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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화 위한 인간의 노력은 필요없나

작성자평안|작성시간26.06.09|조회수7 목록 댓글 0

오늘의 구원과 성화 (4)


박영돈 교수/ 고신대학교


성화와 ‘오직 믿음’


개신교 강단에서 자주 나타나는 성화론적 오류는 성화와 믿음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르게 이해하고 가르치지 못하는 것이다. 칭의를 논할 때는 믿음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성화를 다룰 때는 믿음보다는 행함을 더 강조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성화에서도 우리는 믿음의 영역을 초월하지 않는다. 성화의 과정에 들어가서는 믿음의 영역을 벗어나 행함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오직 믿음’의 원리는 칭의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화 과정에 들어서면 신자는 이 원리를 떠나 신인협동체제의 삶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일반적인 오해가 율법주의가 잠입할 틈새를 열어준다.


칭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성화의 과정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힘든 일은 하나님의 은혜보다 인간의 힘을 의지해 살아가려는 헛된 율법적인 수고를 그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에만 계속 신세지며 사는 것은 자기 의를 숭배하는 인간의 교만한 자존심을 심히 상하게 한다. 은혜만을 의존하는 ‘오직 믿음’의 원리는 너무도 단순하고 쉬운 성화의 길로 보이기에 우리 안의 일종의 직관이 이를 거부한다. 그러나 칭의뿐만 아니라 성화의 전 과정은 오직 믿음의 바탕 위에서 진행된다. 우리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될 뿐 아니라, 오직 믿음으로 거룩하게 된다. 이 말은 개신교 신자들에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오직 믿음으로 거룩하게 된다면 성화를 위한 인간의 노력과 행함이 필요없다는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이 말은 성화과정에서 인간의 행함이 ‘오직 믿음’이라는 채널을 통해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오직’은 인간의 역할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밝히고 있다. 이는 오직 십자가만이 칭의의 공로인 것같이 또한 성화의 근거임을 주목하게 한다. 우리는 오직 십자가를 바라보는 믿음으로 죄사함과 의롭다함을 얻은 것 같이, 오직 십자가의 효력을 의지하는 믿음으로 성화를 이루어 간다. 그것은 십자가에서부터 죄를 이기는 능력, 거룩하게 사는 효력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같이 하나님의 은혜만을 의지하는 ‘오직 믿음’의 비결은 은혜의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율법적 행함을 몰아냄으로써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가 밀려들어오는 채널을 활짝 열어 놓는데 있다. ‘자기 의’의 성곽으로 둘러 쌓인 인간의 마지막 보루를 허물어뜨림으로써 우리를 자신 안에 더 이상 의지할 것이 없는 철저히 연약한 자로서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자리에 서게 한다. 이렇게 우리가 자신을 의지하는 삶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강력하게 역사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강단에서 전파되는 성화에 관한 설교들은 온통 신자의 책임과 사명, 그리고 열심을 고취시키는 윤리적인 지침과 권면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예수 안에 주어진 은혜의 풍성과 영광은 온전히 밝혀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칭의 뿐 아니라 성화에 관한 설교도 예수와 그의 십자가와 부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설교자는 성화가 우선적으로 인간의 행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행하심에 근거한다는 진리에 좀 더 깊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서 강력하게 행하시기에 오직 이 신적 사역의 토대 위에서만 우리도 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성화에 대한 설교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려는 하나님 아버지의 경륜과 부르심, 그 뜻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성령의 사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에 내포된 성화론적 함축과 우리를 날마다 새롭게 하는 성령사역의 다이내믹을 심도 있는 고찰을 통하여 밝히 증거함으로써 이에 대한 확신 있는 믿음 위에 서게 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이 믿음의 채널을 통해 주어지는 은혜의 바탕 위에서 신자의 책임의 특성과 중요성을 선명하게 밝혀 주어야 한다.


성화 과정에서 신자는 부단히 경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는 신자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자가 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게 한다. 하나님의 은혜만을 의존하는 믿음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적주의 신앙이 아니라 은혜를 힘입어 능동적으로 책임을 수행해가는 역동적인 신앙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의 노력은 ‘은혜를 향한’ 행위가 아니라 ‘은혜로 인한’ 행위이다. 은혜를 얻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은혜의 산물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조건이 아니라 그 은혜의 결과이며 열매인 것이다. 항상 하나님의 은혜가 신자의 책임보다 앞선다. 그리하여 신자의 노력을 헛된 수고가 아니라 풍성한 열매를 산출하는 생산적인 수고가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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