분은 의사가 아니라, 하나님이셨습니다.

 

섬김이 박희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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