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소설 연재방

[펌] 공사장에서 만난 사람들 - 2

작성자무지개|작성시간11.02.26|조회수25,106 목록 댓글 1

잡부구함. 신체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


공사장 입구에 붙은 인력채용 전단은 낡고 여기 저기 찢겨나가 잘 보이지 않았다.

먼지가 가득 쌓인 현장 사무소 문을 열자
소장 자리에 앉은 건장한 남자와 소파에 누워있는 나이 든 인부 한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저... 잡부 구한다고 인력사무소에서 소개받고 왔는데요.


내 말에 소장인 듯한 사내가 잠시 눈을 들어 나를 쳐다봤다.


사십대 후반쯤 되었을까?
더운 날씨 때문에 열어둔 작업복 단추 사이로 붉은 가슴팍이 보였다.  
검게 탄 얼굴엔 까칠한 수염이 자라있었고 인상은 좀 거칠게 생긴 사람이었다.
걷어 부친 소매 위로 드러난 팔이 굵직했다.


"그 새끼들은 직원 구한다고 한지가 언젠디 이제사 사람을 보내....  
경험은?"


소장은 내가 건넨 **직업소개소 소개장을 대충 훓어보며 흘낏 나를 보더니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소장의 별로 못마땅해하는 얼굴표정 때문에 난 좀 주눅이 들었다.


“실은... 아직 이런 일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소장은 픽 웃음을 내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옆에 있던 나이든 인부가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소장은 담배연기를 깊숙이 빨아들이더니 진하고 탁해진 연기를 내뿜었다.  


“그  좆겉은 소개소 새끼들은 왜 자꾸 초자만 보내는 거여. 어디다 쓰라구, 씨팔.”


소장은 좀 불쾌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소장의 거친 말투와 화가 난 눈길에 나는 좀 더 기가 죽었다.
하지만 그런 거친 말투와 열어둔 가슴팍에서 풍기는 사내다운 모습이
오히려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난 어떻게든 거기서 일하고 싶었다.  


“경험은 없어두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소장은 담배만 뻑뻑 피워댈 뿐 대답이 없었다.
막 일을 마치고 쉬는 중이었는지 소장의 이마에선 먼지가 묻은 땀방울이 흘렀다.


“씨팔, 뭔 놈의 날이 이렇게 더워.”


소장은 작업복 단추를 마저 끌러 붉은 가슴팍을 드러내곤 부채질을 해댔다.
땀방울이 맺힌 가슴팍에 듬성듬성 털이 나있는 게 보였다.


“이봐요... 무슨 딱한 사정이 있는지는 내 잘 모르것지만
당신 희멀건한 인상을 보니깐 도저히 여기서 막노가다를 할 사람이 아닌데....
괜히 생고생 하다 병나지 말고 그냥 돌아가슈.”


소장이 또 다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했다.


“저... 그래도 **직업소개서에서 알려주셔서 온 건데...
며칠만이라도 일을 하게 해주시고 그래도 소장님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그땐 제가 다른 일을 찾아보겠습니다... 실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몇 달 째 월급도 못 받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아서요...”


혹시라도 사람이 필요치 않다고 하면 딱한 사정을 말해보라고 소개소 주인이 알려준대로
나는 거짓말을 했다.
한 달치 월급을 아직 못 받긴 했지만
다음 달에 퇴직금과 함께 곧 지급 될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이봐요, 여기 잡부들은 말 그대로 막장 인생 사는 사람들이란 말요...
배울 것 다 배운 당신같은 사람이 취직자리 없다고 잠시 머물다 가기엔
너무 거칠고 힘든데라서 하는 말이니 오핸 마슈.
공사도 거의 끝무려인데다 사실 잡부도 이젠 별로 쓸 일이 없구... ”


그래도 두 시간 넘게 먼 길을 왔는데 거기서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나는 소파에 반쯤 누워있는 나이든 인부를 쳐다보았다.
머리가 훌쩍 벗겨지고 얼굴이 길죽한 것을 보니
그가 소개소 주인이 알고 지낸다는 김씨인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아직 이반은 아닌 것 같지 아마...
   마누라는 웂구 여기 나오면 다방 여자하고 자고 가는디,
   웃긴 것은 또 여기 사우나에 와서 젊은 사람들이 좆을 빨아주면 또 가만있더라고...


