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론] 이름과 사정을 기억하는 것이 가장 싼 투자다
이름은 당사자에게 어떤 언어로도 가장 감미롭고 중요한 소리다. — 데일 카네기
# "저 기억하세요?"
어느 중견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 김 변호사는 20년째 같은 습관을 지킨다. 명함을 받으면 그날 저녁, 명함 뒷면에 한 줄을 적는다. 만난 날짜, 어디서 만났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대화 중에 꺼낸 사적인 한마디. "아들이 이번에 고등학교 들어간다고 했음." "부산 출신, 해운업 집안."
6개월 뒤, 그 사람을 다시 만날 때 김 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드님 고등학교는 잘 적응하고 있나요?" 상대는 십중팔구 깜짝 놀란다. 반년 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지나가듯 한 말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니.
그 놀람이 신뢰가 된다.
# 호칭 하나가 관계를 가른다
한국 사회에서 이름과 호칭의 문제는 서양과 차원이 다르다. 영어권에서 "Hi, John"이면 끝날 일이, 한국에서는 "부장님이냐, 상무님이냐, 대표님이냐, 아니면 선생님이냐"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잘못 부르면 결례가 되고, 잘 부르면 친밀함의 신호가 된다.
변호사로 일하며 나는 의뢰인을 처음 만날 때 한 가지를 먼저 확인한다. 어떻게 불러드리면 좋겠냐고. "대표님으로 불러드릴까요, 아니면 사장님이 더 편하세요?" 이 질문 하나로 어색함이 절반 줄어든다. 호칭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당신을 존중한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해진 호칭을 다음 만남에서도 정확하게 쓰는 것. 그것이 기억의 힘이다.
# 기억은 관심의 증거다
사람들은 잊어버린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그래서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고, 드물기 때문에 강력하다.
기억은 단순한 정보 저장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다. "나는 그날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당신은 나에게 기억할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은 당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는다. 그 감정이 신뢰가 되고, 신뢰가 거래가 되고, 거래가 관계가 된다.
디지털 시대엔 오히려 더 쉬워졌다. 스마트폰 메모장, 연락처의 메모란, 명함 앱의 태그 기능. 도구는 넘쳐난다. 쓰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 이름을 기억하고, 사정을 기억하라. 그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다./
어떤 선물보다, 어떤 접대보다, "당신의 말을 기억한다"는 사실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기억은 관심의 증거이고, 관심은 모든 신뢰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