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심술궂은 아빠, 못된 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를 사랑과 희생의 상징으로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리 없다"는 믿음은 너무도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실은 늘 이상과 같지 않다. 세상에는 자녀를 사랑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부모도 존재한다. 겉으로는 헌신적인 부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녀의 감정과 인생을 통제하며 심리적으로 착취하는 사람들이다.
크리스텔 프티콜렝의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할까?』는 바로 이러한 부모들을 정면으로 다룬다. 원제는 "아이 삶을 좀먹는 심리조종자 부모 퇴치 프로젝트"에 가깝다. 제목만 보면 이혼 가정이나 양육권 분쟁에 관한 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애적 성향과 심리조종 성향을 가진 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상처를 분석한 심리학 서적이다.
특히 저자는 "부모라고 해서 모두 어른인 것은 아니다"라는 불편한 진실을 제시한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정서적으로는 미성숙한 아이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부. 부모 가면을 쓴 심술쟁이들
1부에서 저자는 심리조종자 부모의 정체를 해부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는 매우 좋은 사람처럼 보인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능력 있으며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닫힌 공간 안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외부에서는 존경받는 사람인데 집 안에서는 폭군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을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제멋대로인 어린아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의 관심사는 배우자나 자녀의 행복이 아니다. 오직 자신의 욕구와 만족이다. 따라서 가족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이 된다.
특히 자녀는 가장 손쉬운 통제 대상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사랑을 조건부로 제공하며, 자신을 돌보도록 강요한다. 어린아이가 부모를 의지해야 하는데 오히려 부모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이다. 심리조종자 부모는 자신의 불안과 분노, 좌절을 자녀에게 쏟아낸다. 결국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부모의 기분을 살피는 데 인생을 소비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가족 구성원을 경쟁시키고 편애를 이용한다. 형제자매를 서로 비교하며 갈등을 조장하고 특정 자녀를 이상화하거나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 결과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게 되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지 못한다.
2부. 심술쟁이 손에 들린 심리조종 무기
2부는 심리조종자 부모가 실제로 사용하는 전략과 무기를 다룬다.
특히 이혼과 양육권 분쟁 상황에서 이러한 특징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심리조종자는 아이의 행복보다 자신의 승리를 우선시한다. 아이를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라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부모 소외 현상, 자녀를 이용한 복수, 거짓 정보 주입, 상대 부모 비난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심리조종자는 아이를 통해 전 배우자를 공격하며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청난 혼란을 경험한다. 한쪽 부모를 사랑하면 다른 쪽 부모를 배신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결국 아이는 자신의 감정보다 부모의 기대를 우선하게 되고 정체성 혼란에 빠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이 겪는 후유증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낮은 자존감, 만성적 죄책감, 불안장애, 우울증, 대인관계 문제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끌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피해자들이 오랫동안 자신의 피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우리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부모를 비판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처는 더 깊어지고 오래 지속된다.
3부. 심리조종 폭풍 안에서 소중한 아이 보호하기
3부는 이 책의 가장 실질적인 부분이다.
저자는 심리조종자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행동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심리조종자는 가면을 쓴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은 종종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신뢰한다. 그렇기에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야 한다.
또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심리조종자는 상대방이 죄책감을 느낄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라는 건강한 인식이 필요하다.
저자는 자녀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도 제시한다. 부모를 신격화하지 말 것, 사실을 왜곡하지 말 것, 아이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주입하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단순히 법적 대응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야기 치료, 감정 표현 훈련, 심리치료적 접근을 통해 아이의 상처를 회복시키는 방법도 소개한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전쟁터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첫째, 자기애적 부모 밑에서 성장했다고 느끼는 성인 자녀들에게 도움이 된다.
둘째, 이혼 과정에서 자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유익하다.
셋째, 목회자와 상담자, 교사, 사회복지사 등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 전문가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넷째, 나르시시즘과 심리조종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자신의 가정 안에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과 상처가 반복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많은 통찰을 제공한다.
결론: 사랑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오랫동안 나르시시즘과 성격장애를 연구하고 칼럼을 써 온 필자의 눈에 이 책은 단순한 육아서가 아니다. 자기애적 부모가 자녀에게 남기는 상처의 구조를 설명하는 심리학 교과서에 가깝다.
특히 책 제목인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할까?』는 많은 상처 입은 자녀들의 내면을 대변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면 질문 자체가 바뀌게 된다.
"나는 왜 사랑받지 못했을까?"가 아니라 "왜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믿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심리조종자 부모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이 부족해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문제는 아이에게 있지 않았다. 사랑을 주어야 할 부모가 사랑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은 부모를 무조건 비난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왜곡된 관계를 직시하고 상처의 대물림을 멈추기 위한 책이다. 상처를 인정하는 것이 부모를 미워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건강한 회복의 출발점이다.
만약 누군가가 오랫동안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품고 살아왔다면,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왜곡된 방식으로 배웠던 사람이다."
그 깨달음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다.
임석한 목사(성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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