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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에세이

욕쟁이 할머니 국밥 4/노자규 작가님

작성자쉐도우영.|작성시간26.03.21|조회수158 목록 댓글 4


욕쟁이 할머니 국밥 4


곁을 나누며
하루를 비춰주는 햇살이
고맙기만 한 건 아닌가 봅니다

​어김없이 오늘을 배웅하러 찾아 온
밤을 이고 앉아

​“지가 언제부터 반장이라꼬 새파란 놈이
아버지뻘인 형님한테 김 씨 이거 해! 저거 해!“

​“집에 가면 지 애미 애비도 없나“
“ 내말이 그말이라니께“

​“그러려니 혀”
“뭐든 그러려니 그러려니...
그카이까네
반장이 형님을 몰캉하게 안 봄미꺼?“

​공사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자들이
앉은뱅이 달빛 한 줌으로 빚어낸
창백한 시간을 앞에 두고서
목 끝에 걸린 아픔을 지우려고
내뱉고 있는 푸념에

​"씨부를 놈들아!
다 처먹었으면 퍼떡 안 일나고 뭐하노“

​"또 할매 시작이다”
“내일 일 안 갈겨?
노가리 깔 시간 있으면 집에 가서
새끼랑 마누라랑 까봐라
얼매나 좋아하는지.."

​“그만 일어날 때가 됐는갑다“

​“할매요
요 얼만미꺼?"

“오늘 비가 와서 공쳤다며?
그냥 가“

​“할메요
그래도 그건 아인 것 같은데예“

​“뭐라꼬 쳐 씨부리쌋노
공짜로 준다고 할 때 퍼뜩 안 가고?“

​슬퍼도 시들지 않는 꽃처럼
바람에
밀려가 버린 삶의 흔적들을 지우며
멀어지는 남자들의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의 입가엔
이런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요


“오늘도 살아낸다꼬 욕봤데이...”

​할머니의 그 말이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되어줘서인지
어깨동무 한 채 어둠을 걷는 그들의
입에서는 콧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설레는 내일을 기다리던 할머니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이 먼저 찾아왔는데요

​“ 영감님..
추운데 들와서 국밥 한 그릇 무꼬 가이소“

​허공에 묻어있는 새벽이
할아버지에겐 아침이 되어버린
고단한 일상을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매번 그러기가 미안해서인지

​거리에 앉아
상자만 추스르고 있는 할아버지 앞으로
쟁반에 담은 국그릇을 내밀어 준
할머니는

​“ 우야든동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몸뚱어리가 재산임미데이.
옷 따습게 입고 다니이소“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며
새벽을 따라나선 별과 함께
맛있게 먹은 게 고마워서인지

할아버지는
욕쟁이 할머니 가게 앞에 널브러진 것들을 치워준 뒤

​낙엽이
낙엽이 된 슬픔을 말하지 않는
가을이 찾아온 거리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해님이 숨어버린 그날 저녁

​“다음에 또 오이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남자의 그림자가 지워진 자리에

​“할매요..
저 사람 노숙자 같은데예?“
“그래 맞다 노숙자”

​“갚을 능력도 없는데
어느 세월에 받을 꺼라꼬 칠판에
적심미꺼?“

​“받을라꼬 적는거 아이다”
“그라면예?“

“내가
칠판에 떡하니 외상값을 적어놔야
그 사람이 덜 미안 할 거 아이가“

​“욕쟁이 할매가
이리 통 큰 분인 거 인자 알았심더“

​“우야겠노 인자 알아가 ...

​밥 먹는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이 한가득 피어나는 사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할머니는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는데요

​“내 새끼들 어서 오니라”
"할머니...안녕하셨어요"

​“주방 아주매야....
여기 뜨끈한 국밥 여섯 그릇만 내 온나“

​"예 할매요“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에서 자라느라
고기 한번 먹기가
마른하늘에 비 내리는 것만큼
힘든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고기든 국밥을 먹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는데요

​““내 새끼들 마이 무라..”

