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개천예술제

제59회 개천예술제 개천문학 신인상 시부문 당선작

작성자박오철|작성시간09.10.13|조회수197 목록 댓글 0

제59회 개천예술제 개천문학 신인상 시부문 당선작

 

 

                                이현정

 

세상의 집으로 통한다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태곳적 어둠이 신 새벽을 낳고

그 새벽이 저물녘을 잉태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거룩한 시간과 만나게 된다

 

길은 잘 빚어 구워놓은 한 장의 비색

모남없이 둥글게 물결지는 길을 따라

오래전 발 담그고 노래하던 푸른 자궁에

세상의 풍경들을 새기려 거슬러 오르는 은빛이 있다

 

굽은 길 사이 숨어있던 얼굴들이

돌 틈에서 깨어나 눈을 맞춘다

바람은 낮게 불어 꽃대를 흔들고

지나는 비에 연한 꽃잎들이 달게 진다

걷는 동안 세상이 흔들리고 어둠 깊을 적마다

단단하게 날 선 하루가

마음 한 귀퉁이를 베고 달아나기도 하고

불러본 적 없는 이름들 시간을 재촉해

발바닥에 시퍼런 물집이 잡히기도 하겠지만

길은 모든 생채기를 품어 설설 푸는 공교하고 빛나는 재주가 있어

우리는 각자의 등쌀을 이기지 못해 상처 입은 얼굴을 하고서도

언제 쓸려 휘돌아 나갈지 모르는 길 위에서

자꾸만 서성여 보는 것이다

 

그렇게 길 어디쯤엔가

열두 개의 달을 숨이 차도록 슬어놓고

저무는 시간에 몸을 섞은 채 숨죽여 울다보면

세월이 나를 견디는 동안

딱 그만큼 무르익고 있던 생의 한 순간이

비색 장막을 걷고 다시금 찾아오는 것이다

 

 

<심사평>

 

당선작(진주시, 이현정)은 백일장 작품으로서는 언어와 상상력 측면에서 원활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길"에 대한 역사적인 이미지와 그 길 주변의 상황적 스케치가 독특한 개별성을 보인다

"길은 잘 빚어 구워 놓은 한 장의 비색"이라거나 "길은 모든 생채기를 품어 설설 푸는 공교하고 빛나는 재주가 있어"

같은 대목이 특별히 선자의 감성을 건드려 준다 전체적으로 이미지와 어떤 지향이 통합적으로 잘 드러난 점은

동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리는데 뒷받침이 되고 있다 바라는 것은 이미지 부분을 그때 그때 밀어낼 수 있는

그냥 흐르는 통어력을 갖추어 달라는 점이다 앞으로 더많은 집중과 사물의 선택에 기량을 보태 나가기를 빈다

 

심사위원 : 김송배 강희근 이덕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