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 원리>>(Principia Ethica, 1903)에서 G. E. 무어는 다른 여러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은 '자연주의적 오류'(naturalistic fallacy)를 범했다고 논했다. 그에 따르면, '자연주의적 방법' 혹은 '자연주의'(Naturalism)는 '좋음'(good)을 자연적 대상 혹은 자연적 대상들의 집합이 가진 어떤 하나의 속성으로 대체하고, 그리하여 윤리학을 어떤 하나의 자연과학으로 대체한다. '자연적 대상'이란 지금 존재하거나 과거에 존재했거나 앞으로 존재할 대상인데, '좋음'은 어떤 자연적 대상의 속성이면서도 그 자체로는 자연적 속성이 아니다. 자연적 속성들은 그것들을 가진 대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좋음'은 그렇게 홀로 존재한다고 상상할 수 없다.
자연주의적 방법은 무어가 윤리학의 근본 물음으로 간주했던 것, 즉 '좋음'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 물음에 대한 참된 대답은, 예컨대 '노랑'(yellow)이 그런 것처럼, '좋음'은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좋음'은 '노랑'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개념'(simple notion)이며, 정의(definition)란 '문제의 대상이나 개념이 어떤 복합적인 것인'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좋은'이란 형용사가 적용된 실사(substantive)인 '좋은 것'(the good)은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것'은 그 형용사 자체와는 필시 다른 어떤 것이다. 요컨대 '좋은 것'은 정의될 수 있지만, '좋음 자체'는 정의될 수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물에 속하는 속성들을 확인하면서 '그 속성들이 실제로 좋음을 정의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철학자들도 흔히 범한 일반적인 실수였다. 그들은 문제의 속성들이 좋음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생각했으며, 이것은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무어에 따르면, 벤담의 학설은 자연주의적 오류의 매우 좋은 실례이다. 벤담은 전체의 행복이 '인간 행동의 옳고 적절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옳음(혹은 좋음)이 '전체 행복에 이바지함'을 의미한다는 입장을 택했다. 좋음을 전체 행복으로 정의하는 것은 좋음을 어떤 자연적 속성의 관점에서 정의하는 것이며, 따라서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벤담이 그 오류에 대하여 의식하고 있었다면, 그는 어쩌면 전체 행복은 '인간 행동의 적절한 목적', 달리 말해서 '좋은 것'이라고 주장했을 수도 있다.
'자연주의적 오류'는 좋음을 어떤 자연적 속성으로 정의하려는 시도에 있다. 그러나 그 용어는 또한 '존재'(is)로부터 '당위'(ought)를 도출하려는, 즉 물리적 세계에 대한 사실들로부터 윤리적 기준을 도출하려는 시도에도 적용된다. W. 프랑케나는 이 두 가지 버전의 자연주의적 오류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어의 자연주의적 오류는 프랑케나가 '정의론자 오류'(definist fallacy)라고 부른 것, 즉 '두 속성들을 혼동하거나 동일시하는, 혹은 하나의 속성을 다른 속성으로 정의하는, 하나의 속성을 다른 속성으로 대체하는 과정'의 한 특수한 사례이며, 그것이 반드시 윤리적인 것과 윤리와 무관한 것 사이의 경계를 침해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
* W. K. Frankena, 'The Naturalistic Fallacy' Mind 48 (1939)
** 그러나 벤담이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했다는 무어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반론들이 제기되었다. A. J. Ayer, 'The Principle of Utility' in G. W. Keeton and G. Schwarzenberger, eds., Jeremy Bentham and the Law: A Symposium (London, 1948), ch. 13. P. J. Kelly, Utilitarianism and Distributive Justice: Jeremy Bentham and the Civil Law (Oxford, 1990).