내가 김씨란 사람이 이반이냐고 묻자 소개소 주인은 김씨에 대해 그렇게 말했었다.



다행히, ** 소개소란 말에 중년 인부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제서야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소개소 주인이 나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짝 귀뜸을 해주긴 해준 모양이었다.



“아니, 박소장도 참... 사람이 이 먼곳까지 찾아 왔는데 어떻게 돌려보내.
갈 곳도 없다는디 딱허잖어...
지금 식당 배식할 사람도 없어서 식사시간만 되면 다들 불만인디
우선 그런 것이라도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훨씬 부드럽지 않것어?“


그제서야 김씨가 나를 보면서 소장에게 말을 거들어 주었다.
김씨가 고마웠다.


"그리고말여.... 무슨 일이든지 시키는대로 다 한다잖어?”


인부가 입가에 히죽히죽 웃음을 물고 말했다.
김씨의 말을 소장이 알아들었을까?
인부의 말에 소장이 잠시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소장도 그럼 전에 사람들이 요구하는 동성애를 견디지 못해 도망쳤다는
그 젊은 친구와 잠을 잤을까?


나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검은 입술에 축축한 침이 묻어있고 길죽하고 각이 진 턱을 가진 것이
대충 보아도 색을 밝히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그럼 남자 여자 가리지 않은 바이섹슈얼이겠군


“형님 전에 못들었소? 본사에서는 이제 직원을 줄이라고 한단 말요...
에이 난 모르것소... 형님이 교육을 시키든 말든, 알아서 허슈.”


소장이 다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밖으로 나갔다.
나는 소장의 뒷모습을 아쉽게 바라보았다.
김씨가 불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얼른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하고 두 손으로 김씨의 손을 잡았다.
현장에서 일로 굳어진 손바닥은 거칠었고 때가 묻고 갈라진 손은 묵직했다.



“소장이 말은 저래두 지내보면 인정도 있고 괜찮은 사람이야.
우선 내가 시키는 일이나 해... 직원들 빨래도 좀 하고 숙소 청소도 좀 하고.
점심은 먹고 왔어?”


인부 김씨는 내게 현장에 데리고 나가 여기저기 보여주면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나는 여기저기 어질러진 시멘트 포대를 불끈 들어 한쪽으로 치워두었다.
특별한 기술은 없어도 힘은 달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헬스클럽에서 벤치프레스를 들어올리며 힘을 키워 둔 것이
쓸모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젊어서 힘이 좋구만... 천천히 해.”


김씨는 내 어깨를 토닥여 주면서 내 몸을 이곳저곳 살펴보기도 하고
슬그머니 내게 몸을 바싹 붙이고는 내 엉덩이와 허벅다릴 만져보기도 했다.


건너편에선 안전모를 쓴 소장이 뭔가 인부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안전모 아래 검게 탄 얼굴과 굵직한 목 열어젖힌 단추 사이로 보이는 불룩한 가슴...
소장에게로 자꾸 눈길이 갔다.

저 넓은 가슴팍을 끌어안고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 봤으면...


"운동했나... 몸이 단단허니 좋네."


김씨의 손이 갑자기 내 허벅다리를 만졌다.
나는 징그러운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몸을 뺐다.
오십 중반은 되어 보이는 인부 김씨는 너무 나이가 많아 끌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우선 여기서 일을 하려면 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나는 그가 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가 좆을 빨아달라고 하지만 않는다면...
아니 그가 여기 있게 해주기만 한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야 소장이라도 종종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자꾸 보다보면 아무리 일반이라도 기회가 오겠지.
화장실에서든 샤워장에서든 또는 술에 취해서든...


소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잔뜩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가 잡부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노가다 현장이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둘반 | 작성시간 11.02.27 소설 노가다 애독자가 될것 같네요. 제 애기랑 비슷하죠.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