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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오후 5시 넘어 구걸하는 걸인이 찾아 왔다

작성자보헤미안|작성시간26.06.12|조회수28 목록 댓글 0

이른 저녘
저녘 공양을 짓느라 밖의 가스싱크대에서
일을 하는데
누가 언듯 스쳐 대숲에서 대나무를 베어가는 사람인가
싶어 하던 일을 했다
잠시후 계단에 인기척이 들려 가보니
계단에 앉아 있다 나를 보더니 움쭐했다
그 계단은 cctv 사각지대라 이 사람이
이 곳을 알고 온 사람인가 의아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예~ 지나가는 사람인데 배가 고파서요"
"요기할 걸 드릴께요"
"아니요~"
"배고프다면서 뭐가 아니에요?"
이를 드러내 보이며 한치 건너 절반의 치아가 빠졌다
"배가 고픈데 내려가다 컵라면 하나 사먹게 도와주세
요" 망사조끼에 키는 170이 넘고 얼굴은 야위었는데
허리는 꼿꼿하게 잘도 걸었다.
"어디 살아요?"
"목척교 아래요"
전에 목척교 아래를 가 본즉 나그네 짐들이
쌓여 있었고,하수가 맑은 날에는 그곳에서
머리감고 씻는 모습들을 가끔 보았다

운명? 팔자?
가난하고 평생을 궁핍하게 살라는 운명이 있을까?
평생을 얻어 먹고 살라는 팔자가 있을까?
도움을 청한 그는
자세히 보니 '배도 고프지만 마음도 고픈'
심리적인 심한 갈등과 고뇌로 범벅이 된
40대 후반의 남자다
'힘들지만 막노동이라도 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지 않느냐?' 고.
노동, 쉽지 않다. 공사 노동 현장에서 하루만 일을
해 봐도 심신의 견고한 무장이 되지 않으면
이삼일 못간다는 사실이다.

생사열반상공화
ㅡ생사와 열반이 다르지 않으니 서로 함께 흘러간다
조상부모를 잘 만난 자만이 이 생을 풍요롭게 살다
가랴? 부모복 없고,재복 없으니 마냥 궁핍하게만
살다 가랴? 세상은 '현실도 중요하지만 그 현실을
보는 나의 시각,나의 의식'이 더 중요하다.
번뇌즉 보리! 지금의 갈등과 고뇌를 데치니
곧 자유의 깨달음이 된다.
고통과 궁핍이 잠시 찰라임을 알아
자신을 정확히 직시해
자기신뢰를 세우고, 진실되게 나아가니
곧 자유와 풍요,안락과 평화가 다가선다
그의 모습은 곧 나의 과거였고,또한 미래다
어찌 치아가 대거 빠져 씹지(아작)를 못하는지
어찌 목척교 아래(사실인지 모르지만)에서
기거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복덕과 지혜!
지구촌 여러 곳에서 전쟁과 기아,질병과 갈등은
가히 산 자들의 지옥을 이루고 있다
스스로 6월 푸르른 산하에서 자신을 돌아보니
(조고각하) 어찌 삶과 진리의 주인공임을 모르랴?
'그 뼈만 남고 이빨은 다 빠진 배고픈 나그네'가
내 안에 있었고, 또 있을 나의 미래(그것이 노환이든
병환이든 혹은 파산이든 무력함이든)가 아니라
어찌 장담하랴? 곳곳 찬란한 화사한 불빛들, 또한 곳곳
우울하고 슬픈 영혼들이 도심과 외곽을 배회하는
21세의 황혼은 어찌 어느 유랑 나그네 한 사람만의
무대라 하랴?

"고맙습니다, 복 받으세요" 그는 총총히 일주문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 나갔다. 골목길에 석양의 그늘이
들어서고 있었다.

불기 2570.6.12 후 7:18

2시간 후 산나물을 뜯어 가는 그를 만났다.
그는 떠도는 거지는 아니었다
(가끔 질이 안좋은(?) 사람이 온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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