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큰 딸의 둘째 손녀가 지난 6월 11일 목요일 저녁 6시, 오렌지 카운티에 소재한 발렌시아 고등학교에서 졸업 했습니다.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졸업한 첫째 손녀에 이어서 두 번째로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3년 전과 달라진 것은 졸업식장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입장권을 소유한 사람만 들어가는데 그것도 여러 명의 보안 요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방과 소지품 조사를 받은 후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딸의 손자녀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다른 주에 살기에 참석하지 못했었습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국에서 고등학교의 졸업식은 저녁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졸업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많고 지역적 특성상 낮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실외에서 합니다. 졸업식 행사에 든 시간은 두 시간이었습니다. 졸업식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졸업생 600여 명이 같은 색의 까운을 입지 않았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다른 까운을 입었습니다. 흰색, 회색, 그리고 짙은 하늘색이었습니다.
필자의 손녀가 입은 까운은 흰색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곁에 앉은 딸에게 물었습니다. 전체 학생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이 짙은 하늘색 까운을 입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일반 졸업생들은 짙은 하늘색 까운을 입습니다. 가장 많은 학생이 그 까운을 입었습니다.
다음으로 회색 까운을 입은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더 까다로운 졸업 요건을 충족한 학생들로 기술이나 비즈니스 특화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이고, 가장 적은 숫자인 흰 까운을 입은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대학 프로그램인 IB 디플로마 케임브리지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입니다.
식장에 입장할 때도 흰색 까운을 입은 학생들이 먼저 입장해 앞자리 다섯 줄 의자에 앉았고 이어서 회색 까운을 입은 학생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인 하늘색 까운을 입은 학생들이 입장했습니다. 손녀의 졸업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큰 은혜와 축복을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는 학생(12~13%)들도 있습니다. 졸업생 가운데 45%만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중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2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좁은 문을 통과한 손녀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동안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롤모델로 삼은 것은 3살 위인 언니입니다. 보통 가정의 경우 자매가 싸움도 하면서 성장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니를 따라서 중고등학교를 같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언니의 삶과 행동을 그대로 본받았습니다. 공부하는 습관까지 따랐습니다. 그 결과 자랑스러운 졸업생 명단에 오른 것입니다.
이번 가을학기에 UCLA 대학생이 되는 손녀는 필자의 손자녀 중 4번째 대학생이 됩니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일 년 후면 현재 대학 3학년인 두 명의 손녀가 졸업하게 됩니다. 필자가 이민 1세대이고 아들과 딸들은 이민 2세대이며 손자녀들은 이민 3세대입니다. 머지않아 이민 4세대로 이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먼 나라로만 알았습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반세기 넘게 살면서 깨달았습니다. 미국은 남의 나라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내가 살아가는 나의 나라이며 나의 후손들이 자자손손 뿌리내리고 살아갈 자랑스러운 나라입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나의 삶의 경계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다면 지금의 나와 후손들이 누리는 이 모든 것들이 지금과 같지 않았으리라는 것입니다. 고전 15장 10절에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라고 고백한 바울처럼 나의 나 됨도 오직 주님의 은혜와 축복이심을 감사드립니다.
이상기 목사(평강교회 원로,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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