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의 문은 왜 좁은가
1975년 11월, 프랑스의 Château de Rambouillet 랑부예 성에는 여섯 나라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당시 세계는 석유파동과 경기침체, 인플레이션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국제기구의 형식적인 회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지도자들은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 G7의 출발점이다.
처음부터 G7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일본이 모인 G6였다. 이후 캐나다가 합류하면서 G7이 되었고, 냉전 종식 후에는 러시아가 참여하여 G8 체제가 되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가 배제되면서 다시 G7으로 돌아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G7이 처음부터 세계 경제 규모 순위를 기준으로 만든 모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시대의 주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세계 경제와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였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G7은 단순한 경제 순위표가 아니라 역사와 정치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세계는 변했다.
1975년의 한국은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였다. 전쟁의 상처를 딛고 산업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였다. 당시 랑부예 성에 모인 지도자들 가운데 누구도 한국이 반세기 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조선·배터리·정보기술 분야에서 선두권 국가가 되며, 국제회의에서 G7 확대 후보로 거론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은 경제력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 산업, 첨단 제조업, 민주주의 경험, 그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까지 갖춘 국가가 되었다. 주요 국제 현안에서도 한국을 배제한 채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G7의 정회원이 아니라 초청국으로 참여한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기존 회원국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강국의 진입을 경계한다고 본다. 실제로 국제정치의 역사를 보면 기존 강대국들이 새로운 강국의 등장을 마냥 반기지는 않았다. 국제질서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재편되지 않는다. 이미 자리를 차지한 국가들은 그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G7 자체가 시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1세기의 세계 경제와 안보 환경은 1975년과 다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은 커졌고, 첨단기술과 공급망 문제는 세계 질서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한국, Australia, India 같은 국가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이 G7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가?"가 아니라, "G7이 변화한 세계를 반영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제질서는 늘 현실보다 늦게 움직인다. 그러나 역사는 결국 새로운 현실을 따라간다. 과거의 한국이 G7을 바라보던 나라였다면, 오늘의 한국은 G7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국의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