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말띠 사랑방

이성과 상식을 잃은 자본에게,스타벅스의 이름을 다시 묻다

작성자쉐도우영.|작성시간26.05.25|조회수116 목록 댓글 2

[이성과 상식을 잃은 자본에게, 스타벅스의 이름을 다시 묻다]

스타벅스라는 이름이 세상에 태어난 과정은 그 자체로 문학과 역사, 그리고 지리에 대한 깊은 탐색이었다.

1971년 미국 시애틀, 영어 교사 제리 볼드윈과 역사 교사 제브 시글, 그리고 작가 고든 보커는 자신들의 커피점에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머리를 맞댔다.

처음에는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포경선인 ‘피쿼드(Pequod)’호를 떠올렸으나, 배의 어감이 주는 부정적인 인상 때문에 오랜 고민 끝에 내려놓아야 했다.

방향을 선회한 이들은 시애틀 인근 레이니어산의 오래된 광산 지도에서 ‘스타보(Starbo)’라는 작은 마을 이름을 발견했다.

브랜드 디자이너 테리 헤클러는 ‘St’로 시작하는 단어가 주는 강렬하고 힘 있는 청각적 효과에 주목했고, 이 ‘스타보’라는 소리는 창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소설 《모비딕》의 일등항해사인 ‘스타벅(Starbuck)’을 소환해 냈다.

그렇게 지도와 문학 책을 오가는 고심 끝에, 항해사의 이름에 복수형 ‘s’를 붙인 ‘스타벅스’라는 아름다운 브랜드가 완성되었다.

그들이 찾아낸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에이허브 선장의 광기 어린 복수극 속에서 홀로 이성과 양심을 지키려 애쓴 인물이다.

“고래와 싸울 용기는 있지만, 신의 분노는 두렵다”라던 그의 말처럼, 그는 무모한 폭력 앞에 인간의 도덕적 한계를 지키고자 했다.

거친 바다 위에서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고향의 가족을 그리워하던 이 따뜻한 항해사의 정체성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심장에 인간에 대한 존중과 상식을 깊게 심어두는 뿌리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스타벅스가 보여준 ‘5·18 탱크 마케팅’ 사태는 이 오랜 이름에 부끄러운 상처를 남겼다.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대용량 텀블러를 팔겠다며 ‘탱크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과거 군사정권의 고문치사 은폐 발언을 연상시키는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버젓이 사용한 것은 충격적이다.

지도와 소설을 뒤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이름을 고민했던 창업자들의 태도와 달리, 한 사회가 겪은 거대한 비극과 아픔을 그저 물건을 더 팔기 위한 재미 요소나 말장난으로 소비해 버린 셈이다.

이는 역사를 대하는 최소한의 상식과 예의가 무너진 모습이다.

소설 속 스타벅이 에이허브 선장의 파괴적인 광기에 맞서 인간성을 지키려 했다면, 오늘날 그의 이름을 빌린 기업은 도리어 무고한 시민들을 짓밟았던 폭력의 상징을 마케팅의 도구로 삼았다.

이성과 양심의 상징이 가장 야만적인 언어와 결합하는 이 모순은, 영리와 실적에만 눈이 먼 자본이 얼마나 차가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터와 집을 떠나 누구나 따뜻하게 위로받는 공간을 만들겠다던 ‘제3의 공간’ 철학은, 유가족과 대중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무신경함으로 퇴색되었다.

스타벅스의 전 CEO 하워드 슐츠는 “우리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커피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만지는 사업을 한다”고 했다.

사람의 마음을 만진다는 것은 타인의 슬픔을 알아채고 존중하는 공감 능력에서 시작된다.

대표이사를 바꾸고 이벤트를 취소하는 식의 임기응변만으로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자본이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역사의 무게를 잊을 때, 대중이 마시는 것은 따뜻한 문화가 아니라 온기를 잃어버린 검은 액체일 뿐이다.

광산 지도와 문학 책을 펼쳐놓고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고민했던 창업자들의 첫 마음과, 거친 바다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고 커피를 손에 쥐었던 항해사 스타벅의 뒷모습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우성 변호사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