“예..할머니”

​아동복지센터에서 모여 공부하다 온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박사가 되든...
거지가 되든...
일단 내가 먼저 되어야하는기데이“

​"네 할머니"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합창 소리에
힘든 하루를 견뎌낼 희망을 얻었다는 듯

​달처럼
곱게 핀 할머니의 얼굴은
한송이 꽃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매예
국밥 한 그릇 퍼떡 말아주이소“

​“천천히 먹고 가제
맨날 뭐가 그리 급하다고“

​하루 번 돈은 고스란히
아픈 딸의 병원비로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던 할머니는

​“낮에는 퀵기사 할라
밤에는 야식 배달 할라 힘들낀데
하루 한끼 먹어가꼬 되것나?“

“........"

​입을 꼭 다문 하늘처럼
국밥만 먹고 있는 남자에게​
할머니는 시키지도 않은 삶은 고기
한 접시를 내밀어주며

​“힘든 일이 생겼을 땐
지나간 일을 곱씹지 말고
지금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 해야 되는기다"

​“네 할머니...”

​“그래야 퍼떡 털고 일어설 수 있는 기다”

​삶은 고기만 쳐다볼 뿐
젓가락을 들고만 있는 남자의 맘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병원에 있는
딸내미 줄건 따로 챙겨놨으니까네
퍼떡 무라“

그 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매달고 있던 눈물을
허물어지듯 떨어뜨리고 있는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이럴 때일수록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안 있나?”

​“그게 뭔데예?”
“내가 행복하다 하고 생각하는 거”

남이 주는 것도 아니고
오직 내가
나에게만 줄 수 있는 귀한 선물 이라는 할머니 말에

​“할매는 꼭 철학자 같네예”

“니 몰랐나 보내

소크라테스가 우리 옆집에 안 살았나“

​오래 살다보면
누구나 다 터득하는 거라며
싱긋이 웃어 보일 때마다
덜거덕 거리는 틀니를 고쳐 넣던
할머니는

오토바이에 올라 멀어지는 남자를 보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강한 이빨보다
오래가는 혀처럼 살아야 한데이“
라며...


가게 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한참이나 올려다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

식당 안에 밥을 먹던 사람들은
일제히 수저질을 멈추고
할머니를 따라 가게 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요

​"할매예 ...뭐 봅미꺼?"

“오늘부터
행복해지는 법 한 가지 가르쳐 주까?“

“진짠 미꺼?“

​“.하늘 맨 구석 자리에 희미하게 보이는
저 별 하나 보이제?“

​“저 별이 할매한테 뭐라 캐십미꺼?”
“”거기 양보라는 별이데이“

​양보라는 길잡이 별 하나를 만들어
늘 머리 위에 놓고 다닌다면
언제나 세상은 나를 향해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말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며

저 멀리서
예쁜 꼬마 별 하나가
반짝반짝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는데요


“사람이 언제 제일 행복한 줄 아나?”

“돈이 많을 때 아임미꺼?”

​“아이다
내가 당당할 땐 기라..“


한 알의 밀알이 땅속에서
자신을 죽여서 열매를 열게 하듯
이기려는 세상 속에서
꼭 이기는 것만이
잘사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들으며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손님들을 보며

​“너거만 처먹고 들어가지 말고
집에 있는 사람 생각해서
붕어빵 한 봉지라도 사 들고 가거라“

​“네 그럴게요 할머니...“

​언제 내렸는지
수북이 쌓인 하얀 눈을 밟으며
쉼이 필요한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귀엔
욕쟁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메아리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흰 머리 보면서 같이 늙어갈 사람
그 사람 한테 잘 해래이.....“ 라는...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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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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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1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1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미소지음 | 작성시간 26.03.22 ㅎㅎ
    아 ~~
    너무너무 따뜻한 글이에요

    욕쟁이 할머니
    짱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3.22 그렇지요?
    읽으면서 참 인간답게 사는구나를 느낀답니다
    소외된 계층을 위해 참 열심히 봉사하는 그런 분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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