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러한 핑계로 글올리기를 게을리하다가 더는 미룰 수 없어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며 올릴 글들을 궁리합니다.
아~ 글쓰는 일이 쉽지 않구나.
그래도 제 일이니 마음을 다 잡고 글을 써봅니다.
오늘 글감의 주인공은 이 분입니다.
냉천댁...이 곳 말로 하면 냉천떡!!!
이 곳에선 누구 누구 집을 말할 때 택호를 부릅니다.
택호는 그 댁의 어머님이나 며느리가 시집오기 전에 살던 마을이름 등으로 정해집니다.
아마도 옆 마을인 냉천리에서 시집오신 것 같습니다.
오늘 마침 냉천떡께서 당신 녹차밭에 녹차를 따러 나오신 날입니다.
" 이쁜 사람 쎄뿌렀는디 못난 사람을 뭐덜라고 찍고 그랴 !! "
그렇게 촬영을 거부하시지만 소용없습니다.
오늘 사무장에게 딱 찍히셨으니까...^^
이내 포기하시고 녹차따기에 열심이십니다.
어머님 옆에 붙어서 이런 저런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녹차는 시기에 따라 시세가 금방 떨어집니다.
한 해 처음 수확하는 녹차(우전 녹차)잎은 1kg에 몇 만원이지만
자고나면 떨어지고 자고나면 떨어져서 지금은 1kg에 몇 천원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 놉얻어서(사람을 사서) 녹차딸라믄 수지가 맞덜 안한께 그냥 묵혀지는 녹차밭도 많어"
" 아는 사람들하고 나눠 묵을라고 녹차따러 나왔어"
새로나온 녹차잎을 손으로 일일이 따야하는 일이라 일이 더디고 힘이 듭니다.
녹차 새순 하나에 손한번, 녹차 새순 하나에 다시 손한번...
녹차잎이 쌓여가는 만큼 손길가는 횟수도 쌓여갑니다.
몇 해 전에 전국적으로 차농약파동이 있은 뒤로 이 곳의 특산품인 녹차소득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 곳은 돈을 들여 농약을 치는 일이 없지만 세상에 그것을 설명할 방법을 이 마을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예전엔 녹차를 따서 수입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건비도 안 나오는 녹차밭에 한숨이 늘어갑니다.
사진을 찍던 제 손을 보시고 깜짝 놀라며 물으십니다.
" 손은 어쩌다가 그리 되얏소? "
얼마전 서툰 시골일에 손톱이 빠져 붕대를 감은 터 였습니다.
저는 붕대감은 손을 시골살이의 훈장처럼 자랑하며 무용담을 늘어 놓았습니다.
" 아이구 얼마나 아팠을 까잉? "
걱정하시고 조심,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하십니다.
그런데 이번엔 어머님 손을 보고 제가 놀랐습니다.
상처나서 아문 자국, 다쳐서 굽어버린 새끼손가락, 중지마디....
어머님 손 마디 마디에 사연이 담겨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들로 상처나고 움직이지 않게 된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처럼 풀어 놓으십니다.
놀란 제게 어머님이 말씀하십니다.
" 이잔 암시랑토 안혀 "
그 말에 부끄럽고 짠해집니다.
다시 사진기를 들이댑니다.
부끄러운 손이라고 절대 못 찍게 하십니다.
저도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습니다.
냉천떡 어머님 !!
당신손이 가장 예쁜 손이십니다.
다시 녹차밭에, 어머님의 손에 주름이 펴지는 날이 다시 찾아 왔으면 좋겠습니다.
예쁜 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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