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여행 16일 차_20260619 - 이살루 국공 트레킹
피아라난초아 주의 이살로국립공원 트레킹이 있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일출을 맞이한다. 6:30분,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아침을 먹고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현지 가이드 픽업 후 공원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8:00시. 간단하게 오늘 트레킹할 코스를 안내받았다. 왕복 약 7~8km으로 보통 3~4시간소요되며 천연수영장에서 휴식하면 4~5시간 정도다.
무라무라(천천히), 아다우(이제 가자) 현지어 두 마디를 숙지하고 출발한다. 그동안 다녔던 트래킹에 비해 야생화가 거의 없고 고사리과 이끼류가 많다. 하지만 곳곳에 계곡과 폭포수가 있어 맑은 물의 천연 수영장이라 할만한 지경이 아쉽지 않게 많다. 지질이 사암으로 깎아만든 계단과 디딤돌이 여행지를 안심시킨다. 출발할 때는 “사막 같은 곳”인데, 1~2시간 걸은 뒤 갑자기 야자수와 물이 있는 오아시스가 나타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천연 수영장(Piscine Naturelle) 코스는 가장 인기 있는 4시간짜리 트레킹이다. 현지의 공원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진다. 카피아 쨈 만드는 나무, 워킹가 열매 주먹크기, 이 지역의 식수를 책임지는 파이프라인과 시류의 시작점. 미니 포레스트, 식충식물 파리지옥 물벽에 붙은 이끼루, 잎 줄기로 바구니를 만드는 판다누스, 꼬리환원숭이(Ring-tailed Lemur) 시파카(Sifaka)를 봤다. 천연수영장은 많이 나왔지만 물이 너무 차갑고 동행인들이 수영준비를 하지 못한 바람에 패스.
점심은 자연석 돌 식탁과 돌 의자에서 먹는 피크닉 점심. 피크닉 장소에서 만난 시파카 세 마리, 옆으로 뛰는 리머.
이살루 국립공원을 걸으며 건기 특유의 누렇게 마른 초원과 층층이 쌓인 사암 절벽이 아주 멋지다. 곳곳에 수직 절벽은 오랜 풍화와 침식으로 형성됐다. 작은 구멍과 움푹 팬 부분은 바람과 비가 오랜 세월 깎아낸 흔적이고 하늘이 유난히 짙은 파란색인건 건조한 공기와 강한 햇빛 때문이리라.
거대한 절벽 앞을 한 줄로 걷는 사람들.
각자 같은 길을 걷지만 같은 풍경을 보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절벽을 보고, 누군가는 꽃을 찾고, 누군가는 동행인을 보고, 누군가는 자기 마음을 돌아본다. 동행이 있는 이번 여행에서 나는 풍경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기록하고 싶다. 이살루의 절벽은 수천만 년의 시간을 품고 서 있었고, 그 아래를 걷는 우리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고 걸었다. 같은 길이었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풍경은 달랐다.
4시간의 이살루 트래킹을 마치고 오후엔 긴 휴식시간을 가졌다.
저녁 식사로 일행들이 지쳐가는 듯싶어 이번 여행길에 제자가 준비해 주고 내가 직접 끓인 누룽지미역국을 끓였다. 가이드에게 호텔 부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생일에 끓이고 싶었으나 쑥스러워 다음날 직접 끓인 누룽지미역국에 극찬(?)를 받았다.
저녁 식사 후 호텔 수영장에 앉아 초승달보며 담소시간을 가졌다. 그다지 달가운 자리는 아니지만 피할수 있는 자리는 아닌듯 앉았다. 내 방가 가까워 챙겨온 한마리 오징어와 믹스넛과류를 먹으며 그동안 여행에 대하여 각자 한마디씩 하는 시간이다. 각자 좋은 말들이 오가고 나도 한마디 했지만 개운치 않다. 침대로 돌아와 이거저거 쓰다보니 밤을 꼬박샌다.
나의 여행길에서 가장 큰 무기는 ‘저들 앞에 겸손하자’는 마음이다. 나는 겸손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천사가 되어 나를 도와준다고 믿으며 여행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동행인들의 베풂을 보며 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 불편함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너무 냉정하거나 인색한걸까?
그들은 불교에서 말하는 측은지심과 자비심으로 베푸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누군가를 측은하게 여겨 베풀기보다는,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그 감사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감사에서 비롯된 베풂과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베풂은 같은 것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
어쩌면 결국은 같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사람들은 왜 누군가를 측은하게 여기는 걸까. 아니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마음이 있는 걸까.
낯선 나라의 여행길에서 나는 풍경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결국 내 마음을 돌아보고 있다.
자비보다 존중,
연민보다 감사,
베풂보다 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