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기 들어선 일본교회… 목회자 없는 ‘무목교회’ 는다 [2026-06-09 03:01]
[일본 무목교회 리포트] <상> 정체 넘어 쇠퇴 위기
▲일본 지바현 가마가야시의 마고메자와그리스도교회 최근 전경이다.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가마가야시의 마고메자와그리스도교회. 일본동맹기독교단 소속인 이곳에서 최근 만난 니시모리 세츠코(75)씨는 이 교회를 섬긴 지 46년 만에 처음으로 대무자(代務者)를 만났다. 지난 2월 4년간 교회를 섬기던 담임목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교회는 이른바 목사 없는 교회를 말하는 무목(無牧)교회가 됐다. 대무자는 소속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유지한 채 무목교회가 새로운 목회자를 청빙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교회 운영을 대신 맡는 목사를 말한다.
< 목회자가 사라진 교회 >
1975년 교회 설립 당시부터 함께한 니시모리씨는 “50년 신앙생활을 했지만 목회자가 없는 상황은 처음이라 막연하고 놀랐다”며 “대무자 목사님이 오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더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현재 교단에서 파송한 7명의 설교자가 돌아가며 주일예배 강단을 채우고 있다. 목사를 청빙하는 1년 동안 이 체제가 유지될 예정이다.
사역 공백은 불가피하다. 전임 목사가 주일예배뿐 아니라 청년부와 교육부서, 찬양 인도 등을 담당했던 만큼 빈자리가 크다. 한국교회의 당회에 해당하는 역원회의 임원 호리오 나오코(55)씨는 “목사님이 떠난 뒤 수요기도회와 찬양집회가 중단됐고 교회학교가 축소됐다”며 “청년회 역시 전임 목사가 직접 이끌던 구조였기에 현재는 사역이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 숫자로 드러난 위기 >
무목교회는 일본교회가 정체기를 넘어서 쇠퇴기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도쿄기독교대(TCU) 국제선교센터 산하 일본선교리서치에 따르면 일본교회의 60.9%는 예배 출석자가 30명 이하이며, 15명 이하인 교회도 28.7%에 달한다. 목사 평균 연령은 62.2세, 35세 이하 목회자는 3.5%에 불과하다. 성도뿐만 아니라 목회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최대 교단인 일본기독교단의 교세 역시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9년 902명이었던 세례자 수는 2020년에는 747명, 2021년에는 603명으로 줄었다. 일본의 복음화율은 2023년 기준 0.43%(53만6857명)이다.
교세 감소는 목회자 부족 문제로 이어진다. 일본 무목교회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담임목사 공백 이후 초빙 절차 중 임시 책임자인 대리목사가 사역하는 대리교회, 목사가 없어 다른 교회 목사가 함께 섬기는 겸임교회, 겸임목사도 대리목사도 없는 완전 무목교회 등이다.
주요 교단의 겸직목회자 비율을 보면 일본성공회는 35.8% 일본복음루터교회는 35.1%로 3명 중 1명꼴로 한 명의 목사가 여러 교회를 맡고 있다. 뒤이어 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회는 23.9%, 일본기독교단도 11.9%의 목회자가 겸직목회를 하고 있다.
< 겸직목회, 선택 아닌 현실 >
기쿠치 료이치 미나미카시와성서교회 목사는 현재 마고메자와그리스도교회에서 대리목회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 곳의 교회를 겸직해본 기쿠치 목사는 “일본교회에서는 설교 심방 전도 등을 통해 한 목회자가 직접 돌볼 수 있는 성도의 규모를 30명 정도로 본다”며 “두 교회를 동시에 맡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무목교회를 겸직으로 맡으며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그는 “목회 공백을 겪는 성도들이 신앙과 소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교회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훼손되면 성도들은 사소한 일로 혼란을 느낄 수 있다”며 “성도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잠재화하지 않도록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교회 성도들도 배려해야 한다. 기쿠치 목사는 “담임하는 교회의 성도들이 무목교회 성도들에게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무 사역 기간과 책임 범위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두 교회 상황을 공유하며 함께 무목교회를 돕고 사명에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무목의 위기, 공동체를 깨우다 >
▲마고메자와그리스도교회 내부 예배당 모습.
물론 무목 상태가 반드시 침체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고메자와그리스도교회 교인들은 무목이라는 위기 앞에서 오히려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고메자와그리스도교회 성도 하기와라 게이코(78)씨는 “교회를 돕는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매주 바뀌는 설교자도 불안했는데, 이제는 매주 새로운 설교를 들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목회자나 건물이 아닌 말씀과 생명이 있는 곳이라는 본질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마가야(일본 지바현)=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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