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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CPA 칼럼

한 농장주를 만나고...

작성자jocpa|작성시간03.04.04|조회수991 목록 댓글 0
LA 동쪽으로 차로 한시간 반 정도 거리에 캘리포니아 필란(Phelan)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 지역은 해발 1000미터 정도에 형성된 엄청나게 넓은 분지형 땅인데 그야말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땅이다. 인간이 있기전 태초의 광할한 지구의 모습처럼..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저절로 싹 가신다. 지대가 높아 캘리포니아에서는 보기 드물게 4계절이 뚜렷한 지역이다. 겨울에는 눈도 온단다. 인근에 스키장이 많은 이유다.

어제는 고객의 소개로 한인중에서 가장 크게 농사를 짓는다는 농장주를 만나기 위해 필란에 다녀왔다. 농장주를 찾은 것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오겠다는 한분이 미국에서 어떤일을 하면 좋을까 해서 농사 짓는 일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서다.

농장주는 첫눈에 꽤 여유로운 인상이다. 그는 나의 일행을 최근에 건축한 농장에 딸린주택의 거실로 안내했다. 거실이 꽤 넓어 집면적을 물었더니 3500 평방피트(약 100평) 란다. 그분은 십수년전에는 한인타운에서 꽤 큰 운송택배 사업을 하였단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남은 돈 9만불을 가지고 농사를 짓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LA외곽지역에 총 300에이커에 달하는 면적에 주로 한인들이 소비하는 채소류를 생산한단다.

내가 방문한 Phelan 농장은 10에이커 땅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멕시칸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주로 파를 재배하고 있었다. 한인들이 소비하는 채소류는 항상 공급이 모자라 채소가 다 자라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고 한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역시 땅이다. 1에이커를 5000불이면 산다니 만불이면 집 마당에 소도 키울 땅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왜 그 땅값 비싼 도시의 좁은 집에 살면서 사업한다고들 아우성인가? 농장주 말에 의하면 비닐하우스 50동(투자비 약 6만불)만 잘 운영해도 월 만불은 순수하게 남는다고 한다. 대부분 기계와 임금싼 멕시칸 인부들을 고용해서 작업하니 뼈빠지게 노동하는 것도 아니다. 전기, 수도가 없는 시골도 아니다. 마켓과 훌륭한 공립학교도 가까이 있으니 생활이 불편할 것도 없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에 오면 너도 나도 시작하는 장사가 있다. 세탁소, 리커스토아, 커피샾, 식당, 각종 소매상 등. 그러니 한인타운에서 웬만한 소규모 사업거리는 경쟁이 점점 심해진다.

미국의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도 그져 내버려진 무궁무진의 땅이 부지런한 한인을 기다리고 있다. 농사를 짓는 것도 훌륭한 사업이라는 생각이다. 캘리포니아의 맑고 뜨거운 햇빛은 농사 짓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농장주 말에 의하면 백인 농장들은 대부분 수천 에이커 규모란다. 한인 중에서 가장 크게 한다는 자기가 300에이커 규모란다. 농사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그가 십여년만에 한인 최고의 농부가 되었다는 말에 이 분야에 대한 비젼을 갖게 한다. 미국에서의 농사는 허리 휜 시골 노인네가 샆들고 하는 일이 아니다. 비젼을 가지고 땀 흘려 거대한 미국땅을 경작할 의욕 넘치는 젊은 이들이 해 볼 만한 일인 것이다. 한인들도 이제는 주로 하는 상업분야외에 저 광할한 기름진 땅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하여 언젠가 수천에이커의 광활한 땅을 일구는 건강한 한인들 소식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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