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하여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마 21:9)라고 외쳤다. 그 후에 예수님은성전에 들어가셔서 그곳에서 매매하는 사람들을 몰아내시고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마 21:13)“로 만들었다고 유대교 지도자들의 비행을 지적하셨다.
그러자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고 예수님에게 물었다. 그들의 물음에 대해서 예수님은 포도원 농부 비유로 하나님의 종들과 아들을 죽이는 자들이 엄중한 벌을 받을 것이라고 답하셨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그 비유가 자신들에 대한 것인 줄 알고 예수님을 체포하려고 했다. 그들의 악한 반응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는 그들에 대한 엄중한 벌을 다시 혼인 잔치 비유로 말씀하셨다.
혼인 잔치 비유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왕을 격노하게 만든 두 가지 행위, 즉 왕의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과 예복을 거부하는 행위는 모두 불순종이다. 이 글에서는 그 두 가지 불순종의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예복을 입지 않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히겠다.
그러면 우리가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이 비유 이야기에 기독교 신앙의 두 가지 주요 주제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혼인 잔치 비유의 전반부
혼인 잔치 비유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전반부에서 왕이 종들을 보내서 아들의 혼인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한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
여기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자들이 왕의 종들을 죽이는 것은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핍박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왕이 군사를 보내서 그들을 진멸한 것은 초대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를 드러낸다.
예수님이 혼인 잔치 비유를 말씀하시게 된 정황을 고려할 때, 왕의 아들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그 초대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왕의 명에 불순종한 것은 예수님이 선포하시는 천국 복음을 거부한 것을 가리킨다. 달리 말해서, 그들에게는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이 전반부는 포도원 농부의 비유와 유사하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예수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불순종의 다른 의미를 말씀하셨다.
후반부에 나오는 예복의 의미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그 초대에 응하지 않자, 왕은 길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데려다 자리를 채우라고 종들에게 명한다. 이 비유의 전반부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왕의 초대에 응하지 않은 것과 달리, 후반부에서는 길거리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모두 그 혼인 잔치에 참석한다.
전반부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초대에 응하지 않은 것이 그들에게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후반부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초대에 응한 것은 그들에게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혼인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이 왕이 나누어주는 예복을 입었는데, 한 사람만 그 예복을 입지 않는 불순종을 범했다. 그가 혼인 잔치에 참석한 데서 드러나는 그의 믿음에도 불구하고, 예복을 입지 않았다고 왕이 그를 쫓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옷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 옷은 정결, 변화, 신분 등을 상징한다. 이 비유 이야기에서 왕이 나누어주는 깨끗한 예복을 거부하고 자기가 입던 옷을 고집한 행위는 정결한 삶으로의 변화를 거부하고 옛 삶을 고집하려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왕이 잔치에 참석한 사람이 예복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쫓아낸 것은 그에게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가 악한 옛 삶을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울의 표현을 빌리면, 왕이 나누어주는 예복을 입는 것은 바로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는 것”이다. 바울은 로마서 13장에서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며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13:13-14)라고 말한다.
계시록 19장에서는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서 “그(신부)에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도록 허락하였으니 이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로다”(계 19:8)라고 언급한다. 요한계시록의 기록자는 예수님이 성도들을 당신의 신부에 비유하신(마 9:15절과 병행구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어린 양의 “혼인 잔치”, 신부에게 입히는 “세마포 옷”, 그리고 “옳은 행실”은 혼인 잔치 비유에서 예복을 입는 것이 “옳은 행실”을 의미하는 것과 상통한다. 달리 말해서, 왕이 나누어 주는 예복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실’을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키스트메이커는 『예수님의 비유』에서 혼인 잔치를 해석하며 예복을 입지 않아서 쫓겨난 사람의 실수는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행위가 바르지 않기 때문임을 시사한다. “초대에 응한 자 중에도 단지 신앙고백으로 만족하는 자들이 많다. 신앙고백은 반드시 삶의 새로워짐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믿는 자는 그의 말을 행위로 옮겨야 한다.”
마치면서
혼인 잔치 비유에서 예수님은 비유적으로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주시는 예복을 거부하고 자기 옷을 고집함으로써 악한 행실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혼인 잔치에 참석할 만한 믿음이 있다 하더라도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산상수훈의 결론부에서는 예수님이 이 사실을 직설적으로 언급하셨다. “나더러 주여주여 하는 자마다”, 즉 믿음을 고백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시는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 7:21)
혼인 잔치 비유에서 보여주듯이 믿음 없는 사람은 천국 잔치의 초청에 응하지 않는다. 천국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믿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주님과 함께 그 잔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왕이 요구하는 대로 예복을 입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뜻대로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
믿음으로 시작된 구원이 행함을 통해서 완성된다. 예수님은 혼인 잔치에 참석한 사람이 예복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쫓겨난 비유를 통해서 믿음은 구원의 필요조건이고 거룩한 행위는 구원의 충분조건임을 밝히셨다.
가나의 혼인 잔치(The Wedding Feast at Cana)(1563 캔버스에 유채 990x669 파리 루브르박물관)
- 최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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