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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 명법문┃

무(無)의 상태에 “있다” / 속리산 허허선당 한주

작성자地藏行者|작성시간12.04.07|조회수49 목록 댓글 7

“삼라만상 모든 것 영원한 존재 없어”

 

불교를 공부하는데 가장 어려운 관문의 하나는 “공(空)” 즉 “텅 비었다”와 “무(無)” 즉 “없다”를 파악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공한 상태에 있다는 교리의 기본 공식은 “인연법의 상호 의지작용에 의해서 사물이 생겨나므로, 그 사물은 똑 같은 자기 본성이나 실체가 없고, 그래서 공하다”는 것이다.

 

사과를 깎아놓으면 색이 변할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눈앞에서 바로 변하지는 않고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변하고 부서지게 될 것이다. 물질의 최소단위를 “원자”라고 할 때, 그 원자도 양성자와 중성자의 순환상태에 있기 때문에, 불변의 실체는 없고 공하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모든 것은 무상하게 변하고, 영원한 존재로서의 나는 있을 수 없다.

 

불교에서 공을 말하는 이유는 사물 그 자체를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이해시키는데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불교의 관심사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일 뿐이라는 것, 그래서 사물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종교적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상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동일한 나, 동일한 시간, 동일한 사물이 “없다”로 기울기 쉽다.

 

태평양 바다 가운데서, 산더미 같은 파도와 무서운 소리를 내는 바람을 피해 도망치면서, 저 “없다”를 강조한 공에 대한 과거의 내 해석이 미진했음을 절감했다. 바로 내 눈 앞에 파도와 바람을 두고, 그리고 바로 내 마음에 공포를 두고, “저것들의 실체는 텅 빈 상태에 있다”는 말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 것인가. 바다도 있고, 바람도 있고, 파도도 있다. 나도 그 가운데 있는데.

 

그런데 말이다. 나를 당장 삼켜버릴 듯이 덤비기만 하는 파도나 바람이 계속 똑 같이 흉한 얼굴로만 있지는 않다. 몇 시간 또는 며칠이 지나면 견딜만할 정도로 변한다. 어떤 때는 “언제 파도와 바람이 있었느냐”는 듯이, 바다가 아주 고요해진다. 또 다른 경우에는 바람이 전혀 없어서, “무풍의 감옥에 오랜 기간 갇혀 더 이상 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고 겁을 먹게 할 때도 있다.

 

위기때는 지혜를…좋은일엔 ‘하심’

無空모두 ‘격려와 경고’의미 담겨

 

“파도와 바람에게 고정 불변의 실체가 없다”는 공의 해석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있던 파도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바람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 여기에서의 강조점이 “없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도, 언젠가는 가라앉게 되어 있으니, 일시적인 위험에 겁먹어서 스스로 나자빠지지 말고, 지혜롭게 대처해 극복하도록 하라”는 메시지가 주 포인트라는 말이다.

 

바다에 파도와 바람이 있듯이, 이 세상에도 많은 위기들이 있다. 욕망이 솟구칠 때, 한 발자국만 잘못 내디디면 파멸이 올 수도 있다. 지루하고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할 때, 잠깐 놀아버리면, 내 옆에 있던 이들은 이미 저 멀리 가 있다. 사업을 확장하거나 줄일 때만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시시처처가 위기를 넘기는 순간이 될 수 있다. 감정이 복받칠 때, 잠시 방심하고 손 한 번 잘못 휘두르면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저 재벌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텅 비었다”는 가르침이,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진다. 어려운 위기를 맞은 사람에 대해서는, “저 위기가 지금 아무리 위세를 떨치더라도 얼마지 않아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 중생을 위한다는 원을 세우고, 시야를 넓게 보면서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라”는 격려가 될 것이다.

 

반대로 만사가 마음먹은 대로 아주 쉽게 풀려나가고, 좋은 일만 생기는 사람에 대해서는, “행운과 행복은 잠깐이다. 언제 어디서 밀어닥칠지 모를 재앙에 대해서 항시 대비하고, 하심으로 방심하지 말고, 중생에게 베풀라”는 경고가 될 것이다.

 

“사물에 고정적 실체가 없으므로 공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자와 공자 가운데 어느 하나를 써도, 쓰지 않은 다른 글자가 그 안에 내포되어 있다. 두 글자 모두 부정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요점은 “없다”가 아니라, “격려”와 “경고”라는 것이다.

 

속리산 허허선당 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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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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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보탑 | 작성시간 12.04.07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 작성자서정 | 작성시간 12.04.07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 작성자다정불심 | 작성시간 12.04.07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 작성자無涯心 | 작성시간 12.04.08 니무 지장보살 마하살.....()()()
  • 작성자윤영하(尹鈴廈) | 작성시간 12.04.15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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