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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띠 사랑방

골프와 인생

작성자쉐도우영.|작성시간26.06.05|조회수154 목록 댓글 2



[골프와 인생]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기 (바람과 날씨)

결혼 10주년을 맞아 가족들과 큰맘 먹고 제주도 여행을 기획한 정 과장. 맛집부터 숨은 명소까지 엑셀로 분 단위 일정을 짜며 완벽을 기했다. 그런데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부터 예보에 없던 거센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쳤다. 렌터카 안에 갇힌 정 과장은 "하필 우리 여행에 왜 이러냐!"며 하늘을 원망하고 연신 짜증을 냈다. / 통제할 수 없는 자연 앞에서 기어이 화를 내고 마는 인간의 무력함이었다. / 아빠의 계속된 불평에 뒷좌석의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침묵했고, 아내마저 기분이 상해 결국 3박 4일 여행 내내 가족 간의 냉기류만 흐르게 되었다.

골프는 체육관 안이 아니라 예측 불가한 대자연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스포츠다.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고, 잠잠하던 바람이 돌풍으로 변해 잘 날아가던 공을 엉뚱한 숲으로 처박기도 한다. 하수들은 이럴 때 골프채를 집어 던지며 운을 탓하고 분노하지만, 고수들은 하늘을 보고 씩 웃을 뿐이다. 그들은 날씨를 탓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비옷을 꺼내 입고, 맞바람을 뚫기 위해 클럽을 한두 개 더 길게 잡고 낮은 탄도로 샷을 조율한다. / 자연을 이기려 들지 않고, 다만 그 안에서 최선의 궤적을 그려낼 뿐이다. / 대자연의 변덕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인생사도 비바람 치는 골프장과 같다. 내가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해도 갑작스러운 질병, 회사 상사의 변덕, 경제 위기 같은 통제 밖의 변수들이 수시로 날아든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에 분노하는 것은 영혼을 갉아먹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가르친다. 나쁜 날씨 자체는 내 잘못이 아니지만, 그 날씨를 대하는 태도는 온전히 내 책임이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화를 낸다고 비가 멈추지는 않는다. / 삶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어그러지는 것은 아니다. / 차라리 "비가 오니 오히려 좋네"라며 플랜B를 가동하는 유연함, 그것이 인생의 궂은 날씨를 건너는 가장 멋진 우산이다.

정 과장이 비바람을 보며 엑셀 창을 덮어버리고, "얘들아, 오늘 일정 다 취소! 호텔 방에서 치킨 시켜놓고 영화나 보자!"라고 외쳤다면 어땠을까. 빗소리마저 가족의 낭만적인 배경음악이 되었을 것이다. / 행복은 완벽한 조건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품어 안는 태도에서 피어난다. / 바람은 불기 마련이다. 돛을 어떻게 돌릴지만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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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쉐도우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5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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