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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작성자손님|작성시간06.05.09|조회수1,024 목록 댓글 0

 형이상학

 

(1) 제1 철학
형이상학은 존재 그 자체의 본성을 다루기 때문에 제1철학이라고 불린다.  과학적 탐구들은 특수한 사물들의 존재나 그런 사물의 부류(部類)의 존재를 다루는 반면, 제1철학은 사물일반 혹은 존재자 그 자체의 보편적이고도 궁극적 근거를 발견하려고 시도한다.  또한 동시에 형이상학이 제1철학이라고 불려지는 까닭은 특수한 과학들이 형이상학의 원리들을 전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형이상학의 원리를 근거로 해서만 그 과학들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형이상학적 원리들은 일체의 다른 학문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 혹은 근거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제1철학이 존재하는 것 그자체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했을 때 ‘존재’라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즉 여러가지 존재양태가 있다.  말·소 등의 ‘실체’, ‘푸르다’·‘달다’와 같은 ‘실체의 속성’, 건축이나 살인 등의 행위처럼 실체를 산출하거나 파괴하는 과정 등은 각각 다른 존재양태를 가진다.  제1철학은 이 모든 존재양태의 일반적 성격에 관심을 가지지만 특히 실체에 속하는 존재양태에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이것이 모든 존재양태 중 가장 일차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1철학의 중심문제는 실체개념을 분석하고 실체존재의 원인들을 보여주는 일이다.

 

(2) 형상과 질료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이데아와 감각계에 존재하는 질료가 어떤 식으로 결합되는가 하는 문제를 만족스럽게 설명하는 일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어떤 무규정적인 질료 속에 이데아가 현현함으로써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사물이 존재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존재를 ‘개’라고 부르고 ‘사과’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사과의 이데아가 아니라 개의 이데아가 어떤 무규정적인 질료 속에 현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데아는 분명히 2중적으로 사용된다.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이데아와 개별물 속에 현현하는 이데아 바로 그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를 독립적 실재로 보는 것은 필요없는 중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아리스토텔레스에 남는 것은 개별적 사물이며 이는 실체라 불린다.  그렇다고 해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 이데아 혹은 형상이 제거된 것은 아니었다.  그에 의하면 개별물로서의 실체는 질료와 형상의 결합에 의해서 존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하나의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과학자는 ‘말’과‘소’의 구성조직이 같다고 말한다.  가죽, 뼈, 피, 살 등등 구성조직에 관해서만 말한다면 소와 말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말은 소가 아니고 소는 말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이 양자를 구별한다.  그래서 우리는 말과 소의 구성조직이 아닌 다른 요소가 이러한 구별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런 관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자 속에서 두 가지 요소를 구별했다.  하나는 그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적인 형성 혹은 배열법칙이다.  전자는 소와 말의 경우에서처럼 동일할 수도 있지만, 후자 때문에 소와 말이 구별된다.  개별적 사물 속에서 이 두 요소는 불가분리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별적 사물 속에 두 측면 중 전자를 질료(hyle), 후자를 형상(eidos)이라 부른다.  그리하여 개별자는 일정한 구조원리 즉 형상에 따라서 조직화된 질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질료와 형상의 분석을, 개별적 실체의 범위를 넘어서서 유추의 방법에 의해서 우리가 비교적 무규정적인 ‘그무엇’과 그것에 규정을 부여하는 배열법칙을 구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어린아이에 비해 비교적 고정화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어른에 대해 고찰한다면, 이러한 성격은 가공화되지 않은 성벽으로부터 형성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고난 성벽을 성격이 만들어지는 재료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이란 어른이 좋은 국가의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형상을 이러한 질료에 정확하게 각인시키는 훈련체계를 고안하는 일이다.  사람의 성격은 실체가 아니므로 방금 설명했던 것은 실체의 범주를 넘어서서 질료와 형상의 개념을 확장한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 질료란 물질과 혼동되어서는 안 되고, 구조적 법칙 혹은 형상에 의해서 보다 완전한 규정을 받아들이는 상대적으로 무규정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질료와 형상이 엄격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음을 보게 된다.  질료란 그것에 그 이상의 규정을 부여하는 형상과 비교해서만 질료라 불린다.  형상이란 개별물로 하여금 그것의 완전한 성격을 획득토록하는 마지막 규정을 의미하고 질료는 이 마지막 규정을 아직 받아들여야 할 어떤 것이다.  그리하여 구리공의 경우에 구형의 모습은 그것의 형상이고, 질료는 그것의 재료이다.  인간의 육체의 경우 질료는 여러가지의 조직, 근육, 뼈, 살 등등이다.  그러나 구리는 원소가 아니라 원소들의 특수한 결합이며, 이러한 점은 보다 복잡한 생물체의 조직에도 해당된다.  그리하여 공이나 생물체에 비교했을 때 질료인 바의 것은 그 질료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미 형상에 의해서 규정된 질료인 것이다.  소위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 즉 물, 공기, 흙, 불이 모든 합성체의 질료이다.  그리고 그런 합성체의 형상은 그것의 특수한 구성법칙이다.  이 점은 좀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생물체의 조직에도 타당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갈 경우 결국 모든 개별적 사물의 궁극적 질료는 우주전체에 걸쳐서 동일하며 어떠한 일정한 구조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질료 즉 순수질료는 결코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순수질료는 우리의 사고의 산물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난점을 피하고 있다.  실제로 질료가 발견되는 가장 조잡한 형상은 4원소이다.  그러나 이론적인 측면에서만 볼 때 이들 원소보다도 더 궁극적인 질료가 있을 것이다.

