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신앙, 축복인가 굴레인가 (정재영 송인규 구미정 김선일 김상덕, IVP)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결혼 10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신앙의 유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마음 한편에 두려움과 걱정이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한국교회 안에서 존경받는 선배 목회자들의 자녀들을 떠올려 보아도, 신앙의 유업이 늘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전수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현실이 나의 불안을 더 키우는 것 같다. 오늘날 우리는 점점 전도가 어려운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외부를 향한 전도도 문제이지만, 내부에서 신앙을 전수하는 일 역시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목회자의 자녀들이 교회 안팎을 맴돌고, 장로와 권사의 자녀들이 교회를 등지고 살아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도한다. 이 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흥미롭게 다룬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의 핵심 단어는 ‘가족 종교화’다. 부모가 교회에 다니면 자녀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간다고 생각한다. 주일 아침이면 온 가족이 함께 예배당으로 향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녀는 유아부에서 아동부, 청소년부를 거쳐 청년부에 이른다. 그렇게 신앙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묻는다. 그것이 정말 신앙의 계승인가, 아니면 종교적 관습의 반복인가. 축복처럼 보이는 그 장면이 동시에, 기독교의 영향력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으로만 쪼그라드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족 종교화가 지닌 축복과 위기의 야누스적 얼굴을 드러내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정재영은 가족 안에서 신앙이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되는지를 조사 결과를 통해 분석한다. 실제 개신교 신자들의 경험과 인식을 통해 가족 종교화의 현실을 보여 준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최초 교회 출석 시기가 초등학교 이전인 사람이 현재까지 교회를 다니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신앙은 일찍 심길수록 오래 간다는 말이 통계적으로도 일정 부분 확인되는 셈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이 따라온다. 일찍 시작된 신앙이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주체적인 신앙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모를 따라 시작한 신앙이 어느 순간 자녀 자신의 고백과 삶의 방식으로 전환되었는지는 별도의 질문으로 남는다. 송인규는 부모 역할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성경에도 실패한 부모들이 나온다. 믿음은 부모 됨을 면제해 주는 장식이 아니라, 부모 됨을 더 깊이 성찰하게 하는 부르심이다. 구미정은 가족주의의 폭력성과 극단적 개인주의 사이에서 묻는다. 가족을 우상화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신앙의 길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다룬다. 김선일은 가정이 닫힌 울타리가 아니라 이웃을 향해 열리는 선교적 자리임을 말한다. 김상덕은 사적 신앙에서 공적 복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 안에서 신앙이 이어지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가족만의 신앙, 우리 공동체만의 안전으로 좁아질 때 복음은 사적 소유물이 되고 만다.
부모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자녀가 믿음 안에서 자라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선한 바람이 때로는 조급함이 되기도 한다. 조급함은 통제가 되고, 통제는 상처가 된다. 부모는 신앙을 물려준다고 생각하지만, 자녀는 부담을 떠안았다고 느낄 수 있다.
다음 세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너무 쉽게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더 재미있는 예배, 더 좋은 교재, 더 전문적인 사역자.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자리로 우리를 데려간다. 다음 세대의 위기는 프로그램의 위기이기 이전에, 관계의 위기이며 삶으로 보여주는 신앙의 위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앙은 상속되는 재산이 아니다. 신앙은 전달되는 생명이다. 상속은 사실 소유의 언어이다. 내 것을 네게 넘겨주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다르다. 생명은 강제로 넘길 수 없다. 돌보고, 기다리고, 보여주고, 함께 살아갈 뿐이다. 부모는 자녀의 신앙을 소유할 수 없다. 다만 자녀가 하나님을 향해 눈을 뜰 수 있도록 곁에서 증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신앙이 축복이 되느냐 굴레가 되느냐는, 신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신앙을 전하는 방식의 문제다. 사랑으로 전하면 축복이 된다. 두려움으로 밀어붙이면 굴레가 된다. 삶으로 보여 주면 길이 된다. 말로만 강요하면 짐이 된다. 물론 말은 쉽고, 깨달음은 잠깐이다. 삶을 살아낼 수 있느냐는 언제나 독자의 몫이다. 다만 이 책은 적어도 나와 가족, 그리고 교회의 신앙을 조금 더 정직하게 바라보게 돕는다.
안성전 목사(찾는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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