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주말 오후
한적한 벤치에 앉아있다가
무심코 짖궂은 친구가 전송해 온 카톡 영상을 보다가 몰입하게 되었다
인류의 원초적 미학과 열정이 가득 담긴 예술 영상이었다
작품의 몰입도가 얼마나 높았던지 내 신체 일부가 그 예술적 열기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점차 차오르는 압박감에 바지 단추와 지퍼가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두면 단추가 팅 날아가 지나가는 비둘기의 이마를 강타할것 같아서
주변을 살피니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서
슬그머니 단추를 풀고 지퍼를 반쯤 내려 숨통을 틔워주었다
아~문명(바지)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완벽한 그 망중한이란~
그렇게 무한지경의 예술적 감상에 젖어있던 그 순간
뒤에서 공간을 찢는 인자한 목소리가 들렸다
뭘 그리 재미나게 봅니까 좋은건 같이 봅시다
순간 뇌 기능이 정지 되고 심장이 엉덩이 밑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내 화면속 주인공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대자연의 상태인데 이걸 인류애로 공유할수는 없어서 0.1초만에 빛의 속도로 화면을 끄고
스프링 튕기듯 일어나 앞만 보고 전력 진주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치는데 온몸을 감싸는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차 나 바지 풀었지
바지가 흘러내려 낭패를 당하는 시나리오가 머리속에 그려졌다
아~~이럴수가 개 망신이다
그 찰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듯이
바지가 내려가도 걸릴곳이 있었다
방금전에 영상에 깊은 감명을 받아 미처 진정되지 못한 텐트 폴대가
흘러내리던 바지 춤을 턱~하니 걸쳐 잡으며 임시 바지 걸이 역활을 완벽하게 수행해 주었다
그 든든한 조력자 덕분에 바지는 기적적으로 골반위에 안착해 있었고
속은 돌출되어 우스꽝스러웠지만 겉으로는 품격을 유지한채 현장을 탈출할수가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남자의 자존심이 내 사회적 자존심을 지켜낼줄은 꿈에도 몰랐다
회원님들 역시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살고 볼 일입니다 ㅎ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