 

(3) 가능태와 현실태
지금까지 우리는 개별적 사물을 정적으로 분석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동일한 것을, 만듦과 성장의 과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함으로써 역동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  이러한 성장과 만듦의 과정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된다.  그래서 질료와 형상의 대비가 가능태와 현실태의 대비로 전환된다.  이러한 대비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쉽게 파악된다.  예컨대 식물의 싹이 주어졌을 때 그것이 어떤 식물의 것인지를 확실하게 알기는 힘들다.  그러나 구별할 수 없는 싹 중 하나는 참나무가 되고 다른 하나는 느릅나무가 된다.  우리가 그 두 개의 싹을 아무리 구별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이들은 자신 안에 상이한 잠재적 생장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싹에 대해서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참 나무가 아니라 하더라고, 가능적으로는 참나무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그 싹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제때에 참나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어떤 방해를 받더라도 그것은 느릅나무나 너도밤나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변화의 과정이란 가능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토리는 현실적인 참나무가 되고, 아기는 현실적으로 어른이 되며, 구리는 현실적 그릇으로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질료와 형상에 대해, 질료는 지속적이며 바탕이 되는 기체이며, 이런 기체 속에서 형상의 발전이 일어난다고 혹은 개별자는 형상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규정될 때 현실태이고 발전되지 않은 질료는 그 현실태의 가능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실체들의 현실상태와 이들 실체가 유리한 사정만 마련되었을 경우 도달하게 되었을 보다 완전한 실재와는 다르다.  이 완전한 실재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완전태(entelechy)라고 부른다.  도토리의 완전태는 참나무가 되는데 있고, 소년의 완전태는 성인이 되는 것이며, 성인의 완전태는 행복에 있다.  따라서 완전태란 어떤 사물이 가지고 있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4) 4원인설
형상과 질료의 대립, 가능태와 현실태의 대립으로 설명되던 세계의 개념은 소위 4원인설에 의해서 보다 완벽한 설명을 얻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이론은 그리스철학의 중심문제가 되었던 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현재 그러그러한 상태로 사물이 존재하게 된 원인을 무엇인가’라고 물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보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4가지 측면에서 물어 볼 수 있다고 한다.  i) 그것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ii) 그것은 무엇인가?  iii) 그것은 무엇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iv) 그것은 어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는가?  이러한 질문은 사람이 만든 물건에 대해서는 i) 질료인 ii) 형상인 iii) 작용인 iv) 목적인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i) 대리석으로 ii) 입상(入像) iii) 조각에 의해 iv) 장식을 위해 라고 대답할 수 있다.  또한 자연 내 유기체의 발전에 대해서는 i) 참나무의 잠재적 가능성이었던 싹 ii) 이러한 싹을 참나무로 되게 하는 일정한 성장법칙 iii) 참나무의 싹은 어느 곳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어버이 참나무에서 성장했다.  어버이 참나무와 도토리를 배태하는 어버이나무의 활동이 바로 현 참나무의 작용인이다.  vi) 성장의 전 과정에서 마지막 단계가 있으며,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도토리를 배태하고 있는 장성한 참나무가 존재한다.  이 단계가 과정의 마지막(목적)이다.

 

(5) 부동의 원동자(不動의 原動者)
자연의 모든 사물들은 4원인, 가능태와 현실태로 설명함으로써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을 운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가능태와 현실태에 관한 그의 설명에 이런 점은 특히 드러난다.  만일 만물이 변화와 생성소멸의 과정 속에 있다면 만물은 가능태를 함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태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현실태가 있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순수한 현실태로서의 최고존재의 개념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형상의 측면에서 볼 때 그것은 순수형상의 개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순수형상 혹은 순수한 현실태는 어떠한 가능태도 포함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 운동 혹은 변화는 가능태가 현실태로 되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태를 전혀 포함하지 않는 현실태는 전혀 운동하는 존재가 아닐 것이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는 부동의 원동자라는 개념을 생각해 내었던 것이다.
부동의 원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 신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적 의미에서의 창조자는 아니었다.  즉 인간의 활동들을 알고 배려하는 그런 신은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운동이나 변화의 발생을 설명해 주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것이 가능적인 것에 논리적으로 선행해야 한다.  변화는 최종적으로 가능태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현실태를 전제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부동의 원동자는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의 작용인도 의지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위는 가능태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부동의 원동자는 세계에 대해 사유하거나 세계에 목적을 부여하는 신적 존재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운동을 설명해 주려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어떤 종류의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은 개개의 완성태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  만물은 각기 자신들의 가능성들의 실현을 지향한다.  그 ‘목적’은 완전한 나무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완전한 선한 인간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목적에 대한 이러한 지향은 전체적으로 볼 때 세계질서의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 및 운동은 영원한 것이며, 이러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이러한 운동의 궁극원리는 어떤 가능태도 내포하지 않은 현실태, 어떠한 질료도 내포하지 않는 형상 즉 부동의 원동자이다.
부동의 원동자는 매력의 힘에 의해서만 우주에 작용하는 최고의 실재이다.  비유컨대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 됨으로써만 즉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매력에 의해서만 사랑하는 사람을 움직이다.  그것은 전 존재자가 그것을 향해 움직이는 최종목적이다.  이러한 존재자는 때때로 제1동자(第一動者), 제1원인, 형상 중의 형